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Noomas

Noo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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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찬

앨범유형
정규앨범 , 애시드/퓨전 / 재즈
발매일
2014.07.01
앨범소개

곽윤찬 - [Noomas]


재즈 연주자들이 가장 이루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소원, 희망이 무엇일까? 나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재즈의 고향인 미국에 가서 공부하는 것, 좋은 연주자와 연주하고 녹음하여 앨범을 내는 것, 그렇게 발표한 앨범이 좋은 반응을 얻어 연말 판매 순위나 연주자 순위 상위에 랭크되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명 재즈 레이블과 계약이 성사되어 본인의 음악이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것이야말로 재즈인이 가장 원하는 것이고, 또한 이루고 싶어 하는 자신의 모습일 것이다.


곽윤찬의 3집인 [Noomas]를 자세히 살펴보면 앞서 장황하게 이야기했던 재즈 연주자의 꿈, 음표를 형상화한 블루노트 로고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피아니스트 곽윤찬이 한국인 최초로 블루노트에서 음반이 발매되는 첫 앨범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는 2001년 1집 [Sunny Days]를 녹음할 때부터 해외 유명 연주자들에게 블루노트 레이블과 함께 작업을 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왔는데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낙타가 바늘귀를 지나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할 정도로 까다롭고 힘들다고 했다. 이런 어려운 일을 곽윤찬은 세 번째 앨범 만에 이루어 놓은 것이다. 한국 재즈 시장만을 바라본 마케팅이라면 로고 하나 바뀌는 것에 그칠 수 있지만 블루노트 발매는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일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결정적 동기 부여를 한 것이기에 전 세계 재즈 팬들은 이제 그의 연주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Noomas]는 2005년 6월 LA에서 녹음된 것으로 패티투치와 웨이츠로 구성된 정통적인 피아노 트리오 앨범이다. 기존의 두 앨범은 피아노 트리오에 트럼펫, 색소폰, 기타가 어울리면서 악기간의 구성과 협연을 이끌어가는 리더로서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어 곽윤찬 만의 피아니즘을 듣기에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그러나 정서적인 교감을 나눈 후 이루어진 패티투치와 웨이츠, 그리고 곽윤찬의 완벽한 인터플레이는 유명 피아노 트리오가 표현하는 양식을 유감없이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일본 진출을 염두 해 두고 만든 앨범이라고 할 정도로 세 사람은 테크니컬하면서도 세밀한 면에 신경을 많이 썼다. [Noomas]는 오리지널 비중을 줄이고 스탠더드 위주로 연주를 하여 두 곡의 자작곡과 스탠더드 곡들로 채워져 있는데, 우선 [Noomas(누마스)]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 궁금하다. 곽윤찬은 결혼 10년이 되어도 아이를 못 갖는 불임 가정이었다. 기도와 사랑으로 정성을 다했지만 그토록 원하던 아이를 갖지 못하다가 결혼 10년을 기념하여 간 몰디브 여행에서 기적적으로 아들 서원이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곳에서 묵었던 방의 이름이 'Noomas'이다. 앨범 커버에 있는 것(열쇠고리)이 누마스의 열쇠고리이고 필연인지 모르지만 블루노트 로고와도 너무나 닮아 있다. 그리고 LA에서 레코딩 중 패티투치 역시 유산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이 곡에 감동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둘의 만남은 이미 정해진 것인지 모르겠다. 당시 페티투치는 유산의 아픔을 가장 크게 겪었을 부인 사치 패티투치(첼로, Sachi Patitucci)와 함께 [One More Angel]을 1996년에 발표하면서 아픔을 이겨내었다. 그래서인지 'Noomas'에서 흐르는 패티투치의 솔로는 더욱 애잔하게 들린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을 재즈로 연주한 'Beethovenesque'를 시작으로 [Noomas]의 연주는 시작된다. 총 아홉 곡으로, 경쾌한 연주 'There Will Never Be Another You'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수록되어 유명하기도 하지만 평소 그가 연주하던 곡인 'Someday My Prince Will Come', 'When You Wish Upon A Star'를 듣고 있으면 너무나 자주 연주되어 닳고 닳은 멜로디이지만 그의 손끝을 거치면 새로운 생명을 얻어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Someday My Prince Will Come'은 아이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연주하던 곡이기도 하다. 재즈 연주를 시작할 때 가장 많이 선곡되는 제롬 컨의 'All The Thing You Are'에서는 버드 파웰의 오른손이 연상될 정도로 거침없는 연주가 인상적이다. 'Noomas'와 함께 곽윤찬의 오리지널인 'Being Not Doing'은 유머스러운 멜로디와 리듬으로 스탠더드 안에서 눈에 띄고, 거쉰 형제의 아름다운 발라드 'Someone To Watch Over Me'는 키스 자렛이 즐겨 연주하는 곡으로 로맨틱한 터치와 에필로그 스타일의 짧은 피아노 솔로가 무척 인상적이다. 'Noomas'의 피아노 솔로가 앨범의 마지막 연주로 2분여의 짧은 시간이지만 곡이 가진 의미를 알고 들으면 그 여운이 2시간, 혹은 이틀 동안 지속되는 곡이다.


인생은 100m 달리기가 아니고, 마라톤이라고 흔히 말한다. 마라톤은 높은 순위보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드라마 같은 경기인데 재즈 연주자들은 모두 마라토너라는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려운 국내 재즈 환경에 굴하지 않고 42,195km를 완주하기 위해 준비하며 언제나 출발선에 서기 위해 자신을 갈고 닦고 있다. 곽윤찬은 지금 반환점을 찍고 자신을 조금씩 돌아보면서 최고의 페이스를 찾고 있는 연주자이다. 본 경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의 최우선 과제는 음반사 등과 협력하여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살아남는 것이라 본다. 그래서 [Noomas]에서 함께 연주한 패티투치나 세계적인 블루노트 아티스트 앨범에 정식 초대되어 연주에 참여하는 것이다. 자신의 리더 작도 중요하지만 해외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나'의 연주가 아닌 '그들'의 연주에 호흡을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언제나 감사할 줄 아는 인생을 사는 곽윤찬.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이와 블루노트를 가족으로 맞아들인 곽윤찬.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며 열매를 맺기 위해 정진하는 곽윤찬. 결승점에서 기다리는 팬이 아닌 함께 뛰는 팬이 많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 주길 바라며 박수를 보낸다.


2005년 10월 김광현 (월간 MMJAZZ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