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Did I Let You Know

Did I Let You K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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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스 (Ears)

앨범유형
싱글/EP , 락 / 가요
발매일
2013.09.12
앨범소개

두 귀를 쫑긋! 이어스 (Ears)의 싱글 'Did I Let you know' 발매


'Did I Let you know'라는 두 번째 트랙을 보고 누군가는 레드핫칠리페퍼스(RHCP)를 떠올렸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노래의 주인공은 기타와 드럼으로 단출하게 꾸려진 밴드 'Ears'이다. 두 청년의 음악은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미국의 팝문화를 뒤흔든 얼터너티브 락 씬의 주류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오히려 이들의 음악은 동시대 얼터너티브락의 마이너였던 슬로코어(slowcore)씬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말랑말랑한 드림팝과도 같은 멜로디를 구사하고 있다.


RHCP를 기대한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하드락과 펑크의 적자들이었던 얼터너티브씬과 달리 슬로코어는 느린 템포에 단조로운 코드진행으로 구성된다. 이런 흐름은 바다 건너 영국의 슈게이징과도 맥을 같이 한다. 굳이 슬로코어의 특징을 구별하자면 별다른 이펙터 없이 담백하게 연주된 기타소리라고 볼 수 있다. 바로 이들의 첫 번째 트랙 'No reason or False'는 슬로코어의 장인 마크 코즐렉(Mark Kozelek)이 떠오를 정도로 침잠되어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청춘드라마에 자주 삽입된 막시밀리안 헤커(Maximilian Hecker)가 떠오를 정도로 단순한 코드진행과 여린 목소리가 다분히 여성팬을 공략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두 번째 트랙 'Did I Let you know'는 얼핏 그저 그런 씬스팝의 복각으로 들릴 수 있으나 중반부 이후 공간감을 넓혀주는 기타 리프가 곁들여져 'Ears'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최대한 기교를 뺀 '나래'의 목소리가 더해져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차가운 도시남자의 고독을 부각시킨다. 초반부의 반복되는 리드미컬한 건반 때문에 'Gotye'의 색이 많이 묻어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하지만 이 곡은 후반부가 들려주는 다채로운 편곡은 'Ears'의 다음 작업을 기다리게 만든다. 영민한 드러머이자 프로듀서, 그리고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기타리스트의 조합은 최근 미국의 락 씬에서 신선한 충격을 줬던 '블랙키스(The Black Keys)'와 '재팬드로이즈(Japandroids)'등 참신한 밴드들을 떠올리게 한다 밴드의 포메이션에서 자유로운 만큼 더욱 많은 실험을 통해 'Ears'의 장점을 부각시켜주길 바란다.


혹시나 노래를 듣게 될 여성들은 국적불명의 가사와 심상치 않은 다운템포 때문에 이들이 유학파 도련님은 아닐까 착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만약에 그렇게 느꼈다면 성공적인 데뷔 EP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이 노래들에 깔린 담담한 세련됨은 작업실 월세인상 독촉과 함께 완성됐기 때문이다. 아마도 주인아줌마의 바가지가 늘어날수록 생활고에 시달리는 듀오의 상상력은 더욱 풍부해지는 게 아닐까? 지질한 거 같지만 노엘 갤러거가 그랬다. 락스타는 돈벌려고 하는 거라고. 적어도 이번 달 월세는 제 때 해결할 수 있도록 두 청년의 노래에 더 많은 'Ears'가 쫑긋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