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I think, it's weird pose.

I think, it's weird p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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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유형
싱글/EP , 인디 / 가요
발매일
2019.03.15
앨범소개
무가치한 순간들
-타인의 삶을 떠올리게 만드는 노래

그는 우연히 알게 된 남자였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을뿐더러 상호간의 서열을 확인하는 것 같아 따로 묻진 않았다. 누군가를 이해하는데 꼭 살아온 내막을 속속들이 알아야만 할까. 그렇게 주요 신상을 파악하지 않은 채 잘 알지 못하는 이의 이야기를 노래로 접하게 되었다. 앨범 전체를 맴도는 특유의 분위기는 창작자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어릴 적 교회에서 느낀 감정과 어디선가 본 풍경은 책 밖의 말들로 변역되었고 해상 위를 떠도는 쓰레기 더미같이 쓸모없는 것들에 자신을 이입하기도 한다. 사는 것의 고단함을 노래하는 듯한 가사와 사운드는 담담하면서도 묘하게 달라붙어 한 몸을 이루고 있다.

'긴 말이 써져서, 옛말들을 지웠어. 그 말이 점점 어설퍼져가서 난 울었어.'
 - [출구] 중에서

나직이 읊조리는 목소리는 담배연기와 함께 뱉어내는 독백처럼 씁쓸하게 들려온다. 무심한 듯 쌓여가는 베이스 선율은 멍하니 해질녘을 바라보는 마음처럼 원인 모를 감정을 자아내며,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와 같은 다소 감상적이지만 근원적인 질문까지 털어놓게 만든다. 노래 속에서 그는 승리의 주인공보다는 실패와 무능, 근심에 싸인 순교자를 자처한다. 이는 불만족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방법의 일종이지만 현실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하다.

'이게 사는 게 아니면 도대체 사는 건 뭐인데요. 그건 사는 게 아니고 시간을 버리는 꼴이에요’ 
- [무저갱] 중에서

흔히 사는 게 지옥 같다고 말한다. 혹자는 그곳에 가지 않기 위해 현재를 선하게 살아야 한다고 설파한다.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 지옥을 살아가는 이에게 그는 '그렇게 사는 게 맞다고 보인다면 기쁘다'고 말한다. 살면서 겪게 되는 아이러니함과 그 축을 이루는 믿음의 구조 안에서 이 곡은 우리를 현실의 '무저갱'으로 이끄는 것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고 해서 다 안다고 말할 수 없는 관계 속에서, 몇 해를 살아왔는지도 모르는 이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안에서 그는 훌쩍 여행을 함께 떠난 어느 후배이자 따뜻한 말 한마디에 인색한 손자이며 또는 잘 모르는 누군가일 것이다. 다시 먼 바다 위를 떠도는 형체로 시선을 돌리자 그 앞엔 여전히 멀찍이 서서 오롯이 그걸 바라보고 있는 이가 있다. 쓸모없는 감정들은 저 멀리 흘러가 버리고 파도가 쓸고 간 자리는 흔적도 없이 말라버린다.

이렇게 일상의 언저리를 호명하는 노래는 굳이 쓸모를 갖지 않는 사물과 행위의 '가치 없음'을 몸소 증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필요에 의해 서로의 가치가 판단된다면 차라리 잘 모르는 게 나을지도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지워진 말들을 뒤로하고 하루의 끝을 보내면 그들은 더 이상 메마르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과연 그에게 '아픈 것'이 무엇이었을지 추측하며, 가늠할 수조차 없는 타인의 일은 나의 어젯밤을 반추하게 만든다.

(신정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