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죽은 새의 노래

죽은 새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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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부스 (Phonebooth)

앨범유형
싱글/EP , 인디 / 가요
발매일
2016.03.18
앨범소개
폰부스 (Phonebooth) [죽은 새의 노래]

죽은 새들

비둘기가 튀어 오른다. 구정물처럼 번진 날갯짓으로, 마침 지나는 사람이 놀라 몸을 돌리면서 그 새가 땅에서 뛰어 오르기로 한 이유 또한 같다는 것은 알아채지 못한다. 험한 표정을 하고 이 지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불쾌감을 드러낸다.

신림동 어느 반 지하 방에서 한 고시생이 목을 매단 채로 발견됐다. 그는 9년 동안 매일 뾰족한 수염을 기르며 총 열아홉 번의 시험에서 낙방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읽던 책에는 모음들이 모두 풀려있었고 그는 스무 번째 시험 결과가 나오기 전 더 이상 외워지지 않는 글자들을 엮어 목을 걸었다.

직장인 김 씨가 근무하는 사무실은 22층이다. 그는 매번 자신의 의견이 묵살당할 때마다 그 이유를 자신의 낮은 위신 때문이라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가 아이들의 종아리에 오늘 지켜지지 않는 항목을 빨갛게 표시해 둔다. 이것은 너희들이 내일 저녁에 올려야 할 보고서라고 말한다. 

월경(越境)

거리의 신호등은 마치 무언가 에게 허가를 내주 듯 색을 바꾸고 사람들은 그 신호에 맞춰 아스팔트를 월경한다. 그 경계선 사이, 어떠한 생명도 살아있지 않다. 부스러기 같은 부리로 보도블록 위를 맹인처럼 짚고 가는 새들과 자신의 허리 정도의 높이에 몸을 매단 청년 그리고 매를 맞지 않는 것이 꿈이 되어버린 아이들과 아버지는 신호가 붉어지기 전 모두 이 길을 건너갔다.

과장

우리는 도시에 살면서 도시에 살길 원한다. 우리가 살고 싶어 하는 도시는 언제나 경계 너머에 도시, 그 곳은 높이 솟구친 빌딩처럼 누군가의 성공이 과장되어지는 곳, 건물 사이로 단 한 번도 본 적 없고 보이지 않는 그 신화를 좇아 우리는 지금 이 도시에 살고 있다. 하늘을 영위하며 항상 도달하고픈 이상의 대체물이었던 날개는 이제 지상에 내려와 우리와 함께 거리를 헤맨다. 많은 청년들은 뒤주에 갇혀 죽은 어느 왕의 아들처럼 좁은 방에서 소리를 지르지만 아무도 듣지 못하고 높은 빌딩을 점유한 사람들은 그 옆에 더 높은 빌딩을 짓는다.

죽은 새의 노래

도시와 도시 사이의 경계에서 죽은 새에겐 빨갛고 파란 신호등은 무용지물이었다. 더 이상 쉴 만한 그늘도, 품고 있는 애정을 노래할 밤도 모자랐다. 하루 종일 목을 구부려 자세히 들여다봐도 보이는 건 플라스틱 타이 끈 이거나 스티로폼 부스러기 같은 대부분이 허상, 그 허상으로 채운 배는 영원히 꺼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원하는 것을 취할 공간을 빼앗었다. 이 새가 무엇을 찾으러 이 지상에 내려 왔건, 청년이 소리치는 것이 말이 아닌 비명이건, 빌딩이 아무리 높아지건 간에 그것은 이곳에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우리는 이제 자연사한 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Single

Produced by 김태우
Composed by 홍광선 Lyrics by 박한
Arrangement by 폰부스
Recorded by 김은석 @ Tripper Sound Studio
Mixed by 김태우 @ 옥탑공장
Mastering by 김은석 @ Tripper Sound Studio

Artwork & Music Video Directed by 이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