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경 2022.08.04 7
아들이 입대한 뒤로 아내는 새벽마다 남몰래 일어나 
비어 있는 아들 방 문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몸을 앞뒤로 시계추처럼 흔들며 기도를 한다.

하느님 아버지, 어떻게 주신 아들입니까? 
그 아들 비록 어둡고 험한 곳에 놓일지라도 
머리털 하나라도 상하지 않도록 
주님께서 채금져 주옵소서.

도대체 아내는 하느님한테 미리 빚을 놓아 
받을 돈이라도 있다는 것인지, 
하느님께서 수금해주실 일이라도 있다는 것인지 
계속해서 채금債金져 달라고만 
되풀이 되풀이 기도를 드린다.

딸아이가 고3이 된 뒤로부터는 
또 딸아이 방 문 앞에 가서도 
여전히 몸을 앞뒤로 흔들며 똑같은 기도를 드린다.

하느님 아버지, 이미 알고 계시지요? 
지금 그 딸 너무나 힘든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오니, 
하느님께서 그의 앞길에 등불이 되어 
밝혀주시고 그의 모든 것을 채금져 주옵소서.

우리 네 식구 날마다 놓인 강물이 다를지라도, 
그 기도 나룻배의 노櫓가 되어 앞으로인 듯 뒤로 인 듯, 
흔들리며 나아감을 하느님만 빙긋이 
웃으며 내려다보고 계심을, 
우리는 오늘도 짐짓 알지 못한 채 하루를 산다.
앱에서 영상보기
상세보기
 님 프로필 이미지
리뷰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