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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DOC

앨범유형
싱글/EP , 랩/힙합 / 가요
발매일
2018.01.22
앨범소개
그들조차도 결국엔 혼자다
낯선 공감의 넋두리 ‘편의점’

‘Dream Of Children’, 어린이들의 꿈을 담으며 시작된 디제이 디오씨 (DJ DOC)의 역사가 25년에 이르렀다. 수많은 히트곡들을 만들어 내고, 누구보다 많은 이야깃거리들을 만들어 온 이들의 시간은 늘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항상 당당하고 세상을 향해 고함치며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악동 스타’, 자유롭고 과감하게 흥을 끌어 올리는 디제이 디오씨에게 세상과의 타협은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젊음’의 환각은 시간의 치유를 통해 사라지기 마련이다. 화려하고 특별했던 시간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들도 결국 ‘혼자’라는 차가운 현실과 마주했다.

2010년 [풍류] 이후 8년 만에 새로운 정규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 디제이 디오씨는 지난 연말, 앨범 발매에 앞서 싱글 하나를 선공개했다. 보컬 김창렬이 유성은과 듀엣으로 부른 ‘사랑을 담아서’다. 연말 분위기 충만한 달콤말랑한 이 곡에는 전에 없던 따뜻한 행복이 넘쳤다. 낯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하늘과 정재용의 차례. 둘만의 랩으로 채워진 ‘편의점’이 완성됐다. 눅눅하고 냉기서린 이들의 이야기에서 디오씨 특유의 긍정적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다. 이 역시 낯설다. 5집 ‘D.O.C Blues’에서도 가난이라는 현실을 노래한 바 있지만, 가난을 고백하면서도 당시 이들의 태도에는 여유가 담겨 있었다.

이하늘과 정재용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랩으로 적었고,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헛헛함’이라는 인생의 진리와 맞닿았다. 정재용의 가사를 살펴보자. ‘게임도 질린 지 오래, 쌓여가는 빨래처럼 구석으로 몰린 내 인생은 습하고 눅눅해’, 이하늘의 가사를 살펴보자. ‘냉장고가 딱 내 마음 같아. 누가 열어주기 전까지 불을 켜지 않아. 언제 문을 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이들이 이렇게 처절할 수 있다는 게 어색하지만 이들이 풀어낸 집과 삶의 이야기들은 안타깝게도 폭풍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집으로 돌아갈 때 들르는 편의점, 보일러를 켜도 냉기가 가시지 않는 방바닥은 결국 혼자임을 받아들여야 하는 삶에 대한 깊은 고민을 이야기한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시기를 지나 함께 있어도 혼자뿐인 고독의 시간을 그들도 우리도 마주하고 있다.

곡은 블루지한 스타일로 전개된다. 헛헛한 가사와 딱 맞아떨어지는 블루지한 감성이 공감을 극대화 한다. 비닐봉지를 들고 가로등 하나 켜진 골목길을 몸을 움츠리며 걸어가고 있는 회화적 심상이 머릿속에 펼쳐진다. 그리고 그 그림 속 주인공은 노래를 들으며 점점 나로 바뀌어 간다.

적당한 힙합의 공격성과 적당한 한국적 구수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점도 곡의 매력을 높인다. 정통힙합과 댄스랩의 중간에 서서 25년을 지켜 온 디제이 디오씨만의 스타일에는 변함이 없다. 김창렬의 노래 없이도 그들만의 장점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사운드에서는 곡 전체를 주도하는 어쿠스틱 기타와 곡의 헛헛함을 살려주는 브라스 소스의 활용에 주목할 만하다. 전자음만으로 가득 채워진 최근의 힙합 음악과 차별화되는 부분으로 리얼 악기가 멜로디를 이끌어 빠르게 곡을 각인시킨다.

정규 앨범에서 이들이 팬들을 위해 보여주어야 할 음악은 비교적 선명하게 그려진다. 일상의 답답함과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해소해 줄 강렬한 음악.. 그런 점에서 앨범에 앞서 공개된 두 곡은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 오랜만에 대중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자신들의 현재를 미리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정규 앨범에는 과연 어떤 스타일이 담길까? 늘 불의의 사고로 공백을 맞고, 항상 기대를 넘어서는 앨범으로 공백을 무색케 한 이들이기에 궁금증이 커져만 간다. 저녁 7시 30분, 편의점 갈 시간이다.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