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당신아니였으면 부르지 못할 노래

당신아니였으면 부르지 못할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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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와조화

앨범유형
싱글/EP , 인디 / 가요
발매일
2016.01.07
앨범소개
손준호와조화 [당신아니였으면 부르지 못할 노래]

대개, 조화라는 단어를 들으면 '서로 잘 어울림(調和)'이란 뜻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은 '조의를 표하는 데 쓰는 꽃(弔花)'이란 느낌도 전달한다. 하나로 규정짓기 어려운 감상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앨범이 나왔다.
 
손준호는 지난 15년 이상 록 밴드에서 드러머로 활동했다. 그가 비로소 '손준호와 조화'라는 자신의 이름을 건 첫 팀을 꾸렸다. 밴드 '와이낫', '김수철 밴드', '시와 바람' 등 강렬한 사운드에 몸을 맡겨 왔던 그였기에, 이번 앨범은 놀라우면서도 당연하다. 우선, 그가 걸어온 길과는 확연히 다른 서정성과 슬픈 아름다움을 전달하기에 놀랍다. 이와 동시에, 싱어 송라이터로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새 출발하겠다는 선언 같은 느낌도 들게 한다. 때문에 당연하다.

[당신 아니었으면 부르지 못할 노래]에는 이처럼 다른 감상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첫 앨범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이들이 구축한 사운드 역시, 조화롭다. 무엇보다, 듣다 보면 상처 받은 누군가에게 '조화' 대신 이 음악을 들려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픔이 위로가 되고, 눈물이 기쁨이 되듯, 이 이질적인 감상들이 (손준호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곡 소개]

1. 미안하단 말도

사람은 상처를 받고 상처를 주고 산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이 흐를수록, 누군가는 이 상처의 뫼비우스 띠에서 멀어지겠지만, 누군가는 이 지겨운 띠를 거듭한다. 타이틀 곡 '미안하단 말도'는 이제 막 상처를 줘야 하는 남자가, 자신도 상처를 받아본 적이 있기에,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는 심연 같은 미안함을 담고 있다. 무슨 말을 꺼내더라도 상처가 되기에 '미안하단 말도' 미안해서 할 수 없는 심정이 된 것이다. 나약하고, 어찌 보면 지질한 감정이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흐르고 있다. 초반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마저, 상처의 원인이 지나가는 느낌을 준다. 차마 쏟아낼 수 없는 감정처럼, 절제된 기타와 담담한 보컬은 청자에게 곡을 한층 더 슬프고 아름답게 전달한다. 
 
2. 나를 봐

국악기인 장구로 시작되는 '나를 봐'는 경쾌한 리듬으로 출발한다. 곡은 간주에서 멜로디와 리듬의 전환을 이룬 후, 다시 경쾌한 리듬으로 흐르다 어느새 사그라진다. 그런데, 왜 슬픔이 힘껏 잠복하고 있는 느낌이 들까. 폭발하지 않는 사운드가 터트리지 못한 울음처럼 들리거나, 시적으로 어미를 종결 짓지 않은 가사가 차마 꺼내지 못한 속내처럼 들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를 봐'는 들으면 들을수록 슬픔이 예고된 사랑의 막바지에 다다른 사람의 읊조림 같다. 사랑을 얻었다는 오늘의 안정감과 사랑을 잃을 것이라는 내일의 상실감이 기이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곡이다.        
 
3.당신 아니었으면

이 곡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물의 조각이 햇빛에 비추어 말없이 튀듯/ 우리 사랑은 순간적으로 아름다웠네." 이 가사를 소개하는 것 외에 이 곡의 어떠한 설명도 구차할 뿐이다. 

4. 밤

이렇게 소개를 하는 것이 미안하지만, 이렇게 소개를 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다. 나는 이 곡의 가사를 타이핑 한 뒤 출력을 해서 책상 위에 놓고 한참을 바라봤다. 이 노래는 시다. 시인(詩人)은 1연에서 말한다."조용히 나를 내려놓는 밤/ 가만히 나를 견뎌내는 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인연을 끝내려는 밤, 가장 혐오스러운 존재는 바로 자신이다. 이 자기혐오의 시간을 견뎌내는 자가 다시 말한다. "조용히 그대 놓아주는 밤/ 가만히 나를 일으키는 밤"우리 모두가 생을 살아내야 하는 존재이듯, 화자 역시 생을 살아내기 위해 '가만히 자신을 일으킨다.' 자기혐오와 자기위로를 반복하는 '밤'의 시간. 이 후회와 각오의 시간이 곡에 시처럼 새겨져있다.
 
5. 사랑은 꽃이 되고

70년대 찻집의 낡은 스피커에서 들릴 법한 초반 코러스, 사랑이라는 '감정의 생로병사(生老病死)'를 서술하는 노랫말. 상실과 소생의 철학적 깨달음을 담은 듯한 현악 연주. 불어인지 유럽의 어느 약소국 언어인지 알 수 없는 간주의 코러스. 앨범 전체 중 유독 맑은 보컬. 후반부에 어우러진 합창. 이 모든 것이 알 수 없는 '하모니'를 이뤄, 이 곡만의 특허를 따냈다. 사운드는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감정은 화자가 힘들어하는 것 같으면서도, 청자에게 힘을 준다. 음악을 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게 바로 이 곡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곡을 정확하게 묘사하기 위해서는 국어사전이 좀 더 두꺼워져야 한다.

글 최민석(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