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종이꽃 정원

종이꽃 정원

공유하기

신해경

앨범유형
싱글/EP , 락 / 가요
발매일
2023.11.16
앨범소개
신해경 [종이꽃 정원]

_
2016년 신해경을 처음 보았다.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으로 레이블 ‘영기획’의 아티스트들이 모여있었는데, 하박국 대표가 곧 새로운 음악을 발표할 아티스트라며 데려온 사람이 (지금 생각해보니) 바로 신해경이었다. 대기실 문 앞에서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고 마주치던 사람마다 예의 바르게 인사하던 모습을 힘들여 기억에서 끄집어내야 할만큼 신해경은 수줍은 사람이었다.

2017년 신해경과 처음 만났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 늦지 않으려고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만나기로 약속한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길에 마침 바람을 쐬러 나오던 신해경과 마주쳤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신해경은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항상 약속한 시각보다 30분씩 미리 나와있는 사람이었다. 공연 리허설에 늦지 않기 위해 밴드와 30분 일찍 만나기로 약속해놓고 본인은 그보다 또 30분 먼저 도착해있는 사람이었다.

2017년 신해경은 EP ‘나의 가역반응’을 발매했다. 음악을 만들고 발매하는 것이 꿈이었다던 신해경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 사실은 시작이라는 것에 크게 당황했다. 처음으로 하는 공연과 합주, 비즈니스에 늘 긴장하고 불안해했고, 모든 것을 직접, 반복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성격 탓에 신경 써야 할 일들도 무수히 많아졌다. 음악가로 살아가면서 정작 음악을 만드는데 들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무언가를 내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마음과 몸이 모두 지쳐보였다.

2022년 신해경은 앨범 ‘최저낙원’을 발매했다. 지난 5년 동안 쌓여온 불안들을 가감없이 음악에 담아내는 길을 택했다. 괴로운 과정이었지만 마침 찾아온 팬데믹 기간은 결과적으로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었고, 10시간을 앉아있으면 9시간은 실패하는 시기였지만 신해경은 다음날에도 10시간을 앉아있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최저낙원’을 작업하며 신해경은 머릿속으로 구상한 것을 본인이 원하는 수준까지 구현해 내는 방법을 터득했고, 스스로를 괴롭히던 것들 중에 흘려보내야 할 것들과 간직해야 할 것들을 구분해 내었다.

2024년 신해경은 새로운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나의 가역반응’ 이후의 이야기는 ‘속꿈, 속꿈’으로, 그 이전의 이야기는 또 다른 앨범으로 완성하겠다는 구상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행복한 순간이었던 그 이전의 이야기를 쓸 자신이 없었다고 한다. ‘최저낙원’을 지나오며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이제는 행복한 이야기를 만들 준비가 되었다고 한다.

새로운 앨범의 선공개 싱글 격인 ‘종이꽃 정원’은 얼핏 ‘나의 가역반응’과 닮은 분위기로 시작한다. 병들고 무력한 주인공은 여전히 불행해보인다. 하지만 곧 그대를 찾아낸 노래는 축축한 잔향을 걷어내고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으로 들어간다. 이어지는 사운드는 빈티지하지만 오히려 곡의 시점을 듣는 이와 가깝게 만들고, 업비트 리듬과 기타 멜로디는 기존의 노래들에서 문득문득 등장했던 유쾌함이 어디에서 온 건지 알려준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래를 확신하진 않지만, 다가올 불행에 지레 겁먹지 않고, 앞으로 추억할 기쁨과 행복을 기록한다.
 
얼마 전 신해경이 새로운 싱글의 가사와 음원을 보내주었다. 음원을 발매하기 전에 먼저 들려주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노래를 듣기 전에 걱정부터 앞섰다. 행복한 이야기라지만 어쨌든 ‘화학평형’으로 끝나게 될 이야기. 하지만 ‘종이꽃 정원’은 지금을 바라보기로 한다. 영원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그저 믿고 바라보기. 노래를 듣고 있는 나도 지금 들리는 행복에 집중해보기로 한다.

글 : 이기원


[CREDIT]

프로듀스 : 신해경 
작사, 작곡, 편곡 : 신해경 
연주, 레코딩, 프로그래밍, 믹싱 : 신해경 
마스터링 : 강승희 @소닉코리아 (TRACK1), TE RIM (TRACK2)
앨범 디자인, 아트워크 : 하혜리
뮤직비디오 : 우용 
파트너 : 팀비스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