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2

이선경 2022.08.04 2
한번은 좋아서 미쳐버리고 두 번은 좋아서 
죽어주자던 바다, 바다, 바다, 바다. 
수없이 많은 정신의 반딧불들만 모여 
파닥이는 일렁이는 바다, 바다. 
그래도 그 것 뿐일 수밖에 없는 누천, 
누만년을 기다리고 기다려 봐도 
일어서지도 넘어지지도 못하고 
그저 늘펀히 그대로 늘어져 있는 것 밖엔 
아무 재주도 없는 너 바다, 바다.
너무 오래 용상에 앉아 땀띠 돋은 
선덕여왕의 희뿌연 엉덩이의 살, 
그녀 선덕여왕을 너무 사모해 새까맣게 타서 
재가 된 지귀의 뼈다귀, 
또 다른 한 선덕여왕과 한 지귀의 뼈다귀, 
모두 모여 손으로 발로 긁고 두드리고 
피 흘리며 눈물 찔끔 진물 흘리며 
오늘에 이른 너 만년 혁명주의자, 
만년 행려병자, 만년 반항아여!
 
오늘은 내 너 앞에 혼자 찾아와 
혼자 파닥이며 일렁이며 
눈물 글썽글썽 잘못 꾸려온 어제와 
잘못 꾸려갈 내일까지 보태어 
뉘우치며 뉘우치며 서 있느니 소금바람에 
전 건포가 되어가고 있느니, 
언제쯤 된서리에 이마빽이 벼슬이 더 빨개져 
어둠에서 길을 찾아오는 숫놈기러기의 길이 
내게도 열려 서러운 나의 길을 떠날까 보냐, 
길 없는 바다에 뱃길을 내이며 
나도 훨훨 떠날 수 있을까 보냐, 
발돋움해보는 바다. 바다, 바다, 바다, 바다. 
너 누천만년 비 생활인의 피인 바다, 바다, 
우리의 썩지 않는 어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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