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비어있는
교실의 어색한 적막
원래 교실이
이렇게 작았었나
잠시 추억에 잠겨본
졸업식 전날
나는 아직도 기억나
교복이 몸에 딱
맞지도 않았었던 아이
처음엔 컸던 바지통,
헐렁했던 마이
아는 친구 몇 없이
낯설은 이곳이
앞으로 내가 다닐
학교고 나의 교실
칠판에 쓰인
담임 선생님의 이름과
까부는 녀석들이
모여있는 일 분단
누군가가 써놓은
책상 위의 낙서
지울까말까 하다가
그냥 말았어
최대한 뒤쪽을
원했던 자리배정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몸 사리게 좀
하필 짝꿍이
아까 까불던 밉상
짧고 어색하게 나눠본 인사
중학생 땐 고등학생이 되면
지루하기만 한 일상이
변할까 싶었지만
종소리 땡- 치길 기다려대며
시간만 죽이는 거는
마찬가지네 역시나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불편했던 짝꿍도
이제는 맘 편해
꽤나 친해진
친구들도 늘어나게 돼
진실게임 하며
가까워진 수학여행
랩으로 1등 해서
간식 받은 장기자랑대회
점심시간만 되면
정신이 나간
놈들처럼 신이나
갖고 뛰어갔지 급식실
밥 먹고 뛰어놀고
수다 떨다가 5교시
시작되면 어느 순간 급실신
왠지 더 놀기가
좋던 시험 기간
학원 짼 친구는
걱정해 엄마한테 걸릴까
암담한 성적표를
보고 다짐 다지긴
하지만 기말고사도
똑같이 또 벼락치기
사귀기도 해봤고
차인 적도 있어
별거 아닌 일로
친구랑 싸운 적도 있어
그 순간에는 완전
내 하루를 망쳤던
기억들도 돌아보면
다 소중한 감정
나는 아직 그대로인 것 같은데
나는 다시 그때로 가고픈데
시간은 날 절대
기다리지 않아
그걸 알지만서도
난 아직 빈자리에 남아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이젠 바지도 짧아지고,
작아져버린 마이
실은 아직도 어색한
스무 살이란 나이
친한 친구 여럿이
북적이던 곳이
앞으론 내가 다시
못 올 곳 정든 교실
허전할 정도로 깨끗한 칠판
벌써부터 그리운 3학년 10반
아쉬움에 낙서를
책상 위에다 써
언젠간 결국
지워질 걸 알면서도
느리게 흐르던
시간은 어느덧
첫걸음을 떼고
나서부터 달리게 됐지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오늘도
내일의 짧은 노래로
지난날이 되겠지
느리게 흐르던
시간은 어느덧
첫걸음을 떼고
나서부터 달리게 됐지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오늘도
내일의 짧은 노래로
지난날이 되겠지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텅 비어있는
교실의 어색한 적막
조용하게 난
자리에서 일어나
아쉬움을 뒤로
두고서 떠나지만
나는 여전히 기억나
