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명왕성

명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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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로와일드 (Woodrow Wylde)

앨범유형
싱글/EP , 인디 / 가요
발매일
2022.02.07
앨범소개
〈명왕성〉

“언젠가 한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적이 있었다. 가공되지 않은 유리 같았던 내 자아를 깎아서 그들이 제시한 퍼즐 구멍에 맞추었고, 내가 가진 모든 금을 쌓아 앞으로의 추억이 가득 찰 성을 세웠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많은 계절이 지나갔고 많은 땀을 흘렸지만 내 즐겁고 순수한 희망은 변함이 없었다.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는데, 웬걸. 나의 궤도는 그들이 원하던 것과 너무 달랐다. 망치로 깡- 하는 소리와 함께, 한순간에 내 성은 허물어졌고, 퍼즐 구멍에 자리 잡았던 유리 조각들은 모두 모래가 되어 바람에 날려갔다. 세기 힘들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쌓아왔던 꿈이 검은 재가 되어 날아갔을 때, 내 안의 모든 것은 힘없이 꺾이고, 부러졌고, 죽어갔다. 이럴 거면 완전히 미쳐버려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어차피 틀어진 궤도인데, 에이 확 더 틀어버릴까.

하지만 오히려 홀가분한 느낌도 있었다. 내가 원했던 만큼 나의 꿈은 나를 갉아먹고 있었기에. 사랑하며 증오하던 것을 하늘 높이 쌓다가 와르르 무너뜨렸을 때 느껴지는 자유로움의 희열은… 정말 겪어본 사람들만 알 것이다. 그렇게 반쯤 돌아버린 정신머리를 가진 채 먼 우주로 튕겨 나간 후, 더 비뚤어질까 확 틀어버릴까 고민했지만, 그 대신 작은 호롱불 하나를 피우기로 했다. 그 당시에 내 손에 쥐었던 그 손톱보다 작은 호롱불은 참… 많은 걸 의미했다. 이제 무얼 하지? 이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하나? 이 넓은 곳에서 새로운 꿈을 찾아야 하나? 나 이제 어떡하지?

그때부터 어둠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것 같다. 혼자가 되어도 괜찮다. 내가 나의 말동무가 되리라. 모두가 나를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나는 이 자리에 새로운 기준을 세우리라. 내 바다가 모두 증발하더라도, 나는 그 자리에 불을 지피고 괴성을 내지르며 춤을 추리라. 나는 두려울 것이 없다. 나는 이 호롱불이 있다.

그 이후로 홀로 진공 속에서 항해를 해왔고, 앞으로도 혼자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사건의 지평선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다들 부러진 영혼을 가지고 각자의 호롱불을 밝히며 꿋꿋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어째 저째 서로 길도 물어보고 필요한 것도 나누다 보니, 길이 트였고, 내가 영원히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방향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천천히 가도 되는 걸까? 여유를 조금 가져도 되는 걸까? 작은 생각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을 즈음, 매번 불었던 폭풍은 산들바람으로 잦아들었고, 앙상했던 가지에 풀잎이 솟아났고, 나도 모르는 새에 내 주머니에 있던 모래는 다시 반짝이는 유리가 되어 있었다.

그들이 비춘 빛이 나를 그들에게 인도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내 호롱불을 보고 그들이 나에게 왔을 수도 있겠지. 달라도 너무 다른 궤도를 가졌기에 나만의 행성계를 떠나게 되었지만, 나와 항상 함께하는 위성이 생겼고, 나도 누군가의 위성이 되어 있었다. 결국 나는 나에게 맞는 행성계를 찾았고 우리는 각자의 꿈을 향해 함께 나아갔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행성계보다 밝다. 어쩌다 보니 그게 다였고, 어쩌다 보니… 그게 다였다. 여전히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금으로 된 성을 쌓았을 때보다 비교도 안 될 만큼 행복했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든다고 두려워하지 마세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꿈을 빼앗겼다 느껴도 믿음을 잃지 말고 포기하지 마세요. 쓸모가 없어진 것 같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당신은 이 행성계에서 누구보다 특별한 빛을 품고 있으며 우리 모두가 필요로 하는 소중한 행성입니다. 한 번뿐인 인생. 슬프고 후회 좀 하면 어때요. 그게 인생인걸. 우리 잘삽시다.”


CREDIT

작사, 작곡 by 재민
편곡 by 재민, 이준형 (@ruen14)
기타 by 이준형
피아노, 신스 및 그 외 모든 악기 by 재민
보컬 by 재민
Recorded by 재민, 이준형
Produced by 재민, 이준형
Mixed & Mastered by 신홍재 at pondsound studios
Album Art by 이승준 (@yellow_for_me)
다양한 피드백 및 도와준 사람들 - 배성광, 윤현식, 고나현

PUBLISHED BY BISCUIT S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