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I Am Easy to Find

I Am Easy to F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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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ational

앨범유형
정규앨범 , 락 / POP
발매일
2019.05.17
앨범소개
US 인디 록을 대표하는 지성 내셔널(The National) 2019년 새 앨범 [I Am Easy to Find]

전작 2017년 [Sleep Well Beast]로 그래미 최우수 얼터너티브 앨범 상을 거머쥔 더 내셔널이 불과 2년만에 새 앨범을 예고했다. 이 앨범은 마이크 밀즈(Mike Mills)감독과의 콜라보를 통해, 알리시아 비칸데르(Alicia Vikander)주연의 동명의 단편 영화로도 탄생하여 공개되었다.

내셔널의 앨범 [I Am Easy To Find]는 이 동명의 영화에 영감을 받은 형태로 작업됐다. 앨범의 커버 앞면 또한 영화 속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모습으로 채워져 있어 이를 사운드트랙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24분짜리 영화를 위한 63분짜리 사운드트랙은 정식발매 한참 후에나 재발매되는 디럭스 에디션 같은 포맷이 아니고서야 꽤나 드문 사례인지라 이는 사운드트랙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공동 작업물이라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내셔널의 음악 또한 백인 남성들이 어떻게 여성을 그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대체로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보내는 존경의 시선을 담고 있다. 실제 앨범에서는 다양한 여성 게스트들의 참여를 확인할 수 있다. 앨범 제목만을 들었을 때는 2013년 작 [Trouble Will Find Me]와 이어지는 인상도 있다.

앨범의 오프닝 트랙 'You Had Your Soul With You'에는 약 20년 간 데이빗 보위(David Bowie) 밴드의 베이시스트이자 백 보컬이었던 게일 앤 도로시(Gail Ann Dorsey)가 피쳐링했다. 이전 앨범 수록 곡 'Day I Die'에 연결되는 뒤틀린 기타와 속도감 있는 드럼이 여전히 멋지게 전개된다. 곡이 잠시 멈추고 후반부에 게일 앤 도로시의 저음의 목소리가 깔릴 때는 확실히 이전 내셔널 앨범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희열 같은 것이 존재한다. 'Roman Holiday', 'Hey Rosey', 같은 트랙들에서도 게일 앤 도로시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는데, 확실히 그녀가 참여한 곡들은 70년대 시절 데이빗 보위 같은 글램 록 느낌 또한 감지된다.

'Light Years'는 영화 본편에서 여러 장면에 사용되고 있으며 영화의 마지막에도 깔리는 트랙이다. 공개된 비디오 또한 영화 장면을 그대로 활용해내고 있는데, 고전적인 피아노와 쓸쓸한 맷 베닝거의 목소리가 마치 지친 중년의 한숨처럼 전개된다.

게일 앤 도로시와 리사 해니건(Lisa Hannigan)이 참여한 'Hairpin Turns'의 비디오는 내셔널 멤버들이 무용가 샤론 에얄(Sharon Eyal)의 춤 사이 노래하고 연주하는, 영화 본편과는 별개의 내용으로 완성됐다. 비디오에는 곡에서 레코딩한 게일 앤 도로시와 앨범의 다른 곡들에 참여한 미나 틴들(Mina Tindle), 디스 이즈 더 키트(This is the Kit)의 케이트 스테이블스(Kate Stables)이 출연하고 있다. 이 역시 마이크 밀스가 감독했다.

영화는 신비한 'Quiet Light'으로 처음 문을 연다. 이후 긴박한 'The Pull of You'가 디졸브 되는데, 이 또한 리사 해니건, 그리고 과거 아론 데스너가 앨범을 프로듀스했던 샤론 반 에튼(Sharon Van Etten)이 유려한 화음을 완성해내고 있다. 딸과 어머니의 유대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에 흐르는 'Oblivions'는 미나 틴들과의 듀엣이 감정에 호소해오며, 'Where is Her Head'의 깨질듯한 이브 오웬(Eve Owen)의 목소리와 현기증 나는 어레인지 또한 차분한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이미 오래 전에 라이브에서 들을 수 있었던 'Rylan'이 정식 레코딩 버전으로 수록된 것도 반갑다. 이 경우 케이트 스테이블스가 피쳐링해내고 있는데, 케이트 스테이블스와의 듀엣으로 구성된 타이틀 트랙 ‘I Am Easy to Find’ 또한 앨범에서 가장 사려 깊은 분위기를 조성해낸다.

어쿠스틱 기타 중심으로 목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Not In Kansas'는 내셔널의 과거 곡인 'Bloodbuzz Ohio'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고향에 대한 애증을 그려내고 있다.

'Her Father In The Pool', 'Dust Swirls In Strange Light', 그리고 'Underwater'의 경우 온전히 브루클린 청소년 합창단(Brooklyn Youth Chorus)의 목소리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역시 과거 내셔널의 앨범들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진귀한 장면이긴 한데, 브라이스 데스너의 클래식 솔로 작들을 생각해보면 그리 낯선 풍경만도 아니다.

메인스트림과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듯 보이는 내셔널은 그럼에도 매우 현실적인 상황인식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정확히는 미국인들이 사는 세상-을 비춰내고 있다. [Sleep Well Beast] 만큼 지독하고 사실적인 록 앨범은 아니지만 [I Am Easy To Find] 역시 거칠면서도 계산된 치밀함을 담담하게 밀고 나간다. 이들은 여전히 천천히 한걸음씩 현재의 지평선을 넘어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