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Feat. 예람)

오재환 2017.10.27 18
나는 이곳 말고는
잘 기억이 나질 않아
한참동안 기억을 더듬고 나면
몇 년을 살았는지
대강 셀 수 있지만
벽을 더듬지 않아도
불은 켤 수 있어

나는 너의 얼굴을 본 적 없고
이름도 알질 못해
고향이 어디냐 물으며
인사를 했지만
너는 작은 글씨로 가득 찬
번쩍거리는 종이를 내밀며
이 집은 원래 나의 것인데
내가 누군지는
너랑 상관이 없다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지붕 아래서 난
그래도 이게 나의 집이라고
그래도 이게 나의 집이라고

너가 했던 말들은
잘 기억이 나질 않아
매일같이 다니던 동네 길목을
왜 오도가도 못하도록
막고 섰냐 물었더니
'여러분은 현재 집회와 시위...'
뭐 그런 대답을 했어.

너는 얼굴을 전부 가려놓고
이름도 말해주질 않고
꼼짝할 수 없도록 둘러싸고는
내가 전에 들어본 적 없는
쿵쾅거리는 소리를 내며
이곳은 사실 나라의 땅인데
어느 나란지는
너랑 상관이 없다고

금방이라도 밀려올 것 같은
길 위에 서서 난
그래도 이게 나의 땅이라고
그래도 이게 나의 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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