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No. 9

No.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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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Against

앨범유형
싱글/EP , 인디 / 가요
발매일
2018.01.03
앨범소개
그런지 사운드로 무장한 중고참 신인의 불만투성이 세상에 대한 서슬 퍼런 도발
All Against [No. 9]

2017년,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던 것 같다. SNS에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스팅 (Sting)보다 'Roxanne'을 더 잘 소화한다는 보컬 이윤찬 옆에 블랙메탈 밴드 오딘 (Oathean) 출신 기타리스트 이희두가 앉아있었다. 그냥 식당에서 자리가 없어 합석한 게 아니라, 둘 모두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듯 보였다. 이 생경한 조합은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고 올 어게인스트 (All Against)라는 새로운 밴드가 우리 앞에 나타나리라는 일종의 예고편과도 같았다.

올 어게인스트는 이희두가 오딘 이후 결성했던 프로젝트성 밴드 세븐티 세컨즈 (70 Seconds)를 모체로 한다. 2012년, 이희두는 새로운 장르를 추구하려 전 새크리파이스 (Sacrifice)의 베이시스트 정승범과 세븐티 세컨즈를 결성했다. 이후 전 온 더 스팟 (On The Spot)의 드러머 최상준이 합류했고 2015년을 시작으로 2016년 중반까지 약 1년간 공연을 중심으로 한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활동은 고착상태로 들어간다.

한편 이윤찬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이윤찬 밴드로 활동하며 2015년에는 세계 밴드 대회인 이머겐자 코리아 파이널 (Emergenza Korea Final)에서 우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윤찬 역시 2016년 초 12년간 활동해오던 이윤찬 밴드를 정리하고, 혼자서 어쿠스틱 공연을 몇 차례 펼친 것 외에는 특별한 활동 없이 휴지기에 들어가게 된다. 이윤찬과 이희두가 만난 건 블루스 뮤지션 CR태규의 소개 덕분이었다. 그렇게 몇 차례의 만남 이후 서로의 음악에서 공통분모를 끌어내게 되고, 2017년 7월 첫 합주를 시작으로 올 어게인스트는 정식으로 출범하게 된다.

밴드명인 올 어게인스트는 정치 철학자 토머스 홉스 (Thomas Hobbes)의 저서 [리바이어던 (Leviathan)]에 나오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the war of all against all)'의 한 부분을 인용했다. 불만투성이인 이 세상에 음악으로나마 목소리를 높이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클래식 하드록을 바탕으로 한 그런지 사운드로 포장했다. 밴드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 개개인의 이름에서 유추해내기 힘든, 전혀 새로운 시작이었다. 하지만 밴드를 결성한지 두 달 만에 여섯 곡을 완성할 정도로 올 어게인스트는 의욕과 자신감에 넘쳤다. 그리고 이러한 의욕과 자신감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정식 음원이 공개되기 전 홍대 주변의 공연장을 통해 확실하게 검증됐다.

완성된 곡 가운데 이번에 정식 공개되는 곡은 'Hell Sweet Hell'과 'No. 9' 두 곡이다. 앞서 언급했듯 밴드명을 올 어게인스트로 짓게 만든 불만투성이의 세상에 대한 서슬 퍼런 도발은 두 곡 모두에 고스란히 담겼다. 'Hell Sweet Hell'은 표절로 얼룩져왔던 이전의 음악과 음악인을 향한 일침이다. 사운드 적으로는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걸걸한 기타 리프와 육중한 리듬파트에 귀에 쏘옥 들어오는 보컬의 멜로디라인과 음색이 단번에 청자를 매료시킨다. 기존에 해왔던 음악과는 또 다른 영역에 도전하고 있지만 마치 때 묻은 그런지 패션을 보듯 이전부터 입었던 옷인 냥 전혀 위화감이 없다.

'Hell Sweet Hell'이 이전 음악에 대한 노래라면 'No. 9'은 현재에 관한 곡이다. 원래 제목은 '노 9', 즉 아홉 가지가 없는 국내 음악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지만, 표기상 어쩔 수 없이 '넘버 나인'으로 읽히게 될 것을 예상하고 'No. 9'으로 수정했다. 누구나 인지는 하고 있지만, 섣불리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이야기들은 오선지를 찢고 나와 엄청난 에너지 덩어리로 뭉쳐진다. 보컬 이펙트의 적절한 사용도 흥미로우며, 멤버 개개인이 어느 하나 할 것 없이 출중한 연주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현란한 기교를 뽐내기보다 철저하게 밴드사운드에 충실하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번엔 두 곡만이 발표되지만, 이미 준비를 마친 나머지 곡도 공개될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 이후에 발표될 음악 역시 두 곡과 마찬가지로 문제의 단순한 나열만이 아닌 예리한 비판과 비난이 텁텁한 사운드와 함께 펼쳐질 예정이다. 의욕과 자신감 그리고 실력을 겸비한, 신인이라 부르기 민망한 중고참 헤비급 밴드의 등장이다. 그 밴드가 소위 '버터 맛' 물씬 풍기는 사운드로 우릴 유혹한다. 이런 유혹이라면 언제든 빠져들어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탐닉할 만하지 않은가. 발표될 나머지 곡들도 무척이나 기대된다.

글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