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잠들지 못하는지

김선율 2021.12.06 4
친애하는 당신에게 안온한 잠을, 김선율 EP [휴가 : Lullaby for_]

지친 우리의 밤은 멍이 들었다. 낮의 어디에 부딪혔는지조차 알 수 없는 통증을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유독 길다. 잠이 우리를 피해 가고 아픈 밤은 점점 길어질 때 우리는 울며 꿈꾼다. 어떤 안온한 잠을. 그리고 그로부터 찾아올 완전한 휴식과 평안을.

김선율의 첫 번째 EP [휴가]는 고된 밤에서 시작한다. 그의 밤은 ‘어쩌면 이미 끊겨버린’ 버스를, 안녕을, 사랑을 막연히 기다린다.(긴 하루의 끝) 그는 ‘삶처럼 하염 없는 길’ 위에서 그가 사랑하고 몰두해온 것들이 폐허말고 향기도 남겼는지 묻는다. 지친 그는 ‘무엇의 꼬투리를 잡아야 할지 몰라’ 멍하니 앉아서는 무엇이 사라졌는지, 또 어떤 게 문제였는지 생각하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하고 괜한 불면증을 탓한다(불면의 빨래방). 아파서 묻어둔 어둠은 불면의 꼬리만 길게 늘인다.

그러나 그는 이 불면과 유예된 고통을 자장가에 담아낸다. 앰비언스 사운드 속 목소리는 마치 잠들기 직전에 듣는 이야기처럼 수면 아래에서 껴안는 것 같다. 고된 밤을 잠의 세계로 이끄는 이 이야기는 결국 위로의 차원으로 격상된다. 개인의 어둠과 버거움은 우리의 이야기가 되고, 2인칭의 노래를 통해 청자에게 말을 건넨다. 러시아에서 구전된다는 무서운 자장가처럼 날카로운 현악기의 소리는 어둠보다 내일이 무서울 것이라며 빨리 우리를 잠으로 내몰려 하지만(왜 잠들지 못하고), 곧 따뜻하게 토닥이는 음정으로 우리를 달래고 위로한다(자장자장).

그리고 그는 우리에게 그믐달을 선물한다(그믐). 민요 ‘자장가’를 활용한 익숙한 멜로디와 빗소리는 평화로운 잠을 위한 짙은 어둠이 되고, 그 위의 당신-우리-은 달을 닮은 환한 미소가 될 것이다. “잘자, 사랑하는 나의 ____” 는 우리가 그의 선율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할 메시지가 된다.

본 앨범의 음악적 중심을 김민수 프로듀서가 잡는다면, 성연준 감독의 시각화에 의해 완성된다. 다섯 곡 전체의 영상을 연출하며 촬영과 편집까지 담당한 그는, 전작인 영화 〈유영〉, 뮤직비디오 〈블루프린트-머물러줘〉, 〈학표-눈짓〉에 이어 그만의 영상미학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현실적인 공간 속 초현실적인 오브제는 때로 맥거핀으로 기능하며 인물과 공간에 집중하게 하고, 때로는 강력한 상징을 바탕으로 단순한 이야기에 맥락을 제공한다. 이에 콜렉티브 꼼의 무용수이기도 한 박세은 배우는 감정을 숨김으로써 보여주는 연기를 통해 몰입도를 높이며, 빈칸이 많은 영상 속 중심을 잡는다.

김선율의 첫 번째 EP [휴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평화로운 잠이 찾아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출처를 모르는 멍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서로의 품을 내어주는 것. 당신이 당신과 나의 이야기 속에서 아픈 밤을 멈출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여기, [휴가]를 함께 듣는 김선율과 친애하는 우리에게 안온한 밤이, 안온한 잠이 찾아오기를.

글 : 김유경 / 작가

[Credits]

작곡 : 김민수
작사 : 김민수
보컬 : 강지수(track 3), 김민수(track 1,3,5), 오지선(track 1), 조아라(track 1)
연주 및 프로그래밍 : 김민수
레코딩 : 김민수, 김민우(track 3)
믹싱 : 김재성, 김민수
마스터링 : 김재성

커버 디자인 : 김민수
뮤직비디오 연출 : 성연준
뮤직비디오 출연 : 박세은
뮤직비디오 제작 크루 : 김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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