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Bits Of Uni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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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로 비츠 (Astro Bits)

앨범유형
정규앨범 , 일렉트로니카 / 가요
발매일
2011.11.15
앨범소개

6년만에 돌아온 '사과장수' Astro Bits의 새 앨범 [Bits of universe]

 
언젠가 그는 자신을 '사과장수'라고 표현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는 활발히 배포되고 있지 않았던 Mp3로 라도 좋으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노래를 들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자신감이기도 하고, 갈증이기도 하다. 아무리 멀리 있든 Astro Bits표 음악의 취향을 가진 사람에게 결실을 꼭 전달하고 싶다는 것, 그냥이라도 좋으니 '어떠한 방법으로든 먹어 달라'는 것.


그런 그가 6년 만에 새로운 사과를 들고 나타났다. 6년 전 그 사과의 맛을 봤던 사람들은 언젠가 다시 맛보게 될 새로운 사과에 어떤 기대를 하고 있었을까? 그 기대를 향한 사과장수의 대답은 2011년 10월 14일 youtube에 공개되었던 Teaser MV였고, 여타 음악 사이트에선 '역시 그다'라는 리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1년 11월 15일, 한 달 만에, 드디어 Astro Bits의 새 앨범 [Bits of universe]의 전모가 드러났다.


개인은 우주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개인들의 '우주성'은 상호 관계하는 한 결코 개별적이지 않다.

6년 전의 사과장수에서 우주 히치하이커로 돌아 온 Astro Bits의 이번 앨범에는 그가 여행하며 만났던 개개의 우주와 그들이 충돌하거나 어울리며 만들어 내는 '사이' 그리고 '찰나'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이 이야기들은 독특하게도, 공감각을 표현하는데 있어 '소리'라는 청각적 촉각을 사용한다. Intro [Bits of universe] (Tr. 1)의 터널을 막 빠져 나와 마주치는 [사랑의 진실] (Tr. 2) 도입부를 떠올려보자. 갑작스럽게 들이치는 빛, 민트 플라보 음료처럼, 화-하고 몽글거리며 들어오는 소리의 포말. 그리고 정인의 개성적인 목소리로 표현되는 작은 우주.


[어디선가 (feat. 양파)] (Tr. 3) 강렬한 펀치와 드라이브감이 도입된 프렌치 일렉트로 [어디선가]는 10월 14일 공개된 Album Teaser곡이다. Teaser 뮤직비디오만으로 눈치챈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이 곡을 부른 가수는 다름아닌 양파. 97년 데뷔 이후 대표적인 발라드 가수로 매혹적인 서정을 노래하던 그녀가 이렇게나 폭력적이고 음성 변조를 가한 거친 호흡의 일렉트로 뮤직을 소화할 수 있으리라고 어느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Astro Bits는 그녀 본래의 성향을 거대하고 둔중한 힘으로 밀어내는 리듬 속에 배치하여 상호 대칭되는 반과 그 나머지 반의 합을 꾀한다. Rocking한 그녀는 날카롭게 으르렁거리지만, 동시에 여성적인 탄력으로 음악과 블렌딩된다. 강렬한 폭력성과 공격성을 가진 이 음악은 좀 위험하다. 하지만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소리들은 여전히 강하지만 다칠 정도로 날카롭지 않으니까.


[바보같이 (feat. Juno of Casker)] (Tr. 4) 캐스커의 Juno는 최근 앨범에서 [물고기]라는 노래를 불렀다. 어쩌면 그는 여전히 이 어항에 담긴 물고기인지도 모른다. 80년대와 뉴웨이브 컬러의 수초 사이를 여리고 내성적이지만, 미끈하고 리드미컬하게 헤엄치는.


사실 Astro bits의 정교함이 프리퀀시나 리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란 건 [보고 싶어](Tr. 5)의 가사에서도 알 수 있다. '너를 보내고 견딜 수 없는 내 심장은 이제 그냥 쉬지 못한다. (잠이 들 수 없다) 그래서 술을 마신다. 그런데 내가 살고자 마시는 술이 너를 꿈에서조차 볼 수 없게 만든다.' 그는, 직설이었으면 평이했을 이 인과구조의 축을 뒤집어 덤덤하고 절묘하게 이야기하는데 성공한다. 그래서 이 그리움은 귀납적으로 거짓이 될 수 없다.


그의 앨범 전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진행형 사랑 이야기인 [오늘 일기](Tr. 6)는 사랑도 때론 이런 얼굴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소프트하지만 리드미컬하고, 리드미컬하지만 발랄하지 않다. 과하게 달지 않은, 질리지 않는 솜사탕처럼.


[집에 오는 길 (feat. K-Jun)] (Tr. 7)은 그가 Astro Bits라는 이름을 가지기 이전, 본명으로 발표한 앨범 [수호천사]의 작법을 담고 있는 곡이다. 맞다, 그가 언제나 그렇게 촘촘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공간의 층이 보이고 쉬어갈 수 있도록 편안한 땅도 펼쳐진다. 모난 곳 없이 열려있는 공간이 다른 공간을 수용하며 여유 있게 열렸다 닫히며 이어져 간다. 추억을 품고 집에 오는 길들이 언제나 그러했듯이.


