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ewell. jdj, knh (1972)

조동익 2020.05.13 45
숫기 없는 내 오빠의 부탁으로 
난 지금 그가 써놓은 아주 짧은 이야기를
그를 대신해 읽으려 한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난 알지 못한다
두 사람은 거의 가진 게 없는 가난뱅이였지만 
함께 살 게 되었다
한 사람은 나의 작은형이고 
또 한 사람은 나의 작은형수다

방안엔 낡은 전축과 큰형에게 물려받은 
작은 레코드 장,
통기타, 청바지와 티셔츠 몇 벌이 
거의 전부였다

낡고 오래된 그 아파트엔 
작은방 하나, 화장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부엌, 
그리고 그 집엔 늘 음악이 흘렀다

토요일이 오면 모아뒀던 용돈으로 
담배 한 갑을 사서 
그 집으로 달려갔고 일주일 중에 
가장 신나는 순간이었다
날 너무 반갑게 반겨줬던 작은형수

식사 시간이 되면 작은형수는 
통기타 하드케이스를 눕히고 
저녁 밥상을 준비했다
식사가 끝나면 거기엔 
오선지가 놓이기도 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어느 저녁엔 
이가 몹시 아파
작은형수가 건네준 진통제 두 알을 
한꺼번에 삼켜버렸고
잠시 후 난 어지럼증과 함께 
공중으로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작은형의 낮은 기타 소리와 
노랫소리가 너무 아름다웠고
창밖엔 하얀 달빛이 쏟아지고 
찹쌀떡 장수가 지나간다

촛불을 밝히고 커피 한잔을 
아껴 마시는 듯 나눠마시며
노래를 만드는 작은형의 
그림자가 하얀 벽에 비쳐
느릿느릿 춤을 추고 나는 
잠을 이룰 수가 없이 행복하다
마치 꿈을 꾸는듯 했다

일요일 아침 가까운 시장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작은형수의 긴 생머리가 바람에 날린다
작은형수는 매번 날 주려고 
‘줄줄이 사탕’이라는 이름의
줄줄이 길게 매달린 사탕을 잊지 않았다

그 낡고 오래된 아파트는 
오래전에 헐려 없어졌고
내 눈에 그렇게 아름답게만 
비쳤던 두 사람도 이젠..

하지만 아직도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처럼 
그리워지면 난 거기로 달려간다 
그곳에선 늘 작은형은 밤새 
촛불 밝혀두고 노랠 만들고 있으며
일요일 아침 가파른 언덕을 지금도 
작은형수는 장을 봐 올라오고 있다

난 거기로 달려간다
난 또 거기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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