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말로(Malo) 3집

말로(Malo) 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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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앨범유형
정규앨범 , 정통 / 재즈
발매일
2003.04.01
앨범소개

말로 - [ 벚꽃 지다 ]

 

처음 재즈 잡지의 기자로 활동할 무렵 그녀의 존재를 알기 시작했다. 버클리 음대를 다니던 중 귀국하여 재즈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그녀는 탁월한 가창력과 화려한 스캣으로 단숨에 국내 최고의 재즈 보컬리스트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녀가 보여줬던 강한 자신감과 열정은 국내에서도 놀라운 재즈 보컬리스트의 탄생을 기대하게 하였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국내에서 발표되는 재즈 앨범은 음반사, 기획사, 아티스트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문제들 그리고 홍보 부족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는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이미 ’98년 1집 [Shade Of Blue]와 2집 [Time For Truth]를 제작하였지만 2집은 발매도 되지 못하는 불운을 맞이하였다. 결국 5년간의 기다림 끝에 말로는 그녀의 세 번째 앨범을 발표, 비로소 대중들과의 만남을 갖게 되었다.말로로 이름을 바꾸었다. 어떤 의미일까? 하지만 새 앨범 ‘벚꽃 지다’를 들어보면 대충 짐작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재즈 클럽에서 보아왔던 그녀의 모습, 기존에 알고 있던 재즈 보컬리스트 정말로와는 다른 모습의 그녀가 거기에 있었다. 방향 선회인지 아니면 추구하던 음악이 그것이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총체적으로 그녀의 3집 앨범은 ‘한국형 어덜트 컨템퍼러리’라 부를 만 하다. 지금까지 그녀가 재즈를 노래하였기에 재즈에 집착하여 바라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기존의 가요에 재즈적인 요소를 가미한 크로스오버 음반이라 부르는게 나을 듯 싶다. 모두 12곡으로 구성된 이번 음반에서 말로는 ‘봄날은 간다’, ‘엄마야 누나야’ 등 리메이크 2곡을 제외한 10곡 모두를 직접 작곡하고 노래했으며 전곡을 편곡, 프로듀싱까지 해내는 1인 4역의 재능을 과시했다. 또한 총제작과 전곡의 작사를 맡은 이주엽은 중앙일간지(한국일보)에서 14년간 일한 전직 언론인으로 이번 음반은 그가 지난해 언론사를 퇴사한 뒤 직접 설립한 음반 제작사(JNH)의 첫 작품이다.이번 음반을 위해 말로와 JNH가 쏟은 노력은 앨범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좀처럼 시도되지 않는 스튜디오 라이브 레코딩 방식을 택했다. 기존의 녹음은 악기별 연주를 통한 더빙 방식이었지만 말로는 국내 재즈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손발을 맞춰온 친한 친구들-피아니스트 임미정, 베이시스트 전성식, 기타리스트 정수욱, 드러머 오대원, 비브라포니스트 크리스 바가-을 초대하여 뮤지션들간의 진한 교감이 느껴지는 살아있는 사운드를 담고 있다. 특히 하모니카 연주(‘1994 섬진강’, ‘벚꽃 지다’, ‘아이야 나도 한 땐’)를 맡은 전제덕은 시각장애자로 독학으로 득음한 하모니카 소리는 한국가요에선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미증유의 것이다.

또한 이주엽의 노랫말, 말로의 노래와 함께 앨범을 완성하는 이미지를 위해 저 멀리 강원도 평창군 이곡리에 위치한 노산분교를 찾아가기도 하였다. 음악 자체를 떠나 국내에서 이처럼 통일된 컨셉트를 위해 노력한 앨범을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다.앨범 안을 살펴보면 다양한 음악이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블루스(‘어머니 우시네’)와 보사노바(‘벚꽃 지다’)에서, 펑키(‘저 바람은’), 발라드(‘사랑’, ‘닿을 수 없는’), 그리고 쿨 재즈(‘푸른 5월’)에 이르기까지 말로의 의욕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장르보다도 더욱 크게 어필하는 것은 바로 노랫말이다. 이주엽의 가사는 하나의 시가 되어 말로에게 더욱 풍부한 영감을 주고 있다. 결국 말로의 작곡은 가사가 주는 영감을 배가시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틀을 선택한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토착적인 느낌을 위해 블루스 안에서 노래하고 있으며 사라짐의 애절함은 가벼운 듯 하면서도 애잔한 보사노바의 선율에서 담담하게 읊조리고 있는 것이다.

말로가 얼마만큼 가사를 해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는 앨범 어느 곳에서도 외형적인 가창력에 의존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는 데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녀의 새 앨범 [벚꽃 지다]의 음악은 대부분 청자와 같이 음미하는 작품이지 결코 일방적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곡들이 아니다. 말로가 표현하는 한 음 한 음 안에 이미 가사의 의미가 담겨 있어야 하며 이를 청자들이 공감할 때 비로소 [벚꽃 지다]는 대중들에게 다가서게 되는 것이다. 그랬을 때 30, 40대를 위한 가요가 될 수 있는 법이요, 오늘날 애창되는 김광석의 노래처럼 부르면 부를수록 의미가 곱씹어지는 노래로 태어나게 된다.가사는 주어져있고 이를 음악으로 담은 것도 그리고 이를 전달하는 것도 말로 자신이었으니 이번 앨범에 대한 모든 평가는 바로 말로에게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