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윤종신 2022.04.25 188
하루에 두 번이면 된다고 
먹기 힘든 식후에 꼬박꼬박 빠지지 않고
별다른 차도가 보이지 않아 
그래도 믿어야지 
확신에 찬 그 의사의 그 진단을

맘에 걸리는 게 있어 
너의 이야기를 차마 그에게 
아프다 하지 못했어
무력한 이 밤들이 꽤 오래된 
내 증상이었음을
내 그리움에 무슨 약이 있을까 

서로 절대 아프지 말자 했는데 
보란 듯이 잘 살 거라 다짐했는데
처음 보는 그 의사에게라도 
말할 걸 그랬었나 봐
중요한 약이 하나 빠진 것 같아

푹 쉬면 아마 나을 거라고
그래도 믿어야지 
확신에 찬 그 의사의 그 진단을

맘에 걸리는 게 있어 
너무 사랑했던 니가 온몸에 퍼진 걸 
말 못 했어
측은한 눈빛으로 고칠 수 없다고 
돌려보낼까 봐
내 추억 지워버리는 약 줄까 봐

서로 절대 아프지 말자 했는데 
보란 듯이 잘 살 거라 다짐했는데
이렇게 흔한 병에 나약해진 이런 말들 
지껄이는 나
이제 식사 후 약 먹을 시간인가 봐

잠이 오면 잠이 와서 
스며드는 약효와 너는
또 잠을 깨면 잠을 깨서 
선명해진 니 모습
나에겐 항체가 없나 봐
너와 싸울 수 없어

푹 쉬면 아마 나을 거라고 
쓰여진 처방을 믿을 거야
끝없는 사랑이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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