내가 먼저 찾아갈게

김조한 2015.11.03 25
살아가다 보면 이런 일 
가끔가다 보면 또 저런 일
때론 어처구니 없는 일 
두통보다 골치 아픈 일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속은 상할 대로 상한 채로 
배는 자꾸 고파 오는데도
요즘 들어 입맛도 
하나도 없구요
연락처 300명이 
넘는 사람들 중에 
내 얘기를 
내 얘기처럼 들어줄 
내 친구 어디서 뭘 하는지 
한해 한해 지날수록 
네가 보고 싶다

친구야 
우리가 어렸을 땐
이런 저런 일로 
힘들었어도 
지금보다 훨씬 
많이 즐거웠었지

친구야 별일 없니
이런 전화 한 통 하기 
어려울 만큼
삶은 생각보다 
무겁진 않단 걸 
이제 아니까

기다림 없이 내가
먼저 찾아 갈게요

하루도 조용할 날 없이 
내가 태어난 후로 
우리 집은
내 기억에는 없는데
꽤나 유명한 
악동이었대 내가 

너무 당연한 얘기겠지만
모든 아들이 다 그렇겠지만
엄마
이름만 불러도 
왜 내 가슴이 이렇게 아픈지 

워낙 고집스런 
못난 아들이라서
못해 드린 것만 생각나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당신께 
드리고 싶어지는 한마디 

깊어진 주름과 눈에 띄게 
늘어난 흰머리를 볼 때마다
목이 메어와

엄마 별일 없죠
이런 전화 한 통 하기 
어려울 만큼
삶은 생각보다 
무겁진 않단 걸 
이제 아니까

기다림 없이 내가
먼저 찾아갈게요

다들 별일 없냐는 
인사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삶은 생각보다 
무겁진 않단 걸 
이제 아니까

그리운 나의 사람들
소중한 나의 사람들 
보고 싶어서
내가 먼저 찾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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