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꾸는 여름꿈

박혜리 2020.07.10 22
음악인으로서의 내가 희미해져 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
엄마가 되어 깨닫게 되는 시간과 몸에 대한 이해가 만든 음악, 박혜리 2집 [잃어버린 블루]

2020년, 우리는 불안하다. 난생처음 겪는 일상의 긴장 속에서 우리 마음은 불안, 공포에 휩싸였다. 종종 우리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잊곤 한다. 음악을 듣거나, 여행을 향유하던 시절의 나는 어디로 갔을까? 이제 더 이상 그런 순간은 없는 것일까?

이제 우리는 무엇을 꿈꾸며 살아야 할까. 소박했던 우리의 꿈. 내 아이에게 파란 하늘을 보여주고 싶다, 낯선 도시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편안하게 대화하고 싶다, 매일 이별하며 살더라도 그 기억을 잘 간직하고 싶다... 어쩌다 이런 바람이 큰 기적과도 같은 일이 되어 버렸을까?

박혜리 2집 [잃어버린 블루], 길 위의 음악가에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박혜리. 에스닉 퓨전밴드 '두번째달', 아이리쉬 밴드 '바드', 정원영 밴드의 키보디스트, 혹은 유재하가요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라는 소개 보다 ‘윤이 엄마’로 하루하루를 가득 채우는 그녀. 엄마가 된 그녀는 일상의 소박한 꿈을 담은 음악으로 전보다 더 우리를 보듬는다. “내가 아닌 다른 이를 돌보며 사는 사람들, 그래서 자기 자신이 희미해지는 거 같다는 느낌으로 서글픈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음악이 되길 바랍니다.”

그 어느 때보다 음악의 위로가 필요한 지금, 우리에게 다가온 박혜리 2집은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만들어진 음악들이다. “곡을 만드는 내내 고통스러웠어요. 아이를 재우고 난 뒤 그제서야 남은 나만의 시간, 그 자투리 시간을 붙들고 울며 한음 한음 찾아가는 기분으로 만들었어요. 그런 시간 속에서 마침내 탁월한 멜로디와 화성을 찾아냈을 때 너무 행복했습니다. 오래전 처음 곡을 만들던 때의 마음이 떠오르며 두근거렸어요. 결국 나는 이런 음악을 만들면서 나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사람이구나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로 불안한 마음을 잠시 내려두고, 볼륨 높여 박혜리 2집을 들어보면 어떨까. 보이지 않아 더욱 잘 들리고 깊이 새겨지는 그녀의 위로로 조금이나마 이 시절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written by 마더컨트리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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