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덕의 소치

보이어 (Voyeur) 2018.10.22 42
Voyeur [숲에 이르기 직전의 밤]

그리고 낮 동안 난 벽에다 썼지, 마마 사랑해 마마 사랑해, 그 애 눈에 띌 수밖에 없도록 벽이란 벽엔 모두 다, 난 밤새도록 다리 위에 있을 거야, 마마, 지난 밤의 그 다리 위에, 하루 종일, 난 미친놈처럼 뛰어다녔어, 돌아와 마마 돌아와, 난 미친놈처럼 썼어, 마마, 마마, 마마, 그리고 밤에는 다리 한가운데서 기다리다가, 아침이 되자마자 벽에 다시 쓰기 시작했어, 그 애 눈에 띌 수밖에 없도록 모든 벽에다가 썼어, 다리 위로 돌아와, 한 번만 돌아와 줘, 딱 한 번이면 돼, 내가 널 볼 수 있도록 일 분만 돌아와, 마마 마마 마마 마마 마마 마마, 

내가 콜테스의 희곡 「숲에 이르기 직전의 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내 이름은 마마야, 네 이름은 내게 말하지 마, 네 이름은 말하지 마, 온 수로를 휘저으며 온 밤을 다리 아래서 다리 위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는 한 사람의 이미지. 진짜를 찾아 헤매는 절박. 물결에 부서지는 빛처럼 음은 흐른다. 끝내 부를 수 없는 진짜를 영원히 비밀로 두기로 했어. 마마, 마마, 숲은 어둠으로 부풀어 오르고 나무들은 가지를 흔들며 침묵에 가까운 노래를 부른다. 매일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기를, 순간이 영원이 되기를 바라. 그럴 수 없다는 거 다 알면서. 그래도 기도했지. 이해 없이 흙속에 발을 밀어 넣는 밤의 짐승처럼, 거울 속에서만 숨 쉬는 빛의 그림자처럼, 더 이상 쥘 것이 없어 맞대어 보는 차가운 두 손처럼, 그런 마음이 음악이 된다면 그게 이 다섯 곡의 기도라고, 나는 보이어의 음악을 그렇게 들었다. 마마, 마마, 이 숲은 길을 잃기에 적당하고 아직 어둠은 찾아오지 않았다. 거기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우리는 스쳐 지날 수도 있고 가까이 다가가 끌어안고 키스할 수도 있겠지. 아무런 인사도 없이 아무런 이별도 없이. 숲의 시작과 끝이 그러하듯. 관념인 동시에 실체 없는 실체로 존재하는 것을 나는 음악이라고 영혼이라고 쓴 적 있다. 그것은 마비와 전율 혹은 가장 밝은 동시에 가장 깊고 가장 명확한 동시에 가장 난해한 것이라고. 길을 잃은 숲의 사람들은 항상 고개를 들어 올려 하늘을 봐. 그리고 길고 긴 선율을 끌고 사라지는 날개. 마마, 마마, 그것을 결코 발음할 수 없어서, 내 이름은 마마야, 네 이름은 내게 말하지 마, 네 이름은 말하지 마, 그럼 물을 거야.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가고 싶은데? 

파랑으로부터 파랑에 가까워지며 파랑을 잊는 두 손으로. 그 손으로부터 시작되는 음악. 그런 음악이 여기 있다.

- 시인 백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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