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TOURS THE REMIXES

TOURS THE REMIX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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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IOTAPE (이디오테잎)

앨범유형
싱글/EP , 일렉트로니카 / 가요
발매일
2015.06.16
앨범소개
Idiotape [TOURS The Remixes]

이디오테잎이 일렉트로닉 뮤지션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클럽용 음악을 한다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룹은 신시사이저를 쓰는 것을 제외하면 최근의 EDM 대세와 크게 동떨어진 음악을 한다. 일단 드럼이 리얼 연주다. EDM은 드럼 머신 혹은 드럼 샘플들을 쓰지만 이디오테잎은 디알(DR)의 강력한 파워 드러밍을 실연으로 사용한다. '라이브' 밴드라는 것도 큰 차이다. EDM은 완성된 곡 전체를 재생 버튼으로 트는 '디제잉'이 기본이지만 이디오테잎은 각 파트를 실시간으로 조립, 변형, 연주하는 라이브다. 음악적 내용 측면에서도 다르다. EDM이 춤추기 좋은 펑키 그루브에 집중한다면 이디오테잎은 록처럼 거친 리프로 질주할 때가 있다. 댄스 클럽과 이디오테잎은 서로 공유하는 부분도 많지만 밀어내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디구루는(Dguru) 디제이 출신이다. 그리고 여전히 디제이 활동도 활발하게 병행 중이다. 제제(Zeze) 역시 범호(Bumho)라는 이름으로 디제이 활동을 한다. 두 사람은 이디오테잎의 일원으로는 현재의 EDM 대세에 등을 돌리고 있지만 그들만큼 하우스, 테크노에 애정을 가진 이들도 드물 것이다. 심지어 그룹이 소속된 브이유 엔터테인먼트는 한국의 음악 기획사들 중 디제이 및 댄스 클럽에 가장 밀접히 관련된 회사다.
 
그렇다면 둘을 효과적으로 조화시킬 방법은 하나다. 리믹스를 발표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이디오테잎의 노선에도 불필요한 타협이 발생하지 않고 클럽에서도 그들의 음악이 울려퍼질 수 있게 된다. 밴드 중엔 리믹스를 꺼리는 이들도 많다. 공들여 만든 원곡이 디제이 믹스용으로 바뀌는 순간 망쳐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디오테잎은 EP 규모의 정식 앨범으로 발매한다. 그룹의 전자음악 및 댄스 씬에 대한 깊은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리믹스는 한국의 내로라하는 디제이, 프로듀서들에게 맡겨졌다. 한국에서 '테크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인 바가지 바이펙스써틴(Bagagee Viphex13), 클럽 디 에이의 레지던트 출신이자 수많은 팬들을 보유한 2인조 인사이드 코어(Inside Core), 칵스(Koxx)의 멤버에서 디제이 및 EDM 프로듀서로 변신한 숀(Shaun), 일렉트로닉 그룹 히든 플라스틱(Hidden Plastic)의 멤버인 루나율(Lunayul), 밴드 텔레파시(Telepathy) 출신이자 현재는 전자음악가로 활동 중인 프란츠(Frants), 프란츠와 함께 라이크 라익스(Like Likes)로 활동하며 멋진 레트로 하우스를 들려주고 있는 토요(Toyo)까지, 모두 현재의 한국 클럽 씬과 전자음악을 이끌고 있는 대표주자들이다. 이들에 의해 이디오테잎의 음악은 완전히 다른 매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Shaun 'With The Flow'
원곡의 사이렌 같은 소리를 살려 훨씬 더 강하게 증폭한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다. 아름다운 사운드로 느리게 점층하는 원곡을 빅 룸 특유의 빌드업으로 빠르게 몰아붙였고 브레잌다운에선 원곡의 도입부처럼 몽롱하고 예쁜 신스 연주를 잊지 않았다. 숀의 뛰어난 사운드 메이킹 능력도 유감없이 발휘된 곡이다.
 
Inside Core 'With The Flow'
이디오테잎 특유의 게임기 같은 소리들을 과감하고도 전면적으로 사용했다. 하드함 일색의 빅 룸 하우스에 복고적 사운드가 가미되어 신선하게 들린다. 이디오테잎의 개성과 EDM 프로듀싱이 만난다는 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브레이크다운에 들어가는 디알 식의 록 드럼 사운드도 재밌다.
 
Lunayul 'Bullrock'
히든 플라스틱에선 몽롱하고 예쁜 소리들을 들려줬던 루나율이 여기선 거칠고 센 소리들로 사정없이 달린다. 사운드도 하드하지만 전개도 만만치 않다. 다소 직선적이었던 원곡에 드라마틱한 빌드업을 더해 흥분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Frants 'Airdome'
라이크 라잌스에선 딥 하우스를 들려주는 프란츠가 솔로 곡에선 후버 사운드를 탑재한 EDM을 들려줘서('Rave Generation')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그 하드한 에너지는 여전하다. 과도한 커머셜함을 피하면서도 관객들을 압도하는 드랍을 들려주는 능력은 이 곡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되고 있다.
 
Bagagee Viphex13 'Untitled 03'
하드스타일 클럽 행오버의 레지던트를 맡고 있는 바가지 바이펙스써틴이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스래시 메탈에 가까운 강력한 버전의 리믹스를 들려주고 있다. 원곡의 베이스라인을 록 기타로 바꾼 부분에서 이디오테잎의 록적인 사운드에 대한 이해와 바가지 본인의 하드함에 대한 애정을 동시에 엿볼 수 있다. 주로 '디스코 테크노'를 표방하며 펑키한 드라이빙 테크노를 들려주는 그지만 여기선 색다른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정말이지 다양한 색깔을 가진 아티스트다.
 
Toyo 'Airdome'
이번 앨범에서 가장 이색적인 리믹스다. 프란츠는 'Airdome'을 거친 빅 룸 하우스로 바꿨지만 토요는 저음을 강조한 느린 알앤비 스타일로 리믹스했다. 두 사람이 같은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다니 그것 또한 재밌다. 진공상태 같은 차가운 무드와 그 위에 얹어지는 아름다운 피아노 브레이크다운은 정말 매혹적이다. 이번 앨범에서 원곡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리믹스이기도 하다. 자기 스타일로 바꾼다는 건 바로 이런 걸 말한다.

대중음악평론가 - 이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