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The Land Is Inhospitable and So Are We

The Land Is Inhospitable and So Are 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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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ski

앨범유형
정규앨범 , 락 / POP
발매일
2023.09.15
앨범소개
21세기 인디 록씬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음악가 미츠키(Mitski)
야심과 지성이 결합된 범우주적 사랑의 오딧세이, [The Land is Inhospitable and So Are We]

마치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의 곡들-이를테면 'Badlands'-처럼 '땅'을 언급하며 미국에 대해 탄식하는 미츠키의 새 앨범 [The Land Is Inhospitable and So Are We]는 미츠키 스스로가 가장 미국적인 앨범이라 밝혀 두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희망이나 영혼, 그리고 사랑이 없으면 인생이 더 쉬울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도 덧붙였다.

앨범 제목과 위의 언급들에서 왠지 모를 포기나 허무의 감정이 느껴지지만 의외로 이번 앨범의 경우 사랑이라는 테마가 가사의 중심에 위치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사람들을 사랑한 것이며 자신이 죽은 이후에도 스스로가 지닌 사랑을 남겨두고 싶다는 의미에서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 덧붙였다. 그러니까 미츠키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이 앨범은 오랫동안 떠돌아다니며 그 사랑이 계속 빛나게끔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미츠키는 이번 앨범에서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의 폭발적인 스파게티 웨스턴부터 카터 버웰(Carter Burwell)의 설원을 가득 채운 [파고(Fargo)] 사운드트랙, 아서 러셀(Arthur Russell)의 숨막히는 친밀감과 스캇 워커(Scott Walker),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의 격렬한 생동감 등을 참조했다고 한다. 까에따노 벨로주(Caetano Veloso)의 환희부터 파론 영(Faron Young)의 간절한 그리움까지 이번 앨범에 꾹꾹 눌러 담으려 했다.

미츠키는 처음으로 스튜디오에서 밴드가 함께 라이브로 녹음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심한다. 드류 에릭슨(Drew Erickson)이 편곡/지휘한 오케스트라와 미츠키가 어레인지한 17명(LA에서 12명, 내쉬빌에서 5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은 이 새롭고 숭고한 사운드의 원동력이 됐다. 그리고 미츠키와 오랜 시간 함께해온 프로듀서 패트릭 하이랜드(Patrick Hyland)가 LA와 내쉬빌을 오가며 이 모든 것을 정리했다.

앨범 공개에 앞서 앨범의 곡을 미리 들어볼 수 있는 소규모 공연, 그리고 미츠키가 직접 고른 영화와 함께 감상하는 '더블 피쳐' 리스닝 이벤트 또한 진행될 예정이다. 참고로 미츠키가 고른 영화들은 테렌스 맬릭(Terrence Malick)의 [천국의 나날들(Days of Heaven)],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의 [길(La strada)], 도나 디치(‎Donna Deitch)의 고전 퀴어 필름 [데저트 하츠(Desert Hearts)], 그리고 구스 반 산트(Gus Van Sant)의 [드럭스토어 카우보이(Drugstore Cowboy)] 등이 있다. 이 리스트의 대부분은 길, 혹은 광범위한 대지위에서 전개되는 작품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Bug Like an Angel'이 앨범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깨져버린 약속과 그에 따른 결과를 노래하는 이 어쿠스틱 트랙은 술에 취한 슬픔을 다루는 한편 평범함 속에서의 신성함을 발견하려 한다. 특히 ""때로는 술 한 잔이 가족처럼 느껴진다""는 대목에서 미츠키 특유의 섬세함이 감지된다. 노엘 폴(Noel Paul)이 감독한 비디오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여성, 그리고 길거리의 합창단이 곡과 맞물려지면서 노래의 구성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해낸다. 곡에서 미츠키는 잔인하고 일상적인 고통을 초월적인 사랑에 필요한 대가로서 받아들이려 한다. 이 'Bug Like an Angel' 경우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그리고 일본어의 가사 비디오 또한 각각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두 번째 싱글 'Heaven'은 8월 무렵 BBC 라디오 1을 통해 공개됐다. 마치 오래된 펫시 클라인(Patsy Cline) 풍의 스윙이 두드러지는 이 고전적인 컨트리 발라드는 아름다운 열정의 순간과 희망에 대해 노래한다. 마치 마야 데런(Maya Deren) 풍의 실험영화를 보는 듯한 비디오는 기이하게 이 따뜻한 노래를 끌어안는다. 'The Frost' 같은 트랙에서도 'Heaven'과 마찬가지로 은은한 컨트리의 성격을 확인 가능하다.

