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가

권선홍 2019.04.17 62
벌써 우린 서로의 발끝만 보는데
고개 들고 받아 내 하이파이브
메리트랬지 몇 년 전엔 깡패같이 젊은 게
빛바래가는 어린 날의 상상

빛이 없어 시꺼매
눈 감은 듯 뵈는 게 없네
어둠 속 내 두려움 다 가져가
이 터널의 끝에 마주할 영화
흑백 크레딧에 이름 올려
위를 봐 하늘은 맑아

그래 우린 위태로워 깰 듯해
꽉 쥐고 조심스레 다루네
이 파이가 너무 작아도
계산보다 먼저 배운 나눗셈
학교에선 안 배운 거
춥고 배곯을 때 이 현실을
‘MLSL’이라 쓰고 읽어 ‘로맨스’

걍 날아가게 두자 괜히 울컥한 순간
어찌 됐든 막은 올라
내딛는 왼발엔 성급한 시선 놓고 가
결국 못 가는덴 안 가면 되니까
고개 들고 올라가

올라가 올라가
우리가 쓰러뜨릴 벽이 앞을 가로막지만
가볍게 뛰어넘어가

올라가 올라가
우리가 쓰러뜨릴 벽이 앞을 가로막지만
또 뛰어넘어가

낮이고 밤이고
낮이고 밤이고
낮이고 밤이고
낮이고 밤이고

올라가자 ‘partykid’, ‘HOZY’, ‘값진’
여전히도 ‘우람이형’까지
우린 급해도 너무 급했지
텅 비어있다고만 느꼈던 양손을 허우적
뭐라도 쥐어보려 발버둥 쳐
잃어버린 로맨틱 라이프

뛰어넘으려 했던 벽, 안 넘어졌던 건
벽 아래 등 기대고서 쉬었던 ‘히든카드’의 바이브
보라색이었던 하늘이 투명해 우릴 적셔
어느새 부쩍 자라 높아질 테니 잘 봐

밤새우고 새운 뒤 새벽이 돼도
일어나 발을 디뎌 또
매일 매일이 되풀이돼도
끝이 보일 걸 믿어 곧

절대 잊지 않게 지금 발을 내딛는 기분
영감이 되겠지 거칠게 마신 공기들
같은 하루가 지긋지긋해도 천천히 기억해
한 칸씩 올라가는 발 앞에 다시 조명을 비출게

올라가 올라가
우리가 쓰러뜨릴 벽이 앞을 가로막지만
가볍게 뛰어넘어가

올라가 올라가
우리가 쓰러뜨릴 벽이 앞을 가로막지만
또 뛰어넘어가

낮이고 밤이고
낮이고 밤이고 우리가 여기 몰두할 때
낮이고 밤이고
더는 망설이지 않아 천천히 가도 괜찮아
낮이고 밤이고
낮이고 밤이고 깨있지 아직도
낮이고 밤이고 예
낮이고 밤이고 가자

올라가 올라가
우리가 쓰러뜨릴 벽이 앞을 가로막지만
가볍게 뛰어넘어가

올라가 올라가
우리가 쓰러뜨릴 벽이 앞을 가로막지만
또 뛰어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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