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Wonder Fool Life

Wonder Fool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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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경

앨범유형
정규앨범 , 블루스/포크 / 가요
발매일
2019.04.29
앨범소개
‘윤도경’ 1집 [wonder fool life]
섬에서 태어난 소년이 부산 동광동의 슈퍼스타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방구석 오딧세이

2009년에 처음 만들어진 노래가 2019년에 하나의 앨범으로 돌아왔다. ‘윤도경’의 첫 번째 앨범 [원더 풀 라이프 wonder fool life]은 이 10년의 여정을 담고 있기에, 앨범 제목의 wonder에는 wander(방랑하는) 또한 겹쳐 보인다. 한편, ‘원더풀’이라는 말은 [로마의 휴일] 같은 흑백영화에 어쩐지 더 어울리는 낱말이다. ‘영도’라는 섬에서 태어나 ‘동광동’ 이라는 원도심 골목의 라이징 슈퍼스타가 된 이에게는 이 오래된 낭만이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 역시 스스로를 ‘옛날 사람’ 이라고 칭하고 있다.

표지 앨범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물의 조각들은 이제 막 조립을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방금 해체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의자라고 귀띔을 한다면 조금은 의아스러울 까. 자기 자신의 자리를 찾는 일은 언제나 방랑을 시작하거나 혹은 끝을 내는 이유가 되는 법이다. 길을 떠나는 일이 곧 자리를 찾는 일이기도 하다는 아이러니를 우리 역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첫 번째 트랙에서부터 마지막 트랙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이 한편의 완결된 서사시(오딧세이)처럼 느껴진다. 뮤지션 스스로 방구석에서 듣기 좋은 노래들로 채워졌다고 말하니 ‘방구석 오딧세이’라고 해야할 까. 그러나 섣부른 단정은 금물. 바다를 내내 끼고 부산 원도심의 골목을 누비며 만든 노래에는 낙타와 사막, 카우보이와 프로이트, 블루스와 락앤롤이 가득하다.

첫 번째 트랙 ‘비의 음표’는 늦은 봄비, 초여름의 공기를 한껏 머금은 채로 시작의 두려움 보다는 설렘을 가득 담고 있다. 어떤날의 노래들처럼 맑은 전주를 들을 때와 마찬가지로 빗방울이 봄소풍을 하는 듯한 멜로디는 시작의 기분으로는 유감없이 좋은 노래다. 이어지는 ‘캔디’는 몽환적인 추억을 노래한다. 함께 꿈을 꾸고 성장하던 친구와 보낸 유일했던 시간은 추운 계절의 따뜻함으로, ‘표정없던 시간’의 ‘무지개’로 기억된다. 추억은 힘이 센 법이니, 다가오는 만남이나 이별도 견딜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The girl the life’와 ‘라이징 스타’에서 삶은 한 단계 도약하는 듯하다. 블루스와 펑크록은 흥분과 열정의 세계를 체감하게 만드는 장르니까. ‘The girl the life’가 귀여운 연애담을 끈적한 블루스에 담아냈다면 ‘라이징 스타’는 ‘방구’와 ‘보리밥’이 등장하고 ‘오래된 도시의 촌스런 딴따라’답게 아찔한 촌스러움이 가득한 펑크록이다.

그러나 다음 노래인 ‘낙타에게’와 ‘꽃편지’로 이어질 때, 인생의 롤러코스터가 정상에서 곧바로 수직 하강하는 중임을 깨닫게 된다. 부산의 바다를 보면서 사막을 상상하게 만드는 끝도 없는 이별의 슬픔과 막막함. 사막은 끝도 없는 눈물의 장소다.

