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2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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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프 (Pavlov)

앨범유형
정규앨범 , 인디 / 가요
발매일
2014.05.21
앨범소개

지금, 강북 사운드를 들어라.


'강북 사운드'는 밴드 사운드를 기본으로 뜨거운 무대를 보여 주며, 서울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의 특징을 함축한 단어이다. 90년대 중반, 홍대에서 시작된 언더그라운드 음악씬은 2014년으로 접어들며 어느덧 특유의 지역 색을 가지고 활동 무대를 넓혀 가고 있다. 이들은 문래동, 충무로, 이태원 등 홍대 바깥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사실 홍대의 미쳐 버린 월세가 한 몫 했다.)  하여, '강북 사운드'의 주체들은 여전히 홍대 주위를 배회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 영역을 개척하며 음악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은 '강남 스타일'의 k-pop과는 분명 다르다.


'강북', 그 텁텁한 말맛처럼 이들의 차림은 유행과 조금 거리가 먼 감이 있다. 거기에 더해 비효율적으로 육체를 탕진하는 록 밴드의 구닥다리 형식을 통해 음악을 제작한다. 무대 위에서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사운드를 직조하며 발화점까지 한껏 끌어올린 에너지를 통해 관객과 교감한다.


이들은 다양한 종류의 한국어 가사를 구사하며(장기하와 얼굴들), 뽕 끼의 감수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위댄스). 해외의 인디 록 스타일을 응용하여 발전시키기도 하며(로큰롤라디오, 칵스), 한국 고전 록과 가요에서 많은 자양분을 길어 새로운 꽃을 피우기도 한다(단편선과 선원들, 404). 혹은 정말 미친 듯이 뜨거운 라이브로 모든 걸 보여 주는 밴드도 있다(갤럭시 익스프레스). 때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점-시대와 지역-을 반영하기도 하며(제8극장), 그간 한국 대중 음악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장르의 진면목을 활기차게 소환하기도 한다(술탄 오브 더 디스코, 김간지x하헌진, 림지훈). 앞서 언급한 음악가들은 홍대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홍대 밴드라고는 할 수 없는, 서울의 음악 그 자체다.


강남은 스타일이라면, 강북은 사운드다. 여기서 '강북'은 지역을 뜻하기도 하지만 지향점을 뜻하기도 한다. 이들의 지향점은 하반신의 원초적인 에너지, 라우드니스 그리고 한국 대중 음악에서 구현되지 않은 그루브를 통해 구현된다. '강북 사운드'란 바로 뜨거운 지옥 탕과도 같은 제 3세계, 2014년 현재 서울이 낳아 버린 사생아들이다.


그리고 2014년 5월 21일, 강북 사운드의 방점을 찍게 될 파블로프의 1집 '26'이 발매된다.


[Pavlov (파블로프) 소개]


1987년에 태어나 고교 동창생들로 이루어진 밴드 파블로프는 배고픈 원숭이처럼 날뛰는 프론트 맨 오도함(이 친구를 보컬이라고 부르기엔 노래를 못한다!), 그에 상반되게 단단한 연주력을 보여 주는 기타 류준(일단 기타리스트라면 기타를 잘 쳐야 한다!), 리듬 파트와 멜로디 파트를 넘나들며 공격적 미드필더처럼 경기장을 지배하는 베이시스트 박준철, 그리고 예술가들을 지휘하는 밴드의 노동자, 드러머 조동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선 펑크와 팝송, 가요, 올드 록을 듣고 자라난 이들은 2008년 개러지 록 열풍 속에서 숨겨진 명반 EP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을 발매한 후 휴식기를 가졌다. 꽤 긴 시간 동안 로큰롤의 양분과 펑크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고전 록 음악을 연구하며 1집을 낼 준비를 끝마쳤고, 드디어 1집 '26'을 내게 되었다.


앨범 제목 '26'? 그렇다. 이들은 26살이다. 남자 4인조 록밴드? 국제적 스탠더드. 앨범에 12곡? 전통적이다. 그런데 요즘 이런 밴드? 어딘가에 있을 법도 한데, 드물다. 여기에 좀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바로 이들의 1집은 서울 사내들의 밤과 섹스, 나머지 감정들에 대한 꽤나 솔직한 물건이다.


[발매 공연 소개]


파블로프는 첫 정규 앨범 발매를 기념하기 위해 2014년 6월 14일 홍대 상상마당 라이브 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준비 하였다. 밴드 결성 후 첫 단독 공연인 이번 공연에서 파블로프는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무대로 청춘의 록을 발산할 예정이다.


공연은 1, 2부로 나누어 구성되며 현재 대한민국 록을 대표하는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문 샤이너스 (차승우), 삐삐밴드(박현준), 서교그룹사운드(김세영, 최욱노) 등 화려한 경력의 뮤지션들이 새롭게 결성한 더 모노톤즈, 한국블루스의 지평을 열고 있는 김간지x하헌진 등의 축하 공연이 이어진다.


