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토로

자그마치 2018.03.27 87
한 번은 고래를 만들었는데
조그맣고 귀엽게 만들려했는데 
그만 커버린거야
너무 커져버린거야
이걸 어쩜 좋아
숲에선 나무에 끼어버리고
하늘에서 살기엔 맞는
날개가 없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너의 운명

가거라 바다로 
알아서 잘 살아보거라

한 번은 남자와 여자를 불러
양쪽 하늘을 지키라 했는데 
둘이 좋아한거야
서로 사랑한거야
이걸 어쩜 좋아
남자는 날마다
소리 지르고 또, 여자는
그리움에 밤새 목 놓아 우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너희 운명

가거라 땅으로 
둘이서 잘 살아보거라

세상을 만든 지 일주일이 안 돼
너무나 많은 것 저질러 버렸네
계절은 일 년에 네 개나 만들었고
낮과 밤도 매일매일 바꿔야 되네
하늘엔 먹구름과
번개가 내려치고
폭발해버린 화산은 대지를 덮쳤네
아무리 애를 써 봐도 감당이 안 돼
그렇다고 이 내가 어디
기도할 데도 없잖어

인간에게 감성 이성과 자유를
건네주고 온 세상을
잘 가꿀 것이라 난 믿었었는데
이놈들 온 땅 위의 생명은
죄다 다 따먹고 이거 해 달라
저거 달라 졸라 졸라대는데

나 이제 가노라 
이제는 너희가 
알아서 잘 살아보거라
매거진 앱에서 영상보기
상세보기
 님 프로필 이미지
리뷰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