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All Nerve

All Nerve

공유하기

The Breeders

앨범유형
정규앨범 , 락 / POP
발매일
2018.03.02
앨범소개
90년대 4AD를 상징하는 US 인디 록 아이콘
브리더스(The Breeders)의 걸작 [Last Splash] 당시 멤버로 완수해낸
10년 만의 신작
[All Nerve]


알려진 대로 픽시즈(Pixies)는 악명 높은 프론트맨 블랙 프랜시스(Black Francis aka. Frank Black)가 그 주도권을 잡고 있었고 이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1988년 무렵 킴 딜(Kim Deal)이 브리더스(The Breeders)를 결성했다. 픽시즈의 해산 원인은 블랙 프랜시스와 킴 딜의 불화 때문이었는데-블랙 프랜시스는 인터뷰 후 멤버들에게 팩스로 '해고' 통지를 보냈다'- 그 불화가 생긴 시기 브리더스가 탄생했던 것이다.

킴 딜은 스로잉 뮤지스(Throwing Muses)의 타냐 도넬리(Tanya Donelly)와 퍼펙트 디제스터(The Perfect Disaster)의 조세핀 윅스(Josephine Wiggs)를 브리더스에 합류시킨다. 그리고 데뷔 앨범의 엔지니어를 담당했던 스티브 알비니(Steve Albini)의 권유로 슬린트(Slint)의 브릿 월포드(Britt Walford)가 '섀넌 도튼(Doughton)'이라는 가명으로 드럼을 녹음한다.

1990년, 스티브 알비니의 엔지니어 아래 2주 동안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첫 앨범 [Pod]를 작업했다. 앨범은 성공적이었고 피치포크(Pitchfork)에서 꼽은 90년대 톱 100 앨범 중 81위에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타냐 도넬리가 자신의 밴드 벨리(Belly)를 결성하면서 탈퇴하고 이후 그 자리를 킴 딜의 쌍둥이 자매 켈리 딜(Kelle Deal)이 채워낸다. 드러머 역시 짐 맥퍼슨(Jim Macpherson)으로 교체됐다.

이 멤버 구성으로 밴드를 대표하는 걸작 [Last Splash]를 1993년도에 내놓는다. 이는 빌보드 앨범차트 최고 33위, UK 앨범차트 5위에까지 랭크되면서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 됐다. 앨범은 장기적으로 팔려나갔고 1994년 6월에는 플래티넘 디스크를 달성하기도 했다. 너바나(Nirvana)의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은 자신이 가장 영향 받은 50장의 앨범 중 브리더스의 [Pod]와 [Last Splash]를 꼽았던 바 있다. 그러면서 이 무렵 커트 코베인의 제안으로 너바나의 유럽 투어 오프닝을 서게된다.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가 감독한 'Cannonball'의 비디오 또한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이들이 전성기를 누릴 즈음, 미국은 우드스탁(Woodstock)에 이어 롤라팔루자(Lollapalooza)로 달아오르고 있었고 확실히 인디 록이 주류로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앨범은 피치포크가 꼽은 90년대 100장 중 64위에 올랐다.

하지만 얼마 후 켈리 딜이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되면서 밴드는 활동을 중단한다. 킴 딜은 새로운 밴드 앰프스(The Amps)를 결성하고 1995년 [Pacer]를 내놓기도 한다. 앰프스의 활동 역시 중단되고 1997년도부터 스튜디오에 들어가 브리더스의 새 앨범에 착수하지만 몇몇 불화와 약물 문제 때문에 앨범 제작이 중단된다. 1999년 켈리 딜이 복귀하면서 다시금 스티브 알비니의 스튜디오에서 앨범 제작에 돌입한다. 그렇게 2002년 작 [Title TK]가 완성됐는데, 스티브 알비니는 2007년도 스테레오검(Stereogum)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커리어 중 가장 자랑스러운 결과물로 [Pod]와 [Title TK]를 꼽았던 바 있다. 토어터즈(Tortoise)의 존 맥킨타이어(John McEntire)가 일부 드럼을 연주하기도 한 앨범은 차분한 느낌의 곡들을 더러 수록해내고 있었다.

2004년 무렵 픽시즈가 재결성한다. 재결성 당시 대기실에서 했던 인터뷰에서 이 재결성은 돈 때문이라 말하기도 했고, 심지어 조이 산티아고의 경우 자녀가 좋은 학교에 진학할 때 자신이 픽시즈로 다시 활동하면 입학조건에서 유리하다는 이유 등등으로 이들이 다시 모이게 된다. 킴 딜은 픽시즈로 투어를 다니는 와중 2008년 브리더스 명의로 [Mountain Battles]를 녹음한다. 여기서도[Title TK] 당시 멤버인 베이시스트 만도 로페즈(Mando Lopez), 드러머 호세 메데레스(Jose Medeles)의 편성으로 녹음이 진행됐다.

