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할머니 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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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들 (Cosmic Abalone)

앨범유형
싱글/EP , 인디 / 가요
발매일
2021.12.01
앨범소개
[할머니 소파]

#라이너노트1

"가족에 관한 오래된 기억을 되짚어보는 소프트록"
― 단편선 (음악가, 프로듀서)

전신인 우주전복부터 고려하면, 밴드 전복들을 거쳐 간 이들의 수는 적지 않다. 큰돈 벌기 어려운 인디밴드를 유지하는 것은 원래부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서울이 아닌 로컬에서라면 더더욱. 전복들의 행운은, 그럼에도 전복들이 계속 유지되기를 원하던 동료, 친구들이 있던 까닭에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밴드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 친구들 중엔 함께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폴립의 안현우, 전성현도 있었다. 둘은 2010년대에서 2020년대로 넘어가는 시점에, 전복들의 연주를 도왔다.

〈할머니 소파〉는 드러머 전성현의 이야기를 전복들의 리더 고창일이 음악으로 옮긴 노래다. 원래 제목은 〈할머니가 앉아있던 소파〉라는, 길지만 보다 시적인 제목이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의 어떤 소박한 포크팝들을 연상케 하는 노래다. 어떤 정적인 정경을 묘사하는 것이 전부다. 그것으로도 괜찮은 까닭에 괜찮다. 모든 게 언술될 이유는 없다. 한편으론 모든 것을 언술할 수도 없다. 모든 표현에서 항상 말해진 것과 말해지지 않은 것이 동반된다. 말해지지 않은 세계를 헤엄치는 것은 청자의 몫이다.

표피적인 변화가 있다. 지금껏 전복들의 모든 곡은 리더인 고창일이 보컬로서 리딩했다. 〈할머니 소파〉의 노래는 베이시스트인 박은아가 담당했다. 보다 확장된 전복들의 세계를 선보이고자 하는 시도다. 우주전복부터 함께 한 기타리스트 이원정이 돌아왔다. 이원정의 기타는 로파이 인디록 그 자체랄까. 덕분에 현재 생산 중인 전복들의 새로운 곡들은 기존의 전복들에 비해, 더욱 이상하고 귀여워지는 중이다. 〈할머니 소파〉는 어쩌면 일종의 인트로. 구 전복들과 신 전복들의 사이를 잇는 가교다. 매번 이렇게 말하는 게 참 이상하지만, 전복들은 (다시) 지금부터 시작이다.

아래는 폴립의 전성현이 〈할머니 소파〉에 대해 쓴 글.


#라이너노트2

"할머니가 꿈에 나왔던 날"
― 폴립, (전) 전복들 드러머 전성현

할머니가 꿈에 나왔었던 날 엄마가 전화가 왔다. "내일 할머니 사십구재라 산소로 갈 건데 같이 갈래?"라고. (가진 않았다) 합주하다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왔을 때 온 연락이었지 싶다. 옆에 있던 창일이 형한테 할머니와의 추억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했고 이 노래가 된 것 같다.

초등학생 시기에 할머니와 함께 살았고, 우리 가족이 따로 떨어져나와 살았을 때도 근처에서 살아서 자주 뵙곤 했다. 내가 고등학생쯤 됐을 때 할머니 몸이 많이 약해지셨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어른들이 할머니를 못 돌봐드려 내가 할머니 집에 상주하고 지냈었다. 부산에서 대구의 대학으로 진학하기 전까지 함께 지냈던 것 같다.

나는 몸이 열이 많다. 보통 가을까지도 반바지를 입고 다녔었는데 할머니는 감기 걸린다고 이때쯤이면 늘 청바지를 사주셨었다. 항상 리바이스로 사주셨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지금도 가진 청바지는 리바이스밖에 없다. 사주신 바지도 여태껏 잘 입고 다니고 있고. 할머니를 생각하려고 한 건 아니지만 장례식이 끝나고 간 곳도 리바이스 매장이었다.

할머니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1인용 소파가 있다. 늘 그 자리에 계셨다. 낮잠을 잘 때도 거기 계셨고, 밤에 삼촌이 들어오시기 전까지도, 밥을 잡숫거나 쉬실 때도 항상 그 자리에 앉아 계셨다. 삼촌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도 그 소파에 할머니가 앉아 계실 것 같아서 한동안 집엘 들어가지 못하셨다 하셨다.

결국 소파는 비워졌다. 소파가 있던 자리도 한동안 비어져 있었다. 사람이 들고 난 자리는 추억을 함께 남기고, 다시 비워진다. 전복들 활동할 때 이 노래를 연주한 날이면 그래서 더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CREDIT

프로듀서 : 단편선 @OSORIWORKS
- 노래 : 박은아
- 기타 : 이원정, 김경래, 단편선
- 베이스 : 박은아
- 탬버린 : 고창일
- 드럼 : 김경래
- 하프시코드 : 단편선
- 작사 : 고창일, 전성현
- 작곡 : 고창일
- 편곡 : 고창일, 단편선, 이원정, 김경래, 박은아, 김현우
녹음, 믹싱, 마스터링 : 천학주 @머쉬룸레코딩
아트워크, 사진, 뮤직비디오 : 허영민
PUBLISHED BY BISCUIT S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