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정홍일 2022.05.30 68
가난한 마음 끝에 지쳐갈 때면 
아담한 어깨를 빌려줘
고단한 하루 끝에 쓰러질 때면 
소리없이 잠시만 안아줘

사는게 온통 내 뜻대로 되지 않아 
다 포기하게 될까 두려워
내일은 조금 나을거라 믿어봐도 
뻔한 하루가 될까 두려워

긴 절망 그 끝에 다 무너질 때 
언제든 잠시 쉴 수 있는 그늘처럼
무거운 삶에 초조해진 표정까지 
숨길 수 있는 그늘처럼
참다 참다 또 울먹여도 
그 눈물까지 가려주는 그늘처럼
이 세상 앞에 당당히 더 큰 날개를 펼쳐

견디고 참고 버텨봐도 끝이 안 나 
또 포기할까 두려워져
오늘만 가면 괜찮다고 믿어봐도 
뻔한 내일이 또 기다릴까봐

긴 절망 그 끝에 다 무너질 때 
언제든 잠시 쉴 수 있는 그늘처럼
무거운 삶에 초조해진 표정까지 
숨길 수 있는 그늘처럼
참다 참다 또 울먹여도 
그 눈물까지 가려주는 그늘처럼
이 세상 앞에 당당히 더 큰 날개 펼친채로

힘든 시간 속에서 나를 잃지 않고 
끝도 없이 다시 훨훨 날아

길을 잃어 헤매이다 지쳐갈 때도 
큰 그늘 펼친 날개 아래 숨을 쉬어
찢기고 다친 마음까지 여미게 해 
넓고 포근한 품에 작은 위로가 돼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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