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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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Y

앨범유형
싱글/EP , 전체 / 가요
발매일
2023.06.14
앨범소개
[us] - ADOY REMAKE ALBUM : 다정하고 부드러운 정서 공동체

산다는 건 결국 나와 같은 마음을 공유하는 사람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시시한 농담에도 낄낄대며 웃을 수 있는 사람, 같은 영화를 보며 같은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내가 어떤 상태인지 자주 알아채 주는 사람,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만큼 되돌려 주는 사람. 인생이라는 커다란 퀘스트 안에서 이벤트처럼 친구, 가족, 연인의 형태로 등장하는 이들을 발견하면 두 번 고민하지 않고 잡아야만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한 번 지나간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버리고 곁에 둔 소중한 인연은 그만큼의 가치를 한다. 그렇게 한 조각씩 모은 보물들로 나의 성은 모양을 갖춰 나간다. 남들 눈엔 어떨지 몰라도 나에게만은 모든 게 완벽한, 밤마다 마음 놓고 편히 몸을 뉠 수 있는 바로 그 공간 말이다.

아도이의 리메이크 앨범 [us]를 들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여섯 곡이 담긴 이 작은 앨범은 아도이라는 밴드가 같은 마음을 공유하는 음악 친구들을 하나하나 모아 만든 아도이만의 아지트다. 잠시 시간을 되돌려 보자. 아도이가 첫 EP [CATNIP]을 발표한 2017년은 이전과는 다른, 여러모로 재미있는 움직임을 보여주기 시작한 때였다. 특히 한국 대중음악을 둘러싼 흐름이 그랬다. 영원히 남의 잔치라고만 생각했던 해외 차트와 페스티벌, 시상식에서 한국 음악가의 이름을 발견하는 게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새로운 길을 발견한 건 ‘진출’과 ‘정복’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들만이 아니었다. 일본은 물론 태국, 대만, 중국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의 음악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음악이 좋은 건 기본, 음악을 감싸는 다정한 기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온기를 나누는 데에는 국적도 언어도 아무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시티팝이라는 단어는 이러한 상황에서 기능적으로 작동했다. 우리가 사랑하는 어떤 분위기를 설명하기 위해 편의상 붙인, 일종의 분류표였던 셈이다.

앨범에 참여한 이들의 이름을 보고 있으면 이제는 그 거추장스러운 분류표도 필요 없는 게 아닌가 싶어진다. 이들의 음악을 모아 듣는 것만으로 지금 트렌드를 이끄는 아시안 팝의 뚜렷한 인상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아이콘인 대만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Sunset Rollercoaster/落日飛車)와 햇살 같은 태국 싱어송라이터 품 비푸릿(Phum Viphurit)을 중심으로, 역시 태국 출신으로 겨우내 얼어붙은 계절을 깨우는 봄 시냇물 소리가 이렇지 않을까 상상하게 하는 싱어송라이터 남차(Numcha)가 목소리를 더했다. 혼네(HONNE)와 함께 아시안 팝의 심장에 가장 가까운 음악을 들려주는 영국 밴드 프렙(PREP)과 이들의 미국 투어에 함께하며 인지도를 높인 캐나다 몬트리올 싱어송라이터 조르단(JORDANN)이 합류했고, 여기에 최근 국내 흑인 음악 씬에서 가장 주목 받는 신예 프로듀서 시온이 마지막 퍼즐로 이름을 올렸다.

쉽게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이들을 엮은 건 음악 그리고 밴드 아도이였다. 어쩌면 평생 모르고 살 수도 있었던 [us]의 여섯 음악가는 아도이의 음악을 매개로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펼쳤다. 드문 시도였지만 결과물은 예상만큼 사랑스럽다. 이는 어쩌면 앨범 작업 방식에서 기인했는지도 모르겠다. 앨범의 틀이나 방향성을 어느 정도 잡아 놓고 섭외와 구성에 들어가는 일반적인 리메이크 작업과는 달리, [us]는 앨범에 참여한 이들에게 아무런 가이드도 주지 않았다. 그저 밴드가 지금까지 발표한 노래들 가운데 참여진들이 자신이 원하는 곡을 골라 원하는 대로 다시 부르고 이리저리 매만진 곡들을 모았을 뿐이다. 그 때문일까. 앨범은 다정한 주파수가 닮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마음으로 모여 만든 느슨한 공동체처럼 속절없이 부드럽게 흐른다. 아도이가 애써 모은 반짝이는 보석들이 새살대며 공기놀이를 하고 교환 일기를 쓴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구석 어딘가가 몽글거린다. 이것을 한 시절을 대표하는 정서의 공동체라고 불러보는 건 어떨까. 마음이 닮은 먼 곳의 친구들이 손을 흔든다. 같이 놀자는 외침이 메아리친다.

김윤하 /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