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東京ユウトピア通信 (도쿄유토피아통신)

東京ユウトピア通信 (도쿄유토피아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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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p

앨범유형
정규앨범 , 팝 / J-POP
발매일
2014.11.20
앨범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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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발매된 Lamp의 여섯 번째 정규앨범 [東京ユウトピア通信 (도쿄유토피아통신)]

시티팝과 브라질 뮤직, 하모니 팝스 등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팝 사운드의 절정!
아름다운 멜로디와 하모니 통해 서정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밴드 Lamp가 만들어 낸 21세기 겨울 팝의 걸작

일본 현지 기준으로 2011년 2월 9일 발매된 램프의 6번째 앨범 '도쿄 유토피아 통신(東京ユウトピア通信)'은 여러모로 램프 음악세계의 최종 진화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종 진화형, 진부하기 짝이 없는 표현이지만 램프의 경우 진화 메커니즘 이상의 수사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 ', '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 '등 베스트셀러의 저자이자 진화생물학계 최고 스타 중 하나인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일찍이 진화를 험준한 산의 정상에 오르는 것에 비유했다. 한 눈에 들어오는 절벽 쪽에서 보면 깎아 지른듯한 기울기와 까마득한 높이에 압도된 나머지, 저런 꼭대기에 오르는 것은 초자연적인 힘으로 단번에 이루어진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세련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램프의 음악 역시 어딘가 다른 시절에서 뚝 떨어진듯한 서슬 퍼런 느낌 마저 준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이 산의 뒤편에는 비교적 완만한 기울기의 능선이 있다. 그러니 실제로 정상에 오른 누군가는 기나긴 시간 동안 차분히 그 길을 한 발짝 한 발짝씩 올랐다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세균의 편모와 같은 초미세구조는 흡사 고도의 지능을 가진 누군가의 청사진에 따라 치밀하게 제작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의 셈법을 아스라히 초월하는 기나긴 시간 속에서 수없이 많은 조그만 조정들이 모여 이룩된 것이다. 도킨스는 저서 ' 불가능한 산 오르기Climbing Mt. Improbable) '에서 이를 설득력 있게 주장한 바 있다.

음악 작법이나 앨범 제작에도 진화 메커니즘이 적용될 수 있을까? 어디까지나 메타포의 맥락에서 하는 얘기지만 나는 램프의 이 앨범이 그 훌륭한 예가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먼저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의 법칙. '도쿄 유토피아 통신'에는 그 동안 램프가 보여준 음악적 성취 중 그들의 몸에 가장 잘 맞는(fit) 것들이 남아있다(survive). 먼저 수록된 8곡 중 절반 이상이 수년간 계속 해서 라이브에서 연주해오던, 몸에 익은 넘버다. 라이브 단골 레퍼토리인 '공상야간비행(空想夜間飛行)'과 '무드 로만티카(ム―ド?ロマンティカ)'는 이미 다른 버전으로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된 적이 있으며 '네가 울면(君が泣くなら)', '싸늘한 정경(冷ややかな情景)', 그리고 '먼 여행길(遠い旅路)'까지 이 앨범의 반 이상을 이미 4번째 앨범인 '램프 환상(ランプ幻想)'의 발매기념 서울 라이브에서 들을 수 있었다. 라이브 위주가 아닌, 소위 말하는 스튜디오 밴드의 시대로 접어든 본격 앨범인 '램프 환상'의 수록 곡을 3곡 밖에 연주하지 않았던 공연에서, 당시 아직 녹음도 마치지 않은 이번 앨범을 5곡이나 들려주었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램프의 진화시계는 어쩌면 당시에도 이미 '도쿄 유토피아 통신'에 맞춰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진화론 비유와는 별개로 '램프 환상'도 음악적 야심으로 가득 찬 대단히 훌륭한 앨범임엔 분명하지만 말이다.)

