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The Gift (선물)

The Gift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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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광

앨범유형
싱글/EP , 캐롤 / 그외장르
발매일
2020.12.02
앨범소개
〈이응광 - 선물 (Eungkwang Lee - The Gift)〉 

캐럴이라는 단어의 기원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본래 여러 사람이 함께 추는 춤이나 함께 부르는 노래를 뜻하는 고대어에서 유래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연말과 맞물려 있기도 한 시기인지라 크리스마스는 종교와 상관없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두가 설렘을 갖고 기대하는 명절이고, 그래서 사람들은 들뜬 마음을 담아 흥겨운 노래들을 함께 불렀을 것이다. 그러니 이를 캐럴이라 부르는 것은 꽤 적절해 보인다. 허나, 요즘은 거리에서나 대중이 모인 자리에서 캐럴을 듣기 어려워졌다. 저작권 분쟁으로 대변되는 각박하고 삭막한 사회상의 반영일 수도 있고, 환경과 공익을 세계 시민의 미덕으로 생각하게 된 요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이미지인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겨울이라는 계절의 상징과도 같은 캐럴을 들을 기회가 적어진 것은 무척 아쉬운 일이다. 게다가 올해처럼 팬데믹의 끈질긴 공격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쉬어 가고 싶은 이 시기에 위로가 되는 음악 한 자락 없다면 그보다 슬픈 일이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성악가 이응광이 부르는 캐럴 앨범 소식은 일단 반가웠다. 캐럴 자체가 희귀해진 세상에서 성악가가 부르는 캐럴이라니, 게다가 피아니스트 다움(Da:um)과의 협업이라니. 고이고이 아껴 듣고 싶은 소중한 앨범이 될 것 같은 기대가 생겼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자칫 미국 시골 성가대 할아버지가 부르는 듯한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캐럴인 것은 아닐까 잠깐의 우려가 스쳤다. 그도 그럴 것이, 크리스마스엔 자고로 겅중거리며 울면 안돼 한 번쯤은 외쳐 줘야 할 것 같은데 차분하기 이를 데가 없는 곡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은가.
그러나 앨범 전체를 감상하고 나면, 이응광과 다움(Da:um)의 선곡과 연주에는 아주 똑똑한 의도가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두 아티스트는 우리 귀에 익숙한 떠들썩한 캐럴 곡들을 선택하기 보다는 본인들이 가장 좋아하고 잘 표현할 수 있는 곡들을 선택했다. 성탄과 관련된 찬송 The First Noel(저 들 밖에 한 밤중에), Away in a Manger(그 어린 주 예수), Angels We Have Heard on High(천사들의 노래가), Silent Night(고요한 밤 거룩한 밤) 등과 함께 예수의 어머니에 대한 곡인 Ave Maria 까지 과감하게 선곡한 것은, 클래식 음악가라는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정체성은 듣는 이들에게 부담스러운 현학성이 아닌, 편안함과 따스함으로 다가온다.
최소한의 기교로 담백함을 유지하고 톤을 높이지 않아 편안하게 들리는 The First Noel을 비롯한 성탄 찬송들에서 이응광은 성탄의 종교적 의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경건해지거나 거리감을 두지 않는다. 또한 다른 곡들에서는 경박스러움을 뺀 설렘과 들뜸이 가득 느껴지고 어느새 느릿느릿 몸을 양쪽으로 움직이며 박자를 맞추게 된다. 특히 그가 부르는 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 를 듣고 있으니 올해만큼은 꼭 dusty Christmas가 아닌 white Christmas 가 찾아올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전체 앨범의 편곡과 연주를 맡은 이 앨범의 또다른 주인공, 피아니스트 다움(Da:um)은 이응광의 보이스를 정확히 분석하여 매력적인 곡들을 탄생시킨 일등 공신이 되었다. 스윙 느낌이 많이 나거나 블루지한 재즈 편곡은 전형적인 클래시컬 바리톤인 이응광의 목소리와 잘 어울리지 않았을 터, 다움(Da:um)은 바흐의 코랄이 연상되는 대위법적인 선율로 클래시컬한 스타일을 유지하되 재즈의 즉흥연주를 가미해 새로움을 더했고, 듣기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연주를 들려준다. 그 결과물은 ‘들을 만한’ 캐럴을 기다리던 대중들에게 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는 기본기가 탄탄하고 클래식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가진 피아니스트가 아니었으면 해내지 못했을 작업이며, 그렇기에 이 앨범은 옛스러움과 신선함을 잘 접목시킨 곡들이 담긴 귀한 앨범이 되었다.
어쩌면 이 앨범은 ‘다같이 부르는’ 노래 모음이기보다는 조용히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유난히 길고도 고됐던 2020년 한 해를 돌아보고 정리하며 허밍으로 흥얼흥얼 따라 부르게 되는 BGM 앨범인 것도 같다. 뭐, 아무려면 어떤가. 혼밥, 혼술도 얼마든지 괜찮은 시대의 세상에서 꼭 누군가와 함께 하지 않는 혼성탄 또한 자연스러운 일일테니. 이응광과 다움(Da:um)이 연주하는 I’ll Be Home for Christmas를 듣는 그 곳은 어디라도 순식간에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아늑한 재즈바로 변신하여 우리를 따뜻하게 위로해 주리라 믿는다.

글 / 송인영


Staff List


Executive Producer 
KOON Entertainment Art & Culture(Jaekeun Song, Jungoo Jin, Janghyo Kim)
BOM Arts Project(Bomi Yoon)

Producer Eungkwang Lee & Da:um
Arrangement Da:um
Consultation Jaekeun Song(KOON)
Recording, Sound Editing & Engineering Hyun-jin Lee(Yagi), Sehun Kim(Yagi)
Recording Supervision, Sound Editing & Engineering Janghyo Kim
Mixing, Mastering Janghyo Kim
Cover Introduction Inyoung Song
Photo Jino Park
Design Gayoung Yoon
Promotion & Marketing BOM Arts Project Ltd.
ⓒ&ⓟ Koon Entertainment Art & Culture, 2020
Recorded at the "Yagi Studio " in Seoul, 5, 12, 13 November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