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아무도 없는 방

아무도 없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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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면

앨범유형
정규앨범 , 블루스/포크 / 가요
발매일
2014.05.15
앨범소개

음악과 모노드라마가 흐르는, 아무도 없는 방으로의 초대.
박준면 Jun-Myun Park
정규 1집 앨범 [아무도 없는 방]

 

강산에 밴드, 윤도현 밴드, 자우림, 황신혜 밴드,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
대한민국 최고 락 밴드들의 건반 스페셜리스트이자
ex-오메가 쓰리(Omega 3)멤버 고경천 전면 프로듀싱!!
'3호선버터플라이'의 베이시스트이자 프로듀서로 활약 중인 김남윤 의 탁월한 엔지니어링!!
국내 포크 음악의 계보를 잇기에 손색없을, 강렬하고도 나지막한 울림.

 

강산에 밴드의 대들보들인 김홍갑(기타), 민재현(베이스), 이기태(드럼)의 화려한 연주와 더불어 고경천의 레트로적인 해몬드 올갠의 사운드 발군인 찐한 블루스 발라드 [우산은 하나], [낮술] 아트록적인 [취한밤] 등 수록!!
  
좋은 음악에 대해 생각한다. 좋은 음악의 조건에 대해 생각하고, 좋은 음악의 효과에 대해 생각한다. 기술적인 완성도, 그러니까 좋은 보컬과 연주, 좋은 녹음과 다듬질, 그리고 좋은 멜로디와 좋은 사운드, 좋은 가사 같은 것들. 적고 보면 쉬울 것 같지만 정작 이 모든 것을 다 가진 음악들은 결코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가 좋은 음악의 효과를 확인하는 일도 흔하지 않다. 감동, 크게 느끼어 마음이 움직이는 일. 느끼게 되고 마음이 움직여 어디론가 닿게 되는 일 말이다. 자신의 귀로 들은 음악이 자신의 마음 안에서 맴돌다 결국 자기 자신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 일 말이다.

 
박준면의 첫 번째 정규 앨범 [아무도 없는 방]을 들으면서 좋은 음악의 조건과 효과를 생각했던 이유는 다른 것 때문이 아니다. 음반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 음반에 담긴 노래들이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극과 영화, 뮤지컬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배우 박준면에게 연상되는 이미지들은 잠시 내려놓자. 음반에 담겨 있는 것은 무대와 스크린 속의 박준면이 아니다. 이미 무대와 스크린에서 숱하게 노래했던 그녀이지만 음반에 담긴 것은 남이 만들어준 노래를 부르는 박준면이 아니다. 자신이 직접 가사를 쓰고 곡을 쓴 노래를 부르는 박준면이다. 싱어송라이터 박준면이다.

 
어쩌면 그녀가 그간 배우로 활동해왔던 전력 때문에 우리는 이미 어떤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배우가 부르는 노래, 그것도 뮤지컬 배우가 부르는 노래라면 그저 배우의 인기와 전력에 의지해서 음악적으로는 보잘 것 없거나, 매우 극적이거나 통속적일 것이라는 선입견 말이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이 음반에 담긴 9곡의 노래들은 그 자체로 진지하고 성실하다. 허투루 만든 곡이 하나도 없다고 말해도 좋을 곡들에서 돋보이는 것은 절제된 대중성과 성숙함이다. 수록곡들의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블루스의 색채가 짙은 곡들이 많지만 박준면은 자신을 블루스의 원형에 닿게 하는데 주력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음악을 장르적 치열함으로 채우는 대신 장르가 지향하는 정서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그래서 고독감과 쓸쓸함 같은 블루스의 정서가 블루스적인 호흡을 가미한 음악을 통해 부담 없이 펼쳐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주목할 것은 그녀의 음악이 한 순간도 과장되거나 화려하지 않다는 점이다. 노래 솜씨야 이미 확인된 바이지만 한번쯤은 뮤지컬처럼 극적인 발성을 뽐낼만도 한데 박준면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담담하다.

 
이렇게 스스로를 절제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그녀가 좋은 가사와 곡을 써내는 좋은 창작자이며 또한 자신의 음악을 객관적으로 연출할 줄 아는 능력과 성숙함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당연히 편곡과 연주 역시 절제되어 있어 보컬의 울림을 거의 넘어서지 않는다. 낮은 한숨 같은 보컬의 발화를 소박하게 감싸는 연주를 통해 수록된 곡들은 그 자체로 충분한 여백을 만들어낸다. 꽉꽉 채우지 못해 안달하는 최근의 음악과는 다른 음악 속의 여백은 결국 듣는 이들이 그 음악 속에 몸을 기대고 마음을 눕히게 하기 충분하다. 곡의 멜로디 역시 선명하고 보편적이다. 노랫말 역시 한순간도 이물스럽지 않다. 전혀 어렵지 않아 일컬어 대중적이라고 하기 충분하고 통속적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지만 이처럼 절제된 편곡과 연주는 박준면의 음악을 쉬우면서도 가볍지 않은 음악으로 만들어냈다.

 
물론 모든 것들을 박준면 혼자만이 해낸 것은 아니다. 고경천, 김홍갑, 민재현, 이기태가 도왔다. 이들과 함께 한 박준면의 노래는 이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어덜트 컨템퍼러리, 그러니까 성인 음악으로 부족함이 없다. 노랫말과 멜로디, 사운드로 빚어내는 정서는 삶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살아있으므로 느낄 수밖에 없는 그리움과 외로움을 애써 피하지 않는 성인의 것이다. 우리에게 드물지 않았으나 이제는 갈수록 찾기 어려운 성인의 음악을 박준면은 보편적인 언어로 천박하지 않게 재현해냈다. 그래서 지나치게 빠르고 현란한 음악에 지치고, 그렇다고 옛날 음악에만 기댈 수도 없는 이들이 무심하게 곁에 두고 수시로 들어도 좋을 음악을 만들어냈다. 음악으로서의 가져야 할 힘이 있는 노래, 일컬어 좋은 가요다. 그냥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듣고 싶어지는 노래다. 들을수록 새록새록 와 닿고 들을수록 더 좋아지는 노래다. 그녀의 삶 어디에서 이런 노래들이 흘러나와 그녀에게 닿았는지. 이제 배우 박준면은 뮤지션 박준면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글/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