[Last Splash]의 발매 20주년을 기념해 박스 셋 형태의 재발매가 이뤄지면서 [Last Splash] 세션 멤버들이 다시 모이게 되고 2013년에 투어를 실시한다. 그러면서 킴 딜은 또다시 픽시즈를 탈퇴한다. 2014년부터는 드디어 브리더스의 신작이 제작 중에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All Nerve]
그리고 [Mountain Battles] 이후 10년 만에 브리더스가 돌아왔다. 앞서 언급한대로 [Last Splash]의 멤버 구성 그대로 레코딩 해냈고 마이크 몽고메리(Mike Montgomery), 그리고 스티브 알비니와 함께 작업해냈다.

첫 싱글 'Wait in the Car'가 2017년 10월경에 미리 공개됐다. 최근 얼마 동안 인디 레코드들에서 유독 과하게 리버브를 넣는 경우들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이 경우 확실히 90년대 브리더스를 떠올릴 법한 드라이한 인디 록 트랙으로 완성됐다.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브리더스의 사운드다. 앨범 직전 공개된 싱글 'Nervous Mary'는 감성적인 인트로 이후 마이너 코드를 활용하면서 오히려 픽시즈스러운 멜로디를 전개시켜냈다. 타이틀 곡 'All Nerve' 같은 곡에서도 의외로 픽시즈의 'Hey' 같은 노래가 떠오르는 기타 톤과 구성이 엿보이곤 한다.

그래미 최우수 신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코트니 바넷(Courtney Barnett)까지 레코딩에 끌어들였다. 그녀는 자신의 밴드 멤버들과 함께 'Howl at the Summit'에 백 보컬로 참여해냈는데 오하이오에 위치한 스튜디오에 직접 찾아와 녹음한 이후 직접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코트니 바넷의 경우 공연에서 'Cannonball' 같은 곡을 연주하기도 했는데 현재 활동하는 여성 인디 록 뮤지션들 중에 브리더스의 영향 아래 자유로운 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마치 픽시즈가 현재 모든 인디 록 밴드들에게 그런 존재이듯-. 참고로 국내에도 2000년대 중반에 브리더스의 커버 밴드인 '보리더스'가 잠시 활동했던 바 있다.

기존 포지션과는 다른 형태로 녹음한 곡들 또한 존재한다. 느리게 전진해나가는 'MetaGoth' 같은 곡에서는 조세핀 윅스가 기타와 보컬을, 그리고 킴 딜이 베이스를 연주하고 있으며, 'Spacewoman'에서는 켈리 딜이 와스프(Wasp) 신시사이저를, 그리고 킴 딜이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했다. 과거 앨범들에도 종종 존재하던 커버곡이 이번 앨범에도 있는데, 이번에는 독일 크라우트 록 밴드 아몬 될 II(Amon Düül II)의 곡을 커버한 'Archangel's Thunderbird'를 수록해냈다. 이 커버버전은 'Cannonball'의 리듬을 연상시켜낸다. 'Walking with a Killer', 'Skinhead #2', 그리고 'Blues at the Acropolis' 같이 의외로 느리고 감성적인 곡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는 대목에서 역시 이들도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을 감지케 한다.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Dawn: Making an Effort' 같은 곡은 앰프스 시절의 슬로코어/드림팝 스타일을 떠올리게끔 만든다.


허스키하지만 반대로 부드러운 분위기의 목소리를 지닌 킴과 켈리 자매에 의한 하모니, 그리고 거칠게 드라이브 걸린 기타를 축으로 한 사운드는 여전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풍성한 어레인지를 담아냈다. 음질 역시 초창기 작들만큼 로파이 하지는 않고 그럼에도 기존 자신들의 톤을 그대로 유지해내고 있다. 초기의 상쾌함은 줄었지만 대신 깊고 아름다운 작품이 됐다. 자유분방하며 또한 브리더스 특유의 팝적인 색깔이 강한 작품이다.

브리더스는 픽시즈의 음악에 존재하던 킴 딜의 성향을 따로 분리해놓은 듯한 사운드를 지닌 밴드였고, 이번에도 킴 딜 특유의 멜로디라인은 빛을 발하고 있다. 이는 90년대를 상징하는 멜로디이지만 어느 시대에 들어도 상관없이 매력적이다. 90년대 컨셉의 새로운 밴드들이 속속 등장하는 작금의 상황 가운데 진짜 90년대 인디 록 사운드의 핵심과도 같았던 이들의 컴백이 어떤 광경을 만들어낼 지 무척 궁금하다. 굳이 픽시즈와 비교해보면 픽시즈의 재결성 이후 앨범들은 기대를 많이 했는데 기대만큼은 미치지 못하는 작품들이 됐고, 브리더스의 경우 크게 기대를 안 했음에도 꽤나 훌륭한 결과물로써 완수됐다. 그러니까 [All Nerve]는 지금까지의 작품들처럼 좋다. 이번에도 지루할 틈이 없는 삐뚤어진 팝 레코드를 하나 더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