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어느새 눈은 붉어지고
코 끝에 찡한 촉촉함은
절대 거부 할 수도 없는
때론 장난과도 같은 
운명과도 같은 휴식처

무엇도 할 수가 없게 돼
이마에 온기가 찾아 들 때면
처음 그 느낌처럼
결전의 순간처럼
사라락 다가오는 짜릿한 떨림

피할 수 없으니 즐겨야 겠지
때가 됐으니 받아 들여야 겠지
작고 아담한 두 개의 캡슐에
온 몸을 맡긴 채 
난 두 눈을 감는다

알고 보면 참 고맙기도 해
하루종일 쉴 수 있으니
피할 수 없으니 즐겨야 겠지
때가 됐으니 받아 들여야 겠지
가지런히 접힌 차디찬 수건에
내 영혼을 맡긴 채 
난 두 눈을 감는다

눈을 감는다 (꿀잠을 잔다)
오 감기 (열이 녹는다)
오 감기 (오 아직은 안돼)
오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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