[수록 곡 소개]


1. 한껏 조여진
'26'의 첫 문을 여는 로큰롤 넘버다. 파블로프는 임재범의 '너를 위해' 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이들은 애절한 감성에 사로잡혀 있기보다 여자랑 밤새 놀고 싶어 하는 놈들에 불과한 것 같다. 게다가 무엇이 조여 졌는지 나로선 알 도리가 없다. 확실한 건, 이 곡이 화끈하다는 점이다.


2. 재즈의 모든 것
아무리 들어 봐도 정말 재즈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재즈의 모든 것'은 흥얼거리기 좋은 아레나-록 넘버다. 아직 2번째 곡인데, 벌써부터 폭발해 버린 기타와, 나는 가수다 식의 후렴 편곡은 당황스러운데, 멋있다. 파블로프는 '류복성' 선생님의 명언 '이게 바로 재즈지!'에서 깊은 가르침을 얻었다고 한다.


3. 어젯밤 이야기 Ⅱ
지난 밤 서울시를 덮친 불의 재앙 앞에서, 도망가느니 차라리 오줌을 갈겨 불길을 제압하려 한 사내의 서사시를, 비스티보이스의 비트에 녹여 낸다면 이런 곡이 나올 것이다. R. I. P Adam Yauch (1964~2012)


4. 담아만 두세요
이제 템포는 조금 차분해 졌다. 지나간 사랑을 우연히 마주친 것으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본 앨범의 숨은 보석이 될 것 같다. 실로 구질구질 해지기 쉬운 뻔한 이야긴데, 파블로프는 그렇게 풀지 않았다. 수미상관의 형식 위에 수놓아 진 류준의 기타 플레이가 호응하며 꽤나 견고하게 직조된 애상의 풍경을 느낄 수 있다. 필청.


5. 이미 끝났다는 걸
본 앨범의 두 번째 타이틀곡으로 '저스틴 팀버레이크'처럼 불러 보려 했다지만 역시 기량이 받쳐 주질 못한 나머지 자연스레 파블로프 표 음악이 되었다는 후문. 그러나 이대로 경기를 끝마칠 생각이 없는 나머지 '샌드페블즈'의 명곡, '나 어떡해'의 영향을 과감하게 드러내며 게임은 역전된다.


6.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록 뮤직은 '밤의 찬가'이기에 파블로프는 일찍이 밤 생활에 충실했다. 그러나 뜨거운 밤이 지나고서 무언가 변해 버렸을 때 곡을 써야 할 순간이 왔다고 한다. 그 순간 이들의 머릿속에서 'H.O.T'의 캔디가 15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흘러 나왔다고 한다. '모든 게 다 변한 거야, 널 향한 마음도.'


7. 그렇구 말구요.
본 앨범의 세 번째 타이틀 곡으로 (얘네 정말 용감하다.) 밀린 월급을 받기 위해, 자기를 둘러싼 껍질을 송곳으로 깨고 나온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사실 '그렇구 말구요'는 파블로프의 공식 주제였던, '밤과 섹스''하고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파블로프 친구들도 임금 체불과는 퍽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이들은 지나치기 힘든 불의가 곳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알 고 있는 것 같다.


8. 136-140
성북구 장위동의 우편번호를 뜻하는 제목으로, 묵직하고 강렬한 트랙들 사이에서 숨 쉴 공간을 제공해 주는 소품으로 기능한다. 짧은 곡이지만, 파블로프의 음악이 그리는 공간이 어떤 곳인지 확실히 각인시킨다.


9. 내사랑 내 곁에
1집에서 가장 파괴적이고 어두운 록 넘버로, 멤버들은 신촌 블루스의 '골목길',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와 같은 세레나데에서 얻은 불길한 예감을 응축시켜 이 곡을 만들어 냈다고 전한다. 이들은 그간 영향 받아 온 곡들을 해석하고, 헌정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한 태도는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를 거의 통째로 인용한 본 곡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10. 심야영화
밤새 함께 하고픈 애인과의 데이트에서 조조 할인을 선택할 것인가? 심야 영화를 보겠는가? 파블로프의 멤버들은 후자를 선택했다. 나는 그 선택이 과연 26살의 남자들답다고 생각한다. '문 샤이너스'의 '목요일의 연인'을 떠올리게 만드는, 스트레이트 로큰롤 넘버다: 밤새 너와 함께 하고 싶어서, 그깟 몇 백 원 할인이 뭐라고.


11. 셋, 넷
합주실에서 농담을 주고 받다 다시 악기를 매고, 드럼과 베이스가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그 위에 기타 리프를 얹고, 코러스를 흥얼거리고, 그러다 솔로를 하고. 록음악은 원래 이렇게 만들어 졌음을 말하는 가장 파블로프다운 순간이다. "아무 생각 없이 만들었어요, 원래도 아무 생각 없었는데. 더 생각 없이 만들었죠." 이들의 앨범 제목만큼이나 군더더기가 없는 곡이다.


12. 해마다 이맘때쯤
오고 가는 계절의 기쁨인 제철 음식과 여체에 대한 예찬으로 빚어낸 7080 사운드로, 콕콕 박히는 가사와 오래된 기타리프가 주는 기쁨으로부터 파블로프의 원류를 되새겨 볼 수 있는 마지막 곡이다. 나는 이들이 2030년에도 '해마다 이맘때쯤'을 연주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줄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