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 Nap

이종범 2022.03.25 11
어렸을 때 전학을 자주 다녔습니다. 거의 매년 학교를 옮겨다니다 보니, 등하교 길을 함께 할 친구가 귀해졌고 결국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걸었죠. 음악을 너무 좋아하는 아이가 혼자 길을 걷게 되면 휘파람을 잘 불게 되는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을 때에도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요.
휘파람은 누구나 불 수 있지만 (...소리도 나지 않는다고 화내실 분들께 미안합니다) 또 그만큼 다듬기는 어려운 악기입니다. 호흡이 흔들려도, 립밤을 깜빡해도 소리가 예쁘게 나지 않거든요. 그래서 곡을 만들거나 녹음을 할 때면 차분하게 저의 들숨 날숨에 집중하게 됩니다. 가끔은 그냥 바람새는 소리만 날 때도 있지만 그 소리도 그것대로 좋고요.
멋진 프로듀서님으로부터 과분한 곡을 받아 처음으로 앨범 작업을 하게 되었지만 앞으로 틈날 때마다 제 안에서 떠오르는 음악을 바람소리에 담아보려고 합니다. 대단한 음악이 아닐수도 있지만 큰 감동보다 소소한 하루의 BGM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프로듀서 지쿠님으로부터 처음 이 곡을 받았던 밤, 저는 여러 고민들로 잠들지 못하고 있었어요. 머리만 뉘이면 바로 잠들수 있다는게 자랑이었던 저도, 나이가 들면서 어둠 속에서 눈을 뜨는 날이 많아졌거든요.
저의 첫 싱글인 'Flower Nap'은 저처럼 다양한 이유로 잠들지 못하거나, 혹은 얕은 잠 사이사이 눈을 뜨게 되는 친구들을 위해 연주한 곡이에요. '꽃잠'은 신혼 부부의 첫날 밤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깨지 않고 깊이 빠진 잠을 의미하기도 하거든요.
멜로디를 녹음하는 내내, 낮동안 어지른 방을 밤시간 동안 하나씩 정리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평소 잠이 안 오면 틀어두었던 지쿠님의 기타소리가 제 연주 사이에 들리는게 신기한 기분이었죠. 드러머 염성길님의 브러시 소리는 저의 불면에 늘 효과가 좋았던 빗소리를 닮았고요. 부디 이 곡을 듣는 분들이 아침까지 한번도 깨지 않고 깊게 잠들수 있길 바랍니다.

[Credit]
휘슬 이종범

프로듀서 G.QOO
작곡 G.QOO
편곡 G.QOO

연주
G.QOO (기타 | 피아노 | 신스 | 베이스 | 멜로트론&프로그래밍)
염성길 (드럼)

녹음 G.QOO @ZIZE STUDIO
믹싱 G.QOO
마스터링 Miles Showell @Abbey Road Studio, London

M/V 프로듀서 홍승철
M/V 촬영 강국현
M/V B카메라 손홍락
M/V 촬영팀 김희원 | 정다해 | 이성구
M/V 조명 김효림
M/V 조명팀 정지원 | 김선중 | 강혜민
M/V 연출 이하은
M/V 조연출 신효성

커버 사진 강국현
커버 디자인 이시아
제작 진행 큰미미 | 김도연 (주)STAGE8 (stage8.co)
제작 모닥불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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