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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탐구 생활 #14

가요 탐구생활

가요 탐구 생활 #14 - 케이팝 아이돌, 해외 페스티벌에도?

케이팝 아이돌이 대중음악 산업의 한 극단이라면, 또 하나의 극단은 바로 대형 페스티벌일 것이다. 전형적인 이미지라면? 커다란 야외무대와 드넓은 벌판, 진흙, 나부끼는 대형 깃발들. 깃발을 드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경험자의 말로는 ‘그냥 기분이 좋다'고 한다. <전국 노래자랑>의 객석에도 태극기를 든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듯, 사람은 흥이 나면 뭔가 손에 들고 흔드는 걸 즐기는 본성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아이돌 콘서트의 응원봉과 비슷하다고 멋대로 생각해버리기로 하자. 어쨌든 대형 페스티벌은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화려한 음악 현장이다. 무대도 음악 소리도 가능한 한 크게, 그리고 가장 인기 많은 아티스트들이 불과 2~3일 사이에 수도 없이 등장하니 말이다. 관객 역시 어떤 것도 거리낄 것이 없다. 유명 페스티벌들이 종종 ‘n일간의 낙원'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락페'라는 약어가 익숙할 정도로, 역사적으로 대형 페스티벌은 록 중심이었다. 일렉트로닉이나 힙합, R&B, 소울 등 다양한 음악을 소화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고 특히 최근 약 10년간은 EDM의 유행으로 더욱 가속화됐다. 국내의 페스티벌들도 실력파 아이돌들을 향해 꽤 적극적으로 손을 뻗어왔다 그럼에도, 해외의 대형 페스티벌과 케이팝 아이돌은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돌의 화려한 퍼포먼스 역시 큰 무대에서 더욱 멋지게 빛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대형 페스티벌을 발달시킨 영국과 미국의 대중음악은 공연장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케이팝의 출발점에는 지상파 TV 음악방송이 있었다. 카메라와 브라운관(✑ 다음 중 자신의 화면 유형을 골라 이 단어를 대체하시오: LCD, LED, OLED, QLED)을 통해 감상할 때 최대한의 임팩트를 주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아이돌이 대형 페스티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해외에선 케이콘(K-CON) 같은 대형 이벤트들이 성공리에 지속되고 있고, 국내에도 연말 시상식들이 있다. 아이돌 콘서트 현장도 매번 뜨겁다. 그러나 장내가 일치감을 느끼며 한 아티스트에 집중하는 단독 콘서트나, 드림콘서트의 전통을 이어받아 팬덤간의 우정과 신경전이 오가는 시상식 무대는, 대형 페스티벌과는 다른 종류의 감상법을 요한다. 결국 관객과 그들의 기대치의 차이가 가장 크다 하겠다.

그러니 대형 페스티벌이 아이돌을 초청할 때는, 그런 기대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는 아티스트라는 확신이 있어서일 것이다. 실력이 뛰어나든, 스타일이 독창적이든, 또는 다른 이유에서 주목할 이유가 있어서든. 케이팝에 대한 세계 시장의 늘어나는 관심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유수의 페스티벌 중 한국 대중음악 팬에게 가장 익숙해진 것은 아마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일 것이다. 엄밀히 말해 ‘락페' 스타일의 음악 페스티벌은 아니다. 다양한 대중문화의 새로운 흐름을 소개하는, 일종의 박람회에 가까운 곳이다. 미디어의 관심 역시 매우 높다.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소수의 아티스트가 선보여졌고, 특히 2013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K-Pop Night Out”을 계기로 매년 텍사스 오스틴에 한국 음악 무대가 마련되었다. 케이팝으로 한정하자면 f(x), 현아, 박재범, 크레용팝, 마마무, 자이언티, 레드벨벳, 효린, 이하이, 카드 등이 무대에 올랐다. 특히 2015년 크레용팝은 레이디 가가가 직접 공연을 보러 왔다고 하여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K-Pop Night Out’은 작년부터 ‘Korea Spotlight’로 이름을 바꾸고 인디 음악부터 케이팝까지 다양한 음악을 세계에 소개하고 있다.

보다 본격적으로 ‘록페!’스러운 무대도 있다. 일본에서 열리는 서머소닉(Summer Sonic)이다. 한국인의 록 팬들이 가장 주목하는 페스티벌 중 하나기도 하다. 우선 도쿄와 오사카에서 열리기에 마음먹으면 다녀오기도 좋다. 또한 한국에 좀처럼 오기 어려운 외국 아티스트들이 서머소닉 가는 김에 가까운 서울에도 들러서 내한공연을 갖는 경우도 있다. 역시 일본의 후지 록 페스티벌(Fuji Rock Festival)이 조금은 ‘강경'한 입장으로 라인업을 짠다면, 서머소닉은 보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끌어안는 곳이기도 하다. 케이팝 스타들과의 인연 역시 오래고 깊다.
이미 일본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어온 빅뱅, FT 아일랜드, 씨엔블루, 보아, 소녀시대 등은 일찌감치 초청을 받았다. 2012년의 인피니트, 2015년의 BTS 역시 각자 한창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던 바로 그 시기에 서머소닉을 찾았다. 이외에도 지코, 몬스타엑스, 데이식스, 카드, 자이언티, 이하이, 혁오 등이 무대에 섰고, 특히 CL은 2017년 서머소닉의 가장 메인 무대라고 할 만한 도쿄 ‘마린 스테이지'에 오르기도 했다.

4월에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코첼라(Coachella)는 음악 페스티벌의 ‘끝판왕'처럼 거론되는 행사다. 1999년에 처음 열린 이 페스티벌은 두 번의 주말에 걸쳐 진행되며 하루 평균 방문자만 10만 명이 넘는 초대규모다. 당연히 라인업 역시 으리으리하다는 말 정도로는 한참 모자라다. 최근 들린 소식으로는 올해 코첼라에 블랙핑크가 선다고 한다. 이미 2016년 한국 아티스트로서는 최초로 에픽하이가 찾은 바 있는데, 올해는 블랙핑크 외에도 혁오와 잠비나이가 무대에 선다고 한다. (그리고 YG라는 이름도 있지만 아쉽게도 다른 YG다.)

페스티벌에 선다고 해서 반드시 ‘전세계가 우릴 주목'한다는 법은 물론 없다. 대개의 페스티벌은 동시에 여러 곳의 무대를 꾸리고 관객은 가장 보고 싶은 아티스트를 찾아, 혹은 다음다음 공연의 맨 앞줄을 찾아 현장 곳곳을 헤맨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 페스티벌 초청은 기획자가 아티스트에게서 ‘뭔가'를 봤기 때문일 가능성도 높다. 그 안목이 불꽃을 일으키는지는 현장에서 확인할 일이다. 마침 코첼라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니, 안방 1열에서 펜스를 잡고 기다려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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