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가는 아이들

한승석 & 정재일 2014.07.14 32
사람들이 말했다.
공주님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무쇠갓쓰고 무쇠 지팡이 짚고
바리는 길을 떠났다.
설산을 넘고 사막을 지나
바다를 건너갔다.

이 저녁, 세상 어느 모퉁이
가난한 어미들은
먼 길 가는 아이에게
가벼운 짐을 들려주네

더했다가 뺐다가,
뺐다가 더했다가
더할 것도 없이,
뺄 것도 없이
먼 길 가는 아이 손에
건네주는 그 가벼운 짐

모래바람 부는 아프리카
펄럭이는 난민촌 천막 안에서
연기 자욱한 미드이스트
(The Mideast)
폭격으로 무너진 폐허 위에서
히말라야 가까운 티베트
버터기름 불밝힌 곰파 안에서

바다를 건너야 할 아이들에게
사막을 지나야 할 아이들에게
설산을 넘어야 할 아이들에게

빵 몇 조각, 옷 몇 가지,
양말 몇 켤레,
돈 몇 푼, 사진 몇 장,
그리고, 그리고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는
몇 마디의 말.

"나는 괜찮아, 
네가 그곳에 가니까.
넌 우리의 희망이야. 
사랑한다"

갈 수 있을까요?
저 바다를 건너, 모래바람 지나
총성과 폭음 속에 무사히
칼바람 부는 얼음산 너머
저 곳에 내가 갈 수 있을까요?
언젠가,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게 될까요?

아이는 묻지 않았지
아무 것도 묻지 않았지

그 저녁, 세상 어느 모퉁이
가난한 어미들이 
먼 길 가는 아이에게 
가벼운 짐을 건네줄 때

한없이 무거운,
한없이 가벼운,
그 약속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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