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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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Q

앨범유형
싱글/EP , 인디 / 가요
발매일
2015.06.22
앨범소개
소리박물관 [□]

편안한 음악을 찾는 일은 어렵다. 각자의 기호와 취향의 문제를 제쳐두더라도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꾸만 화자의 의도를 요구하는 시대적 코드진행 때문에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도 문제를 풀어내듯 의미와 오브제를 찾아 헤매야 한다. 한마디로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음악을 듣는 일마저도 골치 아픈 일이다.

함축시키되 알아듣기는 쉽게 하자. 그렇게 등장한 것이 중증환자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기형적인 음악들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그것들에게 계속해서 요구한다. 이봐, 나는 쉬고 싶어. 좀 더 쉬운 노래를 만들어 봐. 어느 틈에 오선지 위에 음표들이 사라지고 온통 C언어로 생산된 소리들이 사방에 진열되었다. C언어가 지하를 장악하고 밤새도록 킥을 밟아대는 바람에 나처럼 예민한 작가들은 이제 밤잠을 설치게 되었다. 편안한 음악이 필요한 시대다.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물을 수 있겠다. 요즘 트렌드를 전혀 모르는 소리라고 할 수도. 하지만 이미 인스턴트식품과 방부제에 길들여진 현대인에게 이건 너무 가혹한 게 아닐까.

소리박물관은 나열된 페인트 통을 차례대로 넘어트려 그린 그림처럼 환상이나 꿈에 대해 이야기 한다. 부재중인 너에게 말을 걸고 모든 게 착각이거나 혹은 꿈인 공간에서 병든 아저씨와 거꾸로 가는 헤엄을 부르다가 혼잣말을 되풀이한다. 뒤척이다가 주운 생각은 딱 쓰기에 알맞다는 곡의 가사처럼 꿈속에서나 떠올릴 법한 이야기들을 서슴없이 꺼낸다. 이렇게 시적인 가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 역시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깊은 잠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실패하는 나를 발견한다.

소리박물관의 음악은 실험적이다. 그런 점에서 자꾸 무언가를 놓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페인트 통 앞에서 본인들의 모양을 찾을 새로운 기회다. 음악 속에서 페인트 통을 쓰러트린 모양으로 자화상을 그리는 것이다. 미음인지 네모박스인지 레드인지 블랙인지 또는 빈 상자인지 그 모양은 제멋대로이며 철저히 당신 마음대로다. - 고찬하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