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꽃은 말이 없다.

꽃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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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

앨범유형
정규앨범 , 인디 / 가요
발매일
2013.10.23
앨범소개

루시드폴 6집 [꽃은 말이 없다.]


올 초 루시드폴은 [무국적 요리]라는 소설집을 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쏟아내었다. 그로부터 약 반 년이 지난 지금, 그는 말수가 적은 음악인으로 돌아와 그의 정규 6집 [꽃은 말이 없다.]를 우리들 앞에 조용히 내민다.


I. '말이 없는' 꽃을 닮은 수록곡들이 창작되기까지


수록곡들의 구상, 작곡, 작사는 2013년 여름, 한 계절 안에서 이루어졌다. 창작 공간은 그의 집 안과 집 주변이었다. 첫 곡 [검은 개]를 썼던 6월 마지막 날부터, [연두]을 완성했던 8월 중순까지, 올여름은 세찬 비가 시원하게 자주도 쏟아졌던 시간들로 기억한다.


루시드폴의 이번 앨범은 한 달 반 동안의 그의 일상을 들여다봄으로써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될는지 모른다. 그는 집의 모든 문과 창문을 열어 두고, 거실과 방, 집 안뜰, 집 주위의 공원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자주 감상했다. 동네 화원에서 작은 화초와 모종 몇 개를 사다가 심고 가꾸기도 했다. 고추나 바질, 금잔화나 수선화, 페어리스타 등등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원예종들이었다. 뜰에 꽃이 있어서였는지 몰라도, 나비가 자주 뜰로 날아들었다. 대문 앞에서 검은 개와 떠돌이 고양이들을 간간이 마주쳤다. 그래서 사료를 사다가 매일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면 배고픈 길고양이들은 인적이 드문 시간에 대문 앞에 찾아와 밥그릇을 비우고 홀연히 떠났다. 아침에는 까치가 가까운 전선 위에서 울다 갔다. 흰 쌀을 집 안뜰에 한주먹씩 뿌려놓았다. 어떻게 알고 산비둘기도 오고, 참새떼들도 오고, 박새까지 날아들었다. 둘이서 사이좋게 올 때가 많았지만, 홀로 오는 날도 있었다. 저녁이 찾아오면 뜰 안쪽에서 귀뚜라미가 울었다. 새벽 서너 시까지 기타줄을 울리는 날이면, 애완견이 그의 곁을 지키며 엎드려 졸곤 했다. 루시드폴은 가까운 곳에서 끊임없이 생동하는 자연물들을 살며시 포착하여 음과 노랫말로 엮어내기에 이른다. 그의 곡들이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닮은 연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II. 자연미를 음악으로 검증하고자 선택한 어쿠스틱 악기들 다양한 기타 소리에 대한 탐구


대도시 안에서 자연의 소리들 - 바람 소리, 매미 소리, 냇물 소리, 귀뚜라미 소리, 새의 울음소리와 날갯짓 소리...... - 는 대도시의 인공적인 소리들 - 자동차의 엔진 소리, 기계 소리, 매스미디어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 안에서 있는 듯, 없는 듯한 음량으로 묻히게 되었다. 약자들의 '약음(弱音)'이 된 것이다. 그러나 묻혔다고 해서 그것들의 존재적 가치, 미적 가치마저 희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루시드폴은 그것들의 미적 가치를 음악으로 검증하고자 했다.


약자들의 '약음' 같은 노래를 부르길 소망한 루시드폴은 6집의 전 트랙을 어쿠스틱 악기로 녹음하였다. 어떤 악기도 전자/전기 증폭을 시키지 않았고, 악기 구성도 미니멀하게 하였다. 그가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기 위해 녹음 과정에서 선택한 방법들이다.