[얘기, 얘기] (Tr. 8)는 노라조의 모든 히트곡들을 작사/작/편곡한 딜라이트의 dk가 가사를 붙인 곡이다. 이 노래 속의 가사는 사실적이고 소소하며 위트 있지만, 편곡은 미래지향적이고 비현실적이다. 이 두 가지의 섞임으로 인해 그 괴리감과 거리감은 더욱 증가하는 느낌이다. 리듬은 크지만, 얘기는 부드럽게 들린다. 목소리는 나긋하지만 내용은 그리 친절하지 않다. 하지만 끝까지 들어 보면 솔직함과 애정을 느낌 수 있다.


[지금이 미래야 (feat. 리쌍)] (Tr. 9)는 힙합 유닛 리쌍이, 하이브리드한 일렉트로니카까지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다. 좋은 뮤지션은 장르에 구애 받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장르를 포괄하여 음악은 하나다. 후방에 포진된 구성이 카타르시스를 만들고, 내용을 위한 편곡은 제 할 임무를 다 한다. 시간이 지나 한 남자가 된 그가, 그 길을 걸어 오는 십대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별의 기억] (Tr. 10) 나도 알지 못했던 존재가 오랜 시간에 걸쳐 나에게 그 자신의 존재를 알려 주려 노력해 왔다. 그리고 그 노력 끝에 결국은 나도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된다. 그건 어떤 느낌일까? '당신이 내 앞에 오기까지 참 많은 것들을 견뎌와 줘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별의 기억'은 그런 이야기를 담은 곡이다. 또한 이 곡은 박창학씨의 레토릭에 감동한 Astro Bits가 생애 처음으로 이미 작사 완료된 詩에 시간과 공간의 옷을 입혀 완성했다.


이 곡의 공간감은 우주를, 그 중에서도 모든 것을 내놓기만 한다는 천체인 화이트 홀을 떠올리게 한다. 시점은 [흔들흔들](Astro Bits 1집 수록곡)을 부르던 소년의 독백이, 존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 남자의 나레이션으로 자라난 지점까지 이동한다. '언제나 기억할 것'을 약속하는 그의 심장은 넓은 저역의 킥과 함께 울리고, 그 킥 위로 떨어지는 수많은 별들은 쓸쓸한 포물선을 그린다. 그리고, 몰아치는 모래바람 속에 손성제의 색소폰이 잊혀진 별들과 만난다.


[어디선가 Kayip Re_rmx)] (Tr. 11) Kayip은 영국 왕립 음악원 작곡과를 졸업하고 영국에서 다양한 실내악곡 및 피아노, 관현악곡을 작곡하고, 2009년부터 윤상과의 프로젝트 작업에 참가, 브라이언 이노와 함께 [Apollo] 앨범을 현대음악 앙상블 버전으로 재편곡한 재원이다. 또한 2011년 자신의 앨범 [Theory of everything]을 발표했다. 강렬하고 강력한 원곡의 느낌을 Kayip 다운 느낌의 강렬하고 강력함으로 재구축했다.


[사랑의 진실 Oriental Funk Stew remix)] (Tr. 12) Oriental Funk Stew는 미국의 하우스 레이블 Odd&Ends Music을 통해 [The Way We Slice. EP]를 발매, 현재까지도 세계 각국의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고 있으며 세계적인 DJ Olivier Desmet과 프로듀싱 팀을 결성해 활동 중인, 한국 최초로 세계시장에 진출한 하우스 아티스트다. 원곡 역시도 일렉트로닉이지만, Oriental Funk Stew는 이 곡을 충실한 클럽튠의 일렉트로닉 하우스로 재편곡했다.


다시 사과장수로 돌아가 보자. 그는 6년이란 긴 시간 동안 뭘 했던 거냐고 묻고 싶다. 싱글 앨범([All I wanna feeling], 2009)이 나왔었지만 갈증을 풀기엔 충분치 않았다. 리쌍, 정인, 캐스커, 박아셀, 손성제 등의 앨범과 풍산개 OST에 마스터링으로도 참여했지만 그 자신의 음악을 직접 만나는 것에 비하면 부족했다. 그러나 그는 그 시간들을 통해 끊임없이 깊어지고 더 풍부해졌다. 그가 다루는 소재는 이별 바깥까지 다양해졌으며 전보다 더 능숙하게 다양한 차원들을 넘나든다. 그의 솔로 1집인 [Guardian Angel]의 [Puzzle]이 펼쳐 보이던 두 가지 공간을 떠올려 보자. 그는 그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다. 결코 단순하지 않아서 소리의 틈들과 흔적들에까지도 주의를 요하던, 들을 때마다 새로운 소리가 들리는, Astro Bits의 이상한 나라에 도착한 당신에게 그는, '일상이란 볼 때마다 다른 풍경이 보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것으로 우주 히치하이커 Astro Bits의 여행기가 마무리 된다. 이전의 그는 여행에 필요한 물건을 배낭 가득 넣어야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지금의 그는 이전보다 가벼워 보인다. 우리는 알고 있다. 그것이 무엇이건, 깊이가 더해질수록 가벼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깊어지기 위해 무거울 필요는 없다. 자기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침울해질 필요도 없다. 가벼움의 힘은 무거움과 단절할 줄 아는 힘이다. 가벼움이 가벼울 때 무거움도 깊어진다.' (베르트랑 베르줄리)

결국 그것과 당신,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우주의 조각.


(Team Kabe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