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대천

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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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S (print print shop)

앨범유형
싱글/EP , 인디 / 가요
발매일
2023.05.12
앨범소개
빛바랜 사진 속 기억을 가로지르는 뽕짝—포크
PPS 새 EP [복순투어]의 선공개 싱글 [대천]


— 작가의 말 / 김소라(PPS; print print shop)

“기울어진 지평선은 시간을 가로질러 연결된다.”

[대천]은 진복순의 사진앨범 속 몇 장의 오래된 사진에서 출발한다. 진복순은 부여에서 태어나 살아왔고, 2년 전 나는 부여에서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두 여자는 차가운 계절에 텅 빈 바다로 갔다.

밀려드는 지평선,
물러나는 발자국,
따라오는 그림자,
우리는 해를 등지고

사진 속 그 공간을 찾아서 발자국을 겹친다.
결국에는 찾을 수 없었던 것,
그것은 어쩌면 다른 세계로 가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첩된 사진이 만들어 내는 끝없는 지평선 너머로.” (김소라의 메모에서)

사진 속에는 진복순과 또 다른 한 사람이 등장한다. 두 명의 여자와 그 뒤로 펼쳐진 겨울바다는 나를 사진 속 풍경 너머 어딘가로 향하게 했다. 사진 속 인물인 그녀에게 다가가기 위해 나는 사진 속의 공간을 반복해 밟고 이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 여정은 2022년 부여에서 진행한 전시 ‘복순투어’에 담았고, 이 음악의 데모 버전은 전시의 일부가 되어 테이프로 재생되었다.

수잔 손택은 에세이 『사진에 관하여』에서 “사진은 더 이상 실재하지 않는 과거를 상상 속에서 소유할 수 있도록 하며, 사진을 통해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공간으로 갈 수 있다”고 썼다. 진복순의 사진은 그녀의 시공간과 나를 연결시키고 지금 발딛고 있는 현재의 공간을 새로이 경험하도록 했다.

[대천]에는 그런 경험이 녹아들어있다. 사운드 디렉터이자 이 음반의 프로듀서인 유지완이 사진과 메모를 바탕으로 [대천]을 만들었다. 싱어송라이터 시와의 목소리와 나의 목소리가 교차하며 사진 속 대천 바닷가를 걷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대천’이 담긴 PPS의 두 번째 EP [복순투어]는 오는 6월, 발표된다.

— 해설 : 밀려오는 파도 앞을 걷는 두 여자 / 이권형 (음악가)

시간은 무심히 흘러갑니다. 절대적인 순리에 맞서는 건 당연히 무모한 일일 진데, 용감한 우리의 선조들은 기어이 절대적인 시간의 흐름에 맞서보려 한 모양입니다. ‘기억’은 인류에게 시간을 조금이라도 거스를 도구가 되어주긴 했으나, 그것은 또한, 우리가 ‘기억’이라는 이 초라한 수단에 의지해 시간이란 망망대해를 부유해야 할 운명에 놓였다는 뜻이기도 했죠. 우리가 기억으로 맞서는 이상, 시간은 모든 걸 삼키며 밀려올 겁니다.

여기 그렇게 주어진 우리의 운명을 보란 듯, 빛바랜 사진 몇 장이 있습니다. 이 사진첩을 집어 든 건 PPS의 멤버이자 사진작가인 김소라입니다. “[대천]은 진복순의 사진앨범 속 몇 장의 오래된 사진에서 출발한다.” 그녀는 그 낡은 기억의 좌표들을 더듬어가는 중입니다.

(곧 발표된 음반의 제목이기도 한) ‘복순투어’는 사진 속 남아있는 장소들의 흔적을 찾아 투어 형식으로 엮어낸 여행 프로그램으로, 참여자들과 함께 사진 속 진복순(과 그녀의 동행)의 모습을 ‘재현’합니다. 그리고 그 기록들을 편집하고 중첩해 전시의 형태로 발표합니다.

오래된 사진 속 흔적을 따라간다는 것. 그 방식에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시간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녀의 사진 속 기억들을 쫓아 보려는 치열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녀가 직면해야 했던 건 실제에 있어선 결코 좁힐 수 없는 절대적인 시간의 간극이었을 겁니다.

그런 그녀가 PPS를 통해 발표하는 이번 싱글 [대천]의 사운드는 ‘복순투어’의 유람선에서 들려왔던 ‘뽕끼’ 있고 나른한 오르간 사운드를 모티브로 제작됐습니다. PPS의 또 다른 멤버, 유지완의 연구와 공력이 녹아 있는 사운드 위에 김소라 자신이 직접 작사로 참여했습니다.

[대천]의 무대인 대천 해수욕장은 투어 프로그램인 ‘복순투어'의 루트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나, 진복순의 사진 앨범 속에서 발견한 장소입니다. 실제로 고증된 로케이션이 중요했던 ‘복순투어’ 때와는 달리, 대화체 가사와 국적이 불분명한 사운드를 통해 추상화된 [대천]의 장소성은 흐리고 모호합니다. 추상의 세계로 격하된 ‘대천’은 ‘밀려오는 파도 앞을 걷는 두 여자’가 있는 상상적 장소일 뿐입니다.

실제의 시간을 거슬러 보려는 시도의 부질없음을 뒤로하고 그녀는 노래를 불러보기로 합니다. 노래 안에서, ‘대천’이라는 추상의 무대 위에서, ‘밀려오는 파도 앞을 걷는 두 여자’, ‘김소라’와 ‘진복순’, 그 기억을 노래하는 ‘PPS’와 ‘시와’, 그렇게 손을 잡고 걷는 “너”와 “나”는 비로소 서로에게 닿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비록 이 기억도 “모래 위에 발자국”처럼 시간과 의식의 파도에 삼켜지겠지만, 표정들은 흐려져 가겠지만, 또 쓸쓸함에 울게 되겠지만. [대천]은 그래도 함께 걸으며 시간에 잠겨 보지 않겠냐고 부르는 바다의 목소리 같아요. 이 쓸쓸하고 허망한 시간의 파도 앞을 함께 손잡고 걸어보지 않겠냐고요. 마치 이것만이 시간을 거슬러 '너'와 '나'의 기억이 철썩 닿아 잠길 유일한 길이라는 듯이.


[Credit]

프로듀싱 _ 유지완
공동 프로듀싱 _ 단편선 @오소리웍스
작사 _ 김소라, 유지완
작곡 _ 유지완
편곡 _ 유지완
레코딩 _ 천학주 @머쉬룸레코딩스튜디오, 유지완, 단편선 @프린트프린트샵
믹싱 _ 천학주
마스터링 _ 천학주

드럼 _ 한인집
콘트라베이스 _ 정수민
일렉트릭 기타 _ 유태관
키보드, 오르간, 프로그래밍 _ 유지완
노래 _ 김소라, 시와

제작 _ PPS, 오소리웍스
음원 유통 _ 미러볼뮤직

사진, 디자인 _ 김소라
비디오 _ 김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