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내 나이 서른+A

내 나이 서른+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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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양

앨범유형
싱글/EP , 인디 / 가요
발매일
2013.12.19
앨범소개

패기 넘치게 '나는 천재다'를 외쳐대던 친절한 밴드에서
낡은 서른(사실은 조금 넘었지)이 된 우기양의 첫 솔로 미니 앨범!


우기양의 앨범은 어제 쓴 일기장을 듣는 기분이다.
그리고 오늘의 하루를 담고 있다.


앨범을 들으며 오늘의 흔적을 따라가 보면 '오늘은 내일의 지난 일일 뿐이야' '그게 뭐가 어때서' 라며 스스로를 토닥거리기도 하고 잊고 싶은 경험 때문인지 실어증에 걸려 버리기도 한다. 때론 감성 포텐이 터져 도시의 시인이 되어 보기도 하고'확 질러?'하며 5초 반항아가 되었다가 급 우울해져서 정신병동 코스프레를 하기도 한다.


이런 복잡한 24시간의 감정들을 우기양은 4분의 멜로디를 통해 말해 준다.
그렇듯 그녀의 노래는 나의 하루, 우리의 하루를 부르고 있다.
그렇듯 그녀의 노래에서는 30이 조금 넘은 낡음의 철학이 들린다.
그래서 들을만하다.


[이미 낡아 버린 방송작가 우나영]


서른+a의 짧은 동화


옛날 옛날에 못 잘생김 나라가 있었어요. 못 잘생김 나라는 모든 것이 풍요로웠지만 국왕에겐 커다란 고민이 하나 있었답니다.


바로 하나뿐인 왕자가 서른이 넘도록 아무도 만나려 하지 않는다는 것 이였죠. 국왕은 몇 번이고 온 나라 안의 규수들을 데려왔지만 왕자는 모두 한 번씩만 슬쩍 본 후 투덜대며 트집을 잡아대기 일수였죠.


마침내 국왕은 나이가 들수록 눈만 높아지는 왕자에게 엄포를 놓았지요.


'올 해 역시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면 왕위를 물려주지 않겠다!'


그렇게 해서 왕자의 등 떠밀린 여행은 시작되었답니다.


처음 도착한 곳은 새하얀 피부의 미녀들이 살고 있다고 하는 청순해 나라였습니다. 소문대로 입구부터 만나는 여자들 모두 하얀 피부에 새카만 눈동자를 가진 절세 미인들 이였답니다. 못잘 생김 왕자는 그녀들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여자를 찾아서 말을 걸었어요.


하지만 그녀가 입을 열자 하얀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걸걸한 목소리에 크게 실망을 하게 되었어요. 청순해 나라의 여자들은 모두 허스키하고 걸걸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거든요.


'저런 목소리를 어떻게 매일 들을 수가 있겠어!'


못잘 생김 왕자는 다시 여행을 떠났어요. 그리고 도착한 곳은 섹시해 나라였어요. 섹시해 나라는 구리 빛 피부의 탄탄한 몸매를 가진 건강 미녀들로 가득했답니다. 하지만 못잘 생김 왕자는 그녀들에게선 지적인 미모가 없다며 역시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멍청해 보이는 여자들은 정말 질색이라고. 말도 안 통할게 분명해'


실망하고 지쳐 앉아 있는 못잘 생김 왕자에게 지나가던 노인이 물었어요.


'젊은이, 누구를 찾고 있소?'
'나를 사랑에 빠지게 해줄 여자를 찾고 있소'


못잘 생김 왕자는 힘없이 대답했어요. 그러자 노인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여자들은 모두가 완벽하다며 안내해 주겠다고 했어요. 못잘 생김 왕자는 기쁜 마음에 노인을 따라 가 보았답니다.


노인이 왕자를 데리고 간 곳은 바로 못잘 생김 나라의 옆에 있는 예쁘지 나라였어요.


'이런.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 줄도 모르고 멀리까지 찾아 다녔군.'


못잘 생김 왕자는 마을을 두리번거렸답니다. 하지만 마을 어디에도 왕자가 기대했던 예쁜 여자가 있기는커녕 모두 덩치가 너무 크거나 너무 삐쩍 마른 여자들뿐 이였어요. 못잘 생김 왕자는 노인에게 화를 내며 물었어요.


'이보시오. 이 마을 여자들은 모두 완벽하다고 하지 않았소?'


그러자 노인이 행복하게 웃으며 대답했어요.


'아직도 보지 못 했소? 저기 초록색 지붕에 사는 아가씨 눈이 얼마나 예쁜지를. 아니면 저 빨강 지붕에 사는 아가씨는 또 어떻소. 얼굴형이 얼마나 기가 막히는지 모른다오.'


왕자는 어이가 없었어요.


'아니, 저 여자는 눈은 예쁘다지만 눈가에 주름이 가득하고 또 저 여자는 얼굴형이 예쁘면 뭐해요. 뚱뚱해서 살이 축 쳐져 있는데'


그러자 행복한 미소의 노인이 대답했어요.


'젊은이. 다시 한 번 자세히 보시오. 젊은이가 사랑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살아갈수록 눈이 높아져서가 아니라 싫은 것이 점점 더 늘어나서가 아니겠소?'


고등학교 때 썼던 동화 중 한 부분이다. 10대의 나이에서 바라보았던 서른. 혹시 난 어느새 못잘 생김 왕자의 여행을 시작한 것일까?


[우기양의 작업 노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