귀가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곡마다 달라지는 기타 소리와 그 소리들이 자아내는 개별적 정취를 음미해 보길 바란다. 소소한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그는 한 곡 안에서 기타가 낼 수 있는 음역을 확장하는 시도를 했다. 바리톤 기타, 세미-바리톤 기타를 사용하여 저음의 여운이 묵직하게 오래가도록 신경 썼다. 여러 종류의 기타들을 연주하면서 (바리톤 기타, 세미-바리톤 기타, D-hole/oval hole 기타, 8현 나일론 기타 등) 다양한 밝기와 분위기를 풍기는 곡들을 작곡했다. 새로운 기타는 그에게 기타 태생의 새로운 소리를 선사하였고, 지금까지 그의 음악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색깔의 곡들 - 유럽의 재즈 마누쉬 (Jazz Manouche) 풍의 사운드가 눈에 띄는 [햇살은 따뜻해], [연두] - 의 탄생을 도왔다. 그는 실제로 기타 소리를 '탐구'하는 자세로 이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루시드폴의 6집 곡들을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그래서 고요한 곳을 먼저 찾으라고 권하고 싶다. 예를 들면, 시골 길, 숲 속, 아무도 없는 바닷가, 집이라면 평일 오후의 텅 빈 집과 같은 장소 말이다. 둘이면 아무래도 말을 주고받게 되니 혼자가 되는 게 좋겠다. 장소를 찾았다면 이제 귀를 열기만 하면 된다. 루시드폴의 '바람 같은 노래'들이 섬세하게 반짝이며 당신에게 불어올 것이다.


III. 재미있지 않고 (not funny), 크게 흥미롭지도 않지만 (not so interesting), 확실히 아름다운 (certainly beautiful) 노래들


마지막으로 루시드폴의 6집 노래들이 한국의 대중 음악계에서 어떻게 하여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획득할 것인지 소설가, 수필가, 예술평론가로 활동했던 수전 손택(1933~2004)의 문학평론 [아름다움에 대하여]로부터 아이디어를 빌려 사유해보고 싶다.


포스트 팝아트가 현재의 한국 대중음악과 만나 일부 대중들의 흥미와 미적 취향을 만족시키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루시드폴의 음악은 확실히 재미있지 않고, 크게 흥미롭지 않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우리가 피어 있는 꽃, 저녁노을, 가을바람을 보고 '흥미롭다'고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6집 곡들의 독자적인 아름다움은 그럼 어디에서 완성될까? 가사에 있다고 생각한다. 루시드폴 6집의 가사들은 금아(琴兒) 피천득(皮千得·1910~2007)이 말했던 '시적(詩的) 윤리성'을 내포하고 있다. 노래를 듣는 동안 인간적으로 옳게, 아름답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는, 집 없는 '검은 개', 비에 젖은 '서울의 새', '늙은 금잔화'와 같이 가련한 것에게 연한 연민과 슬픔을 느끼고 그것을 진솔하게 읊조렸다. 한편, [연두]에서는 남보다 잘난 이로 살아가라는 기성세대의 목소리를 거부하기도 한다. 남보다 잘난 이가 된다는 건 남들이 못난 이로 자리매김해줬을 때 성취될 수 있는 상대적인 성공이기 때문이다.


루시드폴 6집은 우리 모두를 여린 마음으로 돌아가게 해준다. '갈대도, 억새도, 모래도, 철새도, 조개도, 돌게도, 물고기도' 친구가 될 수 있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의 인생은 좀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가 아름다운 예술을 소중히 여기는 이유도 이것이 다가 아닐까. 루시드폴의 6집 노래들은 그래서 확실히 아름답다.


