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최백호 2012.12.27 904
긴 꿈이였을까 
저 아득한 세월이
거친 바람속을 
참 오래도 걸었네
긴 꿈이였다면 
덧없게도 잊힐까
대답없는 길을 
나 외롭게 걸어왔네

푸른잎들 덮고 
새들노래를 하던
뜰에 오색향기
어여쁜 시간은 지나고

고마웠어요 
스쳐간 그 인연들
아름다웠던 추억에 
웃으며 인사를 해야지
아직 나에게 
시간이 남았다면
이 밤 외로운 
술잔을 가득히 채우리

푸른하늘 위로 
옷은 날아오르고
꽃잎보다 붉던 
내 젊은 시간은 지나고

기억할게요 
다정한 그 얼굴들
나를 떠나는 시간과 
조용히 악수를 해야지
떠나가야할 
시간이 되었다면
이 밤 마지막 
술잔에 입술을 맞추리

긴꿈이였을까 
어디만큼 왔는지
문을 열고 서니 
찬 바람만 스쳐가네
바람만 스쳐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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