또한 램프 앨범 중 가장 많은 11곡이 수록된 '램프 환상'처럼 커다란 덩어리의 앨범으로 기획되었던 최초의 세션에서 5곡이 '8월의 시정(八月の詩情)' 앨범으로 떨어져 나가는 과정은 현생 조류의 선조였던 거대파충류(즉, 공룡)가 가벼운 깃털로 뒤덮인 한 마리 날렵한 새로 거듭나는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2010년 발매된 '8월의 시정'은 '도쿄 유토피아 통신' 수록을 위해 녹음 중이던 곡들 중 타이틀곡 '8월의 시정'을 위시하여 여름을 테마로 한 노래들만 떼어낸 것이었다. 찌는듯한 일본 특유의 여름의 정서를 읊은 트랙들을 과감히 덜어 별도의 앨범으로 묶고 나자 13곡짜리 대작 앨범에서 8곡짜리로 중량감이 줄어든 대신 '도쿄 유토피아 통신'은 심상의 완결을 획득할 수 있었다. 우리는 겨울의 도쿄에 여행갈 때 반드시 챙겨야 할 단 한 장의 앨범을 가지게 되었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멤버인 나가이 유스케의 말을 빌리자면 기본적으로 여기에 수록된 곡들은 '덧셈의 음악'이다.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뮤지션 입장에서는 꽤 호화를 부린 셈이죠. 녹음한 분량은 계속 쌓아놓는 편인데, 같이 더빙한 트랙이 완전히 겹쳐져서 한쪽이 죽는 느낌이 아니라면 버리지 않습니다. 뺄셈이 없는 덧셈의 음악이죠. 적어도 무언가를 좋게 하기 위해서 그 중 일부분을 덜어내자는 사고방식은 거의 없습니다.” 녹음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데모작업을 통해 솔로파트의 디테일까지 정해놓고 실제 레코딩에 임하는 방식에 비하자면 '도쿄 유토피아 통신'의 작업방식, 즉 레코딩 자체를 하는 도중에 무계획적으로 많은 부분을 만들어가며 그 요소들 하나 하나가 각각의 파트, 섹션, 곡 전체에 어울리는지에 따라 순발력 있게 각각의 테이크를 살릴지 죽일지 결정하는 방식, 여기에 '진화 메커니즘' 외에 다른 레테르를 찾기 힘들다. 의미심장한 사실은 이들이 '너와 나와의 이별에(君とぼくとのさよならに)'의 러프 믹스(녹음 도중에 모니터링의 목적으로 만드는 대략적인 믹스)를 수 차례에 걸쳐 자신들의 마이스페이스에 업데이트한 것이다. 최종본인 앨범 버젼이 공개되면서 중간 과정의 러프믹스들은 모두 다 삭제되었지만 어쩌면 그들은 '불가능한 산'의 뒤쪽 능선, 그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들을 팬들과 공유하려 한 것은 아닐까.

뭐 이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개인적으로 반가운 것은 이 앨범의 아트워크에 펼쳐진 파란색의 향연이다. 이 멋진 일러스트들은 원로 컬트 만화가 스즈키 오지(鈴木翁二)의 작품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램프의 앨범 '연인에게(戀人へ)'의 자켓에서 보았던, 울적하면서도 묘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던 파랑이 떠올랐다. 독일의 색채심리학자 에바 헬러에 따르면, 파랑은 일단 '멀고 무한한 색'이다. 물과 하늘이 아무 색도 띠지 않음에도 우리 눈에 파랗게 보이는 이유는 공간이 깊어지면서 모든 색이 파랑 속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하늘색'이란 말을 쓰듯이 일본인들은 '물색(水色)'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한다는 사실은 이 점에서 재미있다.) 추울 때 파랗게 변하는 피부와 입술 등 우리의 감각 경험에 근거할 때 파랑은 차가운 색깔이기도 하다. 얼음과 눈(雪)도 푸른 빛을 낸다. 한편 세잔을 비롯한 인상주의자들은 그림자를 파란색으로 즐겨 그렸다 한다. 하늘, 물색, 차가움, 싸늘함, 겨울, 그늘… 이번 앨범 가득한 파랑의 이미지는 수록곡들이 그리는 세계와 이 이상 잘 어울릴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에바 헬러의 저서 '색의 유혹'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은 파랑이다. 그녀가 행한 조사에서  남자의 46%, 여자의 44%가 파랑을 가장 편애하는 색이라고 했다 하니 말이다. 또한 파랑을 싫어한다는 사람은 남자 1% 여자 2%에 불과했다고 한다. 부디 사람들이 파랑을 좋아하는 만큼 파란색 가득한 이 앨범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걸작 앨범 '도쿄 유토피아 통신'을 통해 가능한 많은 분들이 램프라는 봉우리의 정상을 만끽하셨으면 좋겠다.

정바비(http://bobbychung.com) / 자료제공 : 파스텔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