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서울은 (With Sigma)

강 고흐 2018.04.10 73
어제 꿈이 뭐냐면 말야
멀리 부산에 계신
엄마가 나왔어
그런 엄마한테 나 힘들다고
여태 내색 안 했지만
솔직히 힘들다고 해
깨고 나서 정말
다행이다 생각했지
꿈이라서 말야 정말로
엄마는 몰라야 해
내가 힘들다는걸
엄마를 속여야 해
나는 행복하다고

여기 서울은
너무 재밌어
여기 서울은
즐길 거리가 너무 많아
여기 서울은
너무 밝아서
여기 서울은
여기 서울은

어제 전화 안 받았다며 아침에
서툰 문자로 밥 먹고 다녀 ‘예'
뒤에 ㅋ도 ㅎ도 없이 난
내 안부를 전하고
1이 없어지면 당장
큰일 날 것처럼 얼른 홈 버튼
뒤늦은 사춘기의 아들
서른의 벤자민 버튼
겉모습만은 고수하고 있는 척해
여기 서울을 걷는 뒷모습들 중
자연스레 섞여보는 내 걸음만
원치 않은 절름 냉장고 속을
들여다보니
바닥이 보이는 쉰 김치
찌개를 끓이려다
귀찮아 다시 깊숙이
밀어 넣지 화풀인
애꿎은 라면 봉지
면이 고구만가 봐 삼키기 어렵지

여기 서울은
너무 재밌어
여기 서울은
즐길 거리가 너무 많아
여기 서울은
너무 밝아서
여기 서울은
여기 서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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