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축의금

축의금

공유하기

윤덕원 (브로콜리너마저)

앨범유형
싱글/EP , 인디 / 가요
발매일
2015.06.19
앨범소개
윤덕원 : 여동생의 결혼식 축가를 부르며.

자신의 결혼식에 축가를 좀 해주면 안되겠냐고 하는 동생의 연락에 대답을 미루고 미루다가
식을 일주일 쯤 남기고 답을 했다. 신부 오빠가 축가를 하는게 좀 어색하지 않으냐.
내가 썼던 곡 중에는 축가 할 만한게 없는데 어떡하느냐. 이러 저러한 이유를 대 봤지만
오빠가 해 줬으면 좋겠다는거다.

남매간의 돈독한 정이 남달라서라기 보다...
먼 곳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축가를 해 줄만한 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덧붙였는데,
음.. 거절할 수가 없었다.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 보면 항상 그렇게 민망해 하는 듯 하면서도 자신의 요구사항들을
빼놓지 않고 또박또박 부탁해 온 동생의 요청들을 거절하지 못하고 살았던것 같다.
물론 ‘…같다’ 라고 하는 것은 순전히 나의 기억이기 때문에
아마 본인은 또 할 말이 많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결혼 할 줄은 몰랐으니까.
앞으로도 몇 년은 더 징징대면서 금전이나 조언을 요구하며 들척지근하게 달라 붙을 거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비우려 했던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말이다.

그래, 하지만 사실 잘 알고 있다. 말은 이렇게 해도 뭐 그다지 해준 것도 없고 까칠하게만
했다는 것을.. 앞으로 그런 일 조차도 뜸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문득 그런 생각에 미치자 내 머릿속은 분주해졌고,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니
한 곡의 노래가 완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코끝이 찡 해 오는 것이었다.

'내가 왜?' 라고 생각했지만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표현은 안했지만 내심 동생 곁에서 든든한 울타리 같은 오빠로서 힘이 되어 주고 싶었던
그 마음, 하지만 부족했던 나 자신에 대한 자책과 반성 같은 것들이 마음 속에 있었나보다.
그래 이 마음을 최고의 축가로 전해야겠다는 오빠로서 마지막 책임감이 밀려왔다.

며칠 노래를 더 정리했다.
연습을 할 때면 한번도 빼놓지 않고 코끝이 찡했다.
칠 줄도 모르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것도 매우 어려웠다.

늘 찡찡거렸지만 마음이 여린 동생과 어머니는 이 노래를 들으면 아마 울지도 몰라.
아니 확실히 울고 말겠지.
그러면 농담을 해서 웃지도 울지도 못하게 만들어야지.

그리고 당일.

전날 밤을 새었기에 전세버스를 타고 결혼식장으로 향하며 잠을 청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분주한 결혼식장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느라 정신도 없었다.
그리고 결혼식장의 단상에 모니터 스피커도 없었다.
스스로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채 울리는 나의 목소리는 불안했고, 노래 가사를 전혀 들을 수
없었던 동생과 어머니는 행복하게 웃기만 했다.
그 모습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고 더욱 더 두려워하며 노래해야 했지만,
모두가 밝게 웃고 있던 동생의 결혼식은

그보다 훨씬 근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