‘투정’은 깊은 바다 속까지 내려갔다가 겨우 올라온 마음의 노래다. 솔직하게 음을 꼭꼭 눌러서 발성을 내는 목소리에는 슬픔과 외로움을 꾹꾹 눌러 담은 정서가 느껴진다. 이 한 곡의 가사 안에 모든 방황의 시간과 장소가 눈에 선히 들어오는 듯하다. ‘사랑’도 ‘자랑’도 되지 못하는 시간들이지만, 아무리 해도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 그의 음악은 바로 그 자리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지금이야말로 락앤롤타임’은 ‘끝없는 좌절’보다 ‘끈질긴 기쁨’(라이징스타)이 이 뮤지션에게 더 어울린다는 걸 알 수 있는 노래다. 기타라면 어느 뮤지션에 비하더라도 서럽지 않은 퍼포먼스를 해낼 ‘기타 또라이’니까. ‘굿바이 퍼플 대디’에는 부산 영도 앞바다에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전주로 깔려 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섬에서 느꼈을 우울과 고독이 만남과 이별이, 이별과 만남이 한 자리에 모인 노래이기도 하다.

마지막 곡인 ‘바람이 앉을 자리’에서 두근두근 심장의 속도로 달려가는 기타 반주와 멜로디는 한대수의 ‘바람과 나’와 장필순의 ‘방랑자’ 어디쯤에 서 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할 때 비장함보다는 이런 맑은 가벼움이 오히려, 떠나갔던 우리가 다시 돌아올 자리를 찾는 이의 자세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열정적인 락앤롤도 사막의 눈물과 이별도 이미 다 해봤으니까. 그렇게 마지막 트랙은 끝이 난다.

이제 첫 번째 앨범을 낸 그에게 ‘비정규직 사회복지사’와 ‘기타 또라이’ 사이에서 장르와 정체성을 묻는 일은 조금 뒤로 미뤄볼 수도 있겠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음악으로 하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는 이제 막 자기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니까. 성장영화의 매력에 푹 빠져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이 앨범 또한 좋아하게 될 것이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대표 변정희.


[Credits]

Produced by 윤도경
All Songs Composed, Written by 윤도경
Recorded by
서명관 @Heatwave Studio (Track 1,3,4,5,6,7,8,10)
강민재 @M Studio (Track 2,9)
Mixed by
서명관 @Heatwave Studio (Track 1,3,4,5,6,7,8,10)
강민재 @M Studio (Track 2,9)
Mastered by 서명관 @Heatwave Studio (All Track)
Artwork by 하마맨션(hama mansion) 

1. 비의 음표

Arranged by 윤도경, 박성혁, 이승훈
AC & E Guitar by 윤도경
Bass by 이승훈
Percussion by 박성혁

2. 캔디

Arranged by 윤도경, 박성혁, 이승훈, 이승일
AC & E Guitar by 윤도경
Bass by 이승훈
Drum by 박성혁
Piano by 박채원
Strings by 이승일 

3. The Girl The Life

Arranged by 윤도경, 박성혁, 이승훈
AC & E Guitar by 윤도경
Bass by 이승훈
Drum by 박성혁
Chorus by 강채림, 명소연, 양송이(쟁반땅콩), 권혁, 박성혁, 이승훈

4. 라이징 스타

Arranged by 윤도경, 박성혁, 이승훈
AC & E Guitar by 윤도경
Bass by 이승훈
Drum by 박성혁
Chorus by 박성혁, 이승훈
Narration by 양송이(쟁반땅콩)
Reference,ⓒ 방귀의 예술 / 피에르 토마 니콜라 위르토 
성귀수 옮김 / 유유

5 낙타에게

Arranged by 윤도경, 박성혁, 이승훈
AC & E Guitar by 윤도경
Bass by 이승훈
Drum by 박성혁
Piano by 박채원
Cello by 김다영

6. 꽃편지

Arranged by 윤도경
AC Guitar & Ukulele by 윤도경
Vocal by 박현정

7. 투정

Arranged by 윤도경, 이승일
AC Guitar by 윤도경
Strings by 이승일

8. 지금이야말로 락앤롤 타임

Arranged by 윤도경, 박성혁, 이승훈
AC & E Guitar & Piano by 윤도경
Bass by 이승훈
Drum by 박성혁
Chorus by 박성혁, 이승훈

9. Good Bye Purple Daddy

Arranged by 윤도경, 박성혁, 이승훈
AC & E Guitar by 윤도경
Bass by 이승훈
Drum by 박성혁
Piano by 박채원
Chorus by 강채림

10. 바람이 앉을 자리

Arranged by 윤도경, 이승훈
AC Guitar by 윤도경
Melodeon 이승훈
Chorus by 강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