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Melt In Ocean (5)

Melt In Ocean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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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레 (adore)

앨범유형
싱글/EP , 인디 / 가요
발매일
2019.03.08
앨범소개
픽션들 (PICTIONS) [Melt In Ocean (5)]

1. 바다는 그 밖에 사는 이들의 발에는 차갑게 담길 테지만 그 안에 사는 이들에겐 더없이 따듯하다. 그보다 더우면 모르는 새 차츰 익어갔겠지. 우리에겐 우리의 동네 또한 그랬다. 낮에는 신음이 밤에는 고성이 울려도, 병이 날아와 깨져도, 침과 연기와 어리숙한 엔진과 모터가 바닥에 잠겨도, 어찌 됐든 우리의 바다였다. 이보다 추웠으면 우린 바다를 나오자마자 화상을 입었을 거야. 또 이보다 더웠다면 우린 나오자마자 감기에 걸렸을 거야.

2. 우리가 나온 학교의 그 해 자랑스러운 졸업자 현수막 명단에는 그 흔한 서울대가 하나 없었다. “여기선 제일 잘 나가도 최고가 이류야.” 우린 깔깔댔고 그날 조금의 바다가 벗겨졌다.

3. 바다는 보이지 않는 신분증이 되었다.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은 해가 지날수록 사납게 들렸다. 다른 바다는 너무 차가웠고, 또 어떤 바다는 너무 뜨거웠다. 비슷한 온도의 바다는 비린내가 났으며, 비슷한 소음도 훨씬 서럽게 들렸다. 그들이 그들의 바다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우리의 바다가 부끄러웠다. 어쩌다 같은 곳에서 온 사람을 만나면 서로의 눈이 먼저 말했다. “아 그럼 너도.” 묘한 동질감은 부끄러워지고 우린 눈을 피했다. 나를 지킨 적도, 내가 지킨 적도 없던 바다는 잔인하고 또 다정히도 고여있었다. 

4. 우리의 사랑은 어쩌면 그 바다 안에서만 완성될지도 몰라. 나의 바다는 조금 많이 짜고, 너의 바다보다 훨씬 더울지도 몰라. 너가 나의 바다가 거북한 만큼, 나도 너의 바다가 숨막힐 거야. 그치만 우리 엄마가 살던 바다는 너의 형제가 지낸 바다야. 우리 아빠가 살던 바다는 너의 고모가 보낸 바다야.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내 바다도 사랑해줘. 그럼 난 너의 바다에 잠긴 빗방울만큼 너를 사랑할게. 나를 사랑해줘, 내 바다를 사랑해줘...

5. 너의 바다가 내게 물결쳐 왔고, 나는 속으로만 외쳤다. 나는 파도라는 변명에 몸을 싣고 그저 흘러내렸다. 해수면에 반사된 빛은 만져본 적 없는 색채로 눈을 감겼고 그리하여 나는 앞도 못 본 채 멀어져 갔는데, 바다는 길을 잃어도 바다라 나는 길도 잃을 수 없었다.

Cover Design by 유민희, 「좋은 풍경을 보자 당신들 생각이 났다」

Written and Arranged by 문학
Guitar Performed by 문학, 강덕훈
Mixed by 문학 
Mastered by 남상욱 @ Jacob's Well Maste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