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

화나 (Fana) 2018.09.14 190
이렇게 나 천천히
곁엔 아무도 없이
언젠가 조용히
몰래 나 홀로이
사라지고 싶어
나만이 여기서
하얀 기포 위로 잔잔히 노닐어
가만히 떠있고
가라앉지 더 밑으로

날 더 찾지 않는 곳에
상처받지 않는 곳에
바람도 맞지 않는 곳에
살갗도 닿지 않는 곳에

흘러갈래
흘러갈래

만나고 싶지 않아
말하고 싶지 않아
보고 싶지 않아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아
그 말 듣고 싶지 않아
관심 두고 싶지 않아
눈 뜨고 싶지 않아
고개 들고 싶지 않아

이렇게 나 천천히
곁 엔 아무도 없이
언젠가 조용히
몰래 나 홀로이

흘러갈래
흘러갈래

찬 수면 난 부연 반투명 잠수종
우연 혹은 운명 따라 
유영하는 유령
단조롭게 감정 없게
지나간 건 그렇게 남겨놓게

이렇게 나 천천히
곁 엔 아무도 없이
언젠가 조용히
몰래 나 홀로이

흘러갈래
흘러갈래

일방통행 하는 시간 속에
느린 파도 헤매는 마지막 여행

볼록렌즈 오목렌즈
초록색 몸 속의 Hologram

이렇게 나 천천히
사라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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