'Star'에서는 미츠키 풍의 반짝이는 효과와 함께 스캇 워커나 테리 라일리(Terry Riley)에게서 영감을 받은 드론 사운드가 어지럽지만 아련하게 펼쳐진다. 비디오의 경우 'Heaven'과 연결되는데, 곡은 느리게 타오르면서 멋진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가사에도 나타나 있듯 수십 광년 전에 이미 없어진 채 오랜 세월이 지나 빛의 형태 만으로 지구에 도달한 별들은 마치 자신이 세상에 없어도 남겨진 사랑에 대한 은유와 닮아 있다.

거친 어쿠스틱 기타와 웨스턴 풍의 'Buffalo Changed'가 무거우면서도 은은하게 전개되며, 'I'm Your Man'에서도 일전에 언급했던 스산한 풀벌레 소리와 웅장한 합창이 스파게티 웨스턴 풍의 무드를 이어내고 있다. 이 두 곡은 앞서 미츠키가 꼽은 영화 [천국의 나날들]의 분위기와도 겹쳐진다. 고난을 겪고 있는 누군가의 관점에서 그려진 곡 'I Don't Like My Mind'과 이어지는 트랙 'The Deal'에서는 미츠키 특유의 절절한 드라마와 우아한 애수가 감지된다. 특히 'The Deal'의 혼란스러운 후반부는 꽤나 인상적인 지점을 선사하고 있다.

마치 라디오헤드(Radiohead)의 'Pyramid Song'의 미스테리를 머금은 듯한 'When Memories Snow',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의 우아한 우울함이 스쳐 지나가는 'My Love Mine All Mine'에서는 미츠키가 고전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 지를 제대로 알고 있음을 증명해내는 순간이기도 하다. 퍼즈 기타와 느리고 파괴적인 드럼이 마치 흔들리는 대지를 표현하기라도 하듯 격렬하게 침잠해 들어가는 'I Love Me After You'를 끝으로 미츠키의 이 기발하면서도 위대한 여정이 마무리된다.

대담하며 또한 과감한 결과물이다. 이는 미츠키의 커리어에 있어 가장 음향적으로 광대하고 서사적이며, 또한 현명한 앨범이 됐다. 친밀함과 거대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 노래들은 적극적으로 상처를 노출하는 동시에 이를 치유하려 드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양립되는 요소들이 앨범이 진행되는 와중 서로 융합되어 간다.

앨범 공개에 앞서 미츠키는 스스로가 백만개의 자아가 있고 그것들은 모두 자신이며 그들이 모두 자신 안에 살고 있다 말하기도 했는데, 이는 일전에 작업했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평행우주 와도 연결되는 지점인 듯 보인다.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도 사랑과 증오 등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블랙홀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하나의 상징과도 같았던 ‘도넛’과 겹쳐진다.

[The Land Is Inhospitable and So Are We]는 평범해 보이는 비탄, 그리고 사랑의 기쁨으로 각각 채워져 있고 이는 놀라운 서사를 이뤄내면서 마치 평행우주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공간을 보여준다. 눈으로 뒤덮인 설경과 미국 중서부 지역을 가로지르는 화물열차, 그리고 우주와 별에 이르기까지 초지역적 풍경들이 단숨에 스쳐지나간다. 이 음악들은 복합적이지만 그럼에도 쉽게 몰입할 수 있으며, 듣는 이들의 마음을 감싸는 동시에 사고를 재정렬시켜낸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들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토대로 거대한 미대륙부터 우주까지 횡단해내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미츠키처럼 복합적인 감정과 시간의 해석자로서 앨범을 완성해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