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멍

윤종신 2022.08.29 110
몰라 오길 잘 한 것 같아 
터질 것 같던 내 머릿속
여기선 배고픈 나부터 우선은 챙길 거야

난 이제야 숨을 쉬네 
숨 같은 숨을 쉬어보네
엉킨 내 생각 어쩌겠어 
불 피워 볼까

뚫어져라 바라보면 자꾸 떠오르고
지나간 날들이 생각이 나 요즘 난 
잘 하고 있는 건지

겨우 한 모금 퍼지는 취기 
온도는 나를 더 다독이고 있어
잘 하고 있다고 그냥 난 나일뿐이라고

타들어가는 땔감들 속에 
무책임하게 내 걱정도 우겨 넣어
오늘 밤은 태워 버릴래 밤하늘로

꺼지지 마 계속 타줘 애써 살리고픈
서글픈 재 만이 남은 그게 싫어서
마치 나인 것 같아서

두 모금 살짝 풀리는 마음  
향기는 나를 더 위로하고 있어
그럴 수 있다고 누구든 그랬을 거라고

타들어가는 기억들 중에
너와 나 유난히 남겨 놓고 싶지만 
이제는 다 태워 버릴래 저 하늘로

다 타버릴 그때까지 난 참 괜찮은 땔감이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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