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꽃가루 눈에 들어가고 하루살이 먹은 날_하나

꽃가루 눈에 들어가고 하루살이 먹은 날_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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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눈하 밴드

앨범유형
정규앨범 , 인디 / 가요
발매일
2013.04.11
앨범소개

잔잔하며 담담하게 '힐링'을 노래하는 꽃눈하 밴드


한때 인스턴트 메신저에 모두 매진했던 시대가 있었다. 고작 2,3년 전의 일이다. 모바일 메신저의 등장으로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가 하나둘 종료되었고 그 시장은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요동치고 있다. TV를 켜면 매일 어려운 이름을 갖고 있는 새로운 팀들이 화려하기만 한 군무와 하의실종 패션으로 시청자를 유혹한다. 그들 대부분의 운명도 인스턴트 메신저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꽃눈하 밴드는 그런 시대에 새로운 배를 만들어 이제 막 항구를 떠나 항해를 시작하는 팀이다. 대부분은 강물을 따라 바다로 나가려고 하지만 이들은 그 반대로 반대로 노를 젓는 팀이다. 모두들 새로운 것을 찾을 때, 이들은 익숙한 것에 눈을 돌렸고, 모두들 화려한 것을 상상할 때, 소박한 머무르고자 한 것이다. 언제나 시류를 거스르는 것은 힘든 일인데 말이다.


꽃눈하 밴드는 인우, 빨간양, 이신철, 진호현으로 이루어진 4인조 팀이다.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자신들이 만든 소리에 집중하고자 하는 이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소리가 사람들에게 그저 편안하게 들리길 바랄 뿐이라고 말한다. 밴드명인 꽃눈하 밴드는 이번 앨범의 타이틀인 '꽃가루 눈에 들어가고 하루살이 먹는 날'의 줄임말이다. 보컬을 담당하는 인우(박소연)은 더더와 솔로활동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박혜경의 친동생이다. 앨범을 들으면서 박혜경의 음색을 떠올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하지만 음색은 비슷하나 발성이나 스타일은 많이 다르다. 박혜경의 보컬은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고 열정에 찬 파워풀한 보이스라면 인우의 보컬은 때론 조용히 나지막히 속삭이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힘을 많이 뺀 평온한 보이스에 가깝다. 프로듀서와 작곡을 맡고 있는 빨간양은 전체적인 밴드의 키를 쥔 사운드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신철은 프로듀서, 디렉터, 엔지니어링을 담당한다. 그는 가요 및 인디뮤직 앨범에서 엔지니어와 디렉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진호현은 인디 씬에서 그간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이번 앨범에 참여한 멤버다. 멜랑콜리 스튜디오, 류키밴드를 거치면서 다양한 공연에 참여해왔으며 그런 현장의 느낌을 이번 음반에 담으로 노력했다고 전한다.


수록 곡을 살펴보면 첫 곡 '내게 보낸 편지'는 담담하게 다가오는 어쿠스틱 넘버로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담은 수채화처럼 순수함이 느껴지는 곡이며, 두 번째 곡 '그대 혼자 하지 말고'는 한마디로 러브송으로 꽃눈한 밴드의 매력을 가장 잘 발산한 곡이다. 이들의 스타일은 대변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기타 스트로크로 시작하는 '촉촉'은 악곡의 구성에서 약간의 변화가 느껴지는 곡이고, '오오 내 사랑' 또한 코러스의 느낌이 감칠맛이 난다.

생활에서 가사를 구한 '세탁소 양씨 아저씨''쉬폰치마'는 건반 파트가 리듬을 이끌고 있는 귀여운 곡들이며 '쉬폰치마'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일렉기타도 음악을 듣는 재미를 더한다.

다시 등장하는 코러스가 돋보이는 '우훗'과 인우의 개성이 도드라지게 느껴지는 '그런거야', 느슨한 기타 워크와 인우의 목소리가 적절하게 어우러진 어쿠스틱 넘버 '칫솔 두 개'와 뉴 에이지 풍의 건반이 이 삭막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마지막 트랙 '흙 먹는 아이'로 마감한다.


꽃눈하 밴드의 음반을 모두 들으면서 우리는 요사이 빈번히 많이 등장하는 '힐링'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들의 음악은 담담하고, 편안하고, 익숙하며, 소박하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처럼 가깝게 느껴지며, 그들의 이야기를 촉촉하게 다스릴 줄 아는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우리들이 잊고 있었던, 혹은 좌절됐던 기억의 편린들을 하나씩 꺼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그들의 항해가 바다를 향하지 않더라도 영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음악평론가 김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