[Credit]


Ensemble "Flowers never say."
루시드폴 Lucid Fall
조윤성 CHO Yoon-seung
황호규 HWANG Ho-gyu
김진수 KIM Jin-soo
신동진 SHIN Dong-jin


All tracks written and produced by 루시드폴 Lucid Fall
*Theme of intro and bridge in track 7 from 'Bei Dir war es immer so schon', composed by Theo Mackeben (1897-1953)


Recorded and mixed by 지승남 Z. Seung-nam at Antenna Music studio
(except piano and contrabass tracks recorded at Audioguy studio)
Mastered by 황병준 HWANG Byeong-joon at Sound Mirror Korea


Artworks and design by 홍나리 HONG Nari & 안승준 AHN Seung-joon
Press release by 오하나 OH Hana


Executive producer 정동인 JUNG Dong-in


Antenna Music team
채은주 CHAE Eun-ju
박보현 PARK Bo-hyun
김다올 KIM Daol
권은경 KWON Eun-kyung


www.mulgogi.net
facebook.com/lucidfallpage
twitter.com/lucid_fall_jo
soundcloud.com/lucid_fall
lucidfall.bandcamp.com
www.reverbnation.com/lucidfall


1. 검은 개
6집 앨범을 열어주는 첫 곡이다. 세미 바리톤 기타의 선율이 은은히 흐르며, 청자들을 루시드폴의 집 안뜰로 초대한다. 집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길 잃은 어느 개 한 마리를 만난 뒤, 적어둔 짧은 메모에서 곡을 만들었다. 기존 기타보다 음역을 확장시켜, 저음역은 낮으면서도 고음역은 그대로인 세미 바리톤 기타를 변칙 튜닝으로 연주하였다. 기타와 목소리만으로도 소리의 공간이 충분히 채워질 수 있음을 알려 준다. (보도 자료 중에서)


Voice and semi-baritone guitar 루시드폴 Lucid Fall


2. 강
피아노와 8현 나일론 기타, 콘트라베이스 트리오로 연주하는 매우 느린 보사노바 곡이다. 가사와 멜로디의 흐름도 강물이 흐르듯 운율을 맞춰 불렀다. 세 명의 앙상블 대선율도 흘러가는 강물처럼 유유히 천천히 만났다가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그런 느낌으로 프로듀싱한 곡이다. "원, 투, 원, 투, 쓰리"는 청자에게 마술을 거는 마술사의 큐 사인같다. 노래를 듣다 보면, 달빛이 비치는 강물에 빠져들어 느릿느릿 미역을 감을 때와 같이 안이한 행복감에 젖게 된다. 그는 이 곡을 쓰기 전에 '섬진강이 보고 싶었다'고 한다. (보도 자료 중에서)


Voice and violao de 8 cordas 루시드폴 Lucid Fall
Piano 조윤성 CHO Yoon-seung
Contrabass 황호규 HWANG Ho-gyu


3. 나비
올 봄/햇살 좋은 아침, 마당에 날아들어 온 나비들을 바라보다 쓴 곡이다. 바리톤 기타/피아노/나일론 기타/브러쉬 드럼/콘트라베이스 의 심플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곡으로, 기타 소리가 귓속에서 번져가며 몽유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보도 자료 중에서)


Voice and baritone guitar 루시드폴 Lucid Fall
Piano 조윤성 CHO Yoon-seung
Contrabass 황호규 HWANG Ho-gyu
Nylon guitar 김진수 KIM Jin-soo
Drum and cymbals 신동진 SHIN Dong-jin


4. 햇살은 따뜻해
사랑하는 사람의 햇살이 되어 주고 싶은 소망을 노래한, 아마도 이번 앨범에서 가장 경쾌한(?) 곡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바운스있는 콘트라베이스와 D-hole 기타의 셔플 리듬이 흥겹다. 오른손으로 뮤트를 하고 기타 리듬을 커팅해서인지 기타 소리가 드라이하면서도 산뜻하다. 콧노래를 부르며 집 안 대청소라도 하고 싶어진다. (보도 자료 중에서)


Voice and rhythm guitars 루시드폴 Lucid Fall
Piano 조윤성 CHO Yoon-seung
Contrabass 황호규 HWANG Ho-gyu
Solo and arpeggio guitars 김진수 KIM Jin-soo
Drum and cymbals 신동진 SHIN Dong-jin


5. 서울의 새
비가 많이 내렸던 2013년 여름에 비를 잔뜩 맞은 새들을 보며 쓴 곡이다. 나일론 기타,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연주로 구성되었다. "서울의 밤은 그런 것 같아/서로들 사랑한다 말해도/아닌 것 같아"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그냥 넘겨 듣지 못할 구절이 담겨 있다. (보도 자료 중에서)


Voice 루시드폴 Lucid Fall
Piano 조윤성 CHO Yoon-seung
Contrabass 황호규 HWANG Ho-gyu
Nylon guitar 김진수 KIM Jin-soo


6. 늙은 금잔화에게
바리톤 기타와 노래만으로 이루어진 곡이다. 루시드폴은 봄부터 가을까지 집 정원에 금잔화를 키웠다. 그는 화려한 주황색 꽃잎이 서서히 옅어지고 한 생을 마무리하는 금잔화에게, "조금 더 시간이/흐르고 지나가면/세상은 우리를 원하지 않을지 몰라/그럴 테지" 라고 진실을 말한 후, "하지만 너는/오늘 하루도/아름답게 폈구나" 라며 진실의 반대도 진실임을 알려 준다. (보도 자료 중에서)


Voice and baritone guitar 루시드폴 Lucid Fall


7. 연두
프랑스 재즈 마누쉬 풍의 스윙곡이다. 인트로와 간주의 테마 멜로디는 Theo Mackeben이 작곡한 50년대 독일 영화 음악 [Bei Dir war es immer so schon] (With you it was always beautiful) 을 차용하였다. 노래가 흐를 때, 연두색 꽃과 같이 다양한 아름다움들이 존중받는 이상 사회를 잠깐이나마 그려볼 수 있었던 곡. (보도 자료 중에서)


Voice and guitars 루시드폴 Lucid Fall
Piano 조윤성 CHO Yoon-seung
Contrabass 황호규 HWANG Ho-gyu


8. 가족
작년에 루시드폴이 쓰던 시작(詩作)노트에서 가사를 따온 곡이다. 꿈에 나온 가족들의 모습과 가족이기 때문에 느낄 수밖에 없는 불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기존 기타보다 5도 낮은 바리톤 기타로 베이스 음역까지 연주하여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소 전위적인 진행의 재지한 연주와 묘사적인 가사가 인상적이다. (보도 자료 중에서)


Voices and baritone guitar 루시드폴 Lucid Fall
Piano 조윤성 CHO Yoon-seung
Contrabass 황호규 HWANG Ho-gyu
Nylon guitar 김진수 KIM Jin-soo
Drum 신동진 SHIN Dong-jin


9. 바람 같은 노래를
8현 나일론 기타로 연주한 노래/기타 곡이다. 수많은 소음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바람 같은, 물소리 같은, 귀뚜라미 같은 노래를 찾고 만들고 노래하고 싶다는 소망을 담았다. "내가 사는 만큼만 노래하고 싶어/노래만큼만 살아야겠다 싶어/(...)/온전히 살아 있는 노래를/부를 수만 있다면 좋겠어" 라는 가사가 감동적이다. 인생이 노래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한 (차라리 기도에 가까운) 이 곡 앞에서 우리는 숙연해진다. (보도 자료 중에서)


Voice and violao de 8 cordas 루시드폴 Lucid Fall


10. 꽃은 말이 없다.
수많은 말이 범람하는 세상에 꽃은 아무 말 없이 정직하게 계절을 따라오고 간다. 루시드폴의 동네 공원에서 본 수많은 꽃들에게서 받은 감동을 곡으로 쓰고 싶었고, 이 곡만큼만은 가사를 붙이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바리톤 기타 솔로 연주곡이며, 세미 내쉬빌 튜닝으로 음역대를 확장시켰고, 솔로 라인과 그 배경이 되는 아르페지오 라인이 다른 색깔의 음으로 나오도록 기타 줄을 다르게 선택해서 연주했다. 발걸음을 찬찬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연주곡이다. (보도 자료 중에서)


Solo baritone guitar 루시드폴